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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속고, 시간 낭비에 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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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나보다 먼저 와 있었다.
카페 창가 자리에 앉아, 물잔에 입도 대지 않은 채
휴대폰 화면만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거기에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이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기라도 한 듯이.

그녀는 예뻤다.
하지만 그날따라 유난히
파운데이션이 두꺼워 보였다.
어디를 가리려는 걸까.
붉게 상기된 눈가일까,
아니면 들켜버린 마음일까.

그는 떠났고, 그녀는 남았다.
내가 알지도 못하는 "그"를 그리워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마음이 아팠다.
나는 그녀의 위로자였을까

정확히 말하자면, 그는 빠져나갔고
그녀는 붙들린 채, 시간을 갚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친구였고
때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편이
그녀에게 더 나은 위로라는 걸
그 즈음에서야 조금씩 배워갔다.

"왜 그랬을까?"

그녀는 자주 그렇게 물었다.
그 질문엔 사실
그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원망이 담겨 있었다.

나는 답하지 않았다.
그저 한 잔의 아메리카노와
무표정한 고개 끄덕임으로
그녀가 스스로 다다를 결론을
조금 늦춰주었을 뿐이다.

사랑에 속은 건 순간이지만
시간을 잃는 건 쌓이는 일이었다.
그녀는 그를 그리워하지 않았다.
그가 데려간 시간과
그 안에 잃어버린 자신의 기회를 슬퍼했다.

그녀는 말하지 않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그녀가 정말 울었던 건
사랑 때문이 아니라,
그 사랑이 가져간
청춘과 열정, 가능성 때문이었다는 것을.

나는, 그저 그 슬픔의 목격자였다.
한 여자가 어떻게 자신을 되찾아 가는지를
천천히 지켜본 어떤 계절의 기억이었다.
퍼플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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