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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의 몸이 아니라, 시간을 안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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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체어 조회수 : 633 좋아요 : 2 클리핑 : 0
나는 그녀의 몸이 궁금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궁금했던 건,
그녀가 왜 스스로를 그렇게 방어하는지였다.

처음 손을 잡았을 때,
그녀는 살짝 미세하게 굳었다.
아주 잠깐, 눈을 피했고
숨을 조금 깊게 들이마셨다.
그건 ‘싫다’는 거절이 아니었다.
‘내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는 신호였다.

나는 그 순간이 좋았다.
그녀가 나를 막은 게 아니라,
자신을 지키려는 태도를 보여준 그 시간이.
우리는 종종 몸을 먼저 주면 마음도 따라올 거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나는 느꼈다.
그녀는 몸보다 먼저 마음을 꺼낼 준비가 필요한 사람이었다.
그녀가 아무 말 없이 눈을 감았을 때,
나는 입술을 맞추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손을 꼭 쥐고, 말했다.
"지금이 아니라도 괜찮아.
나는 너의 속도가 궁금하거든."

그녀는 웃었다.
작게, 그리고 조금은 안도한 표정으로.
그날 밤,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 어떤 밤보다 깊은 무언가를 나눴다고 느꼈다.

나는 그녀의 몸이 아니라
그녀의 시간,
그녀의 경계,
그녀의 결정권을 안고 싶었다.


그게 진짜,
사랑이라는 걸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퍼플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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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TheStag 2025-06-15 17:03:23
글을 읽다보니 섹스라는 건 어쩌면 
한 사람의 ‘역사 전체’를 껴안으려는 행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서로의 걸음이 어긋나면, 쉽게 닿기 어려운 것이겠죠.

퍼플님께선 ‘플레이’라는 단어를 더 자연스럽게 쓰실지 모르겠지만, 
그 어떤 단어로 불리든 그 속에 흐르는 마음은 
결국 상대의 속도에 귀 기울이는 일이라는 걸, 이 글이 조용히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퍼플체어/ 그런 것 같습니다. 섹스든 에셈이든 서로의 내면에 귀기울이고 서로의 속도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여겨지네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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