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숍에서 침대까지 3년이 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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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DSM에서 시간의 호흡이 길다. 에셈 욕구를 처음 느낀 사람은 실행에 옮기기까지 보통 몇 년이 걸린다. 내적 갈등와 외적 갈등이 모두 크기 때문이다. 내적 갈등은 본인의 변태적 성향에 대한 두려움이다. 내가 이래도 되나 하는 내적 갈등이 싹튼다. 외적 갈등은 BDSM을 나눌 상대에 대한 불안이다. 지배와 복종 가학과 피학 결박과 수치가 자극되는 에셈 파트너는 일반 섹파와는 현저히 다른 중압감이 있다. 따라서 에셈 경험자는 초심자를 더 배려해야 한다. 초심자는 BDSM 욕구를 느낀 후 생각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고민 기간은 평균 3년이라고 한다. 그녀도 딱 3년만에 내게 다시 연락왔다. 첫 대면은 굉장히 서먹했다. 그녀는 말이 없었고 안절부절 혼란스러운 느낌이었다. 나는 그녀를 최대한 정중히 대했다. 내가 얘기하는 도중에 그녀는 핸드폰을 자주 보며 집중하지 못했다. 나는 내심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예의를 다해 그녀를 배려했다. 그녀가 갑자기 가봐야 한다며 불쑥 일어나 나가버렸다. 나는 어안이 벙벙 했지만 마지막까지 매너를 지키기 위해 그녀에게 조심히 가시라는 톡을 보냈다. 그러나 메시지는 전달되지 못했다. 그녀가 나를 차단했기 때문이다. 나는 기분이 영 좋지 않았다. 우선 내가 잘못한 것은 없는지 먼저 성찰해 보았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실수한 것은 떠오르지 않았다. 마음이 막연히 갑갑했지만 그녀에게 어떤 사정이 있겠지 라고 생각하며 내 일상으로 돌아갔다. 3년 후 그녀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이전과 달리 살가운 태도였다. 우리는 BDSM 쾌락고문 플레이를 나눴다. 그녀도 나도 매우 흥분했다. 분위기가 좋았다. 고문 후 팔베개를 하고 도란도란 얘기를 나눴다. 나는 궁금했다. - 3년 전에 왜 갑자기 나가고 차단했는지 궁금하긴 해 - 오빠 그땐 미안해요 갑자기 생각이 많아졌었거든요 - 어떤 - 그땐 에셈을 실행할 용기는 없었고 아마도 신중한 관망자 정도였던 거 같아요 - 그랬구나 - 그래도 오빠가 매너 있고 안전하다는 인상은 뚜렷이 각인됐죠 - 아 고마운 말이다 - 세월이 흐르면서 에셈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점차 더 강해졌어요 - 아하 - 그래서 용기가 났고 오빠가 다시 떠올랐죠 - 그렇구나 - 사실 그 중간에 몇 명 만나봤는데 매너가 없었어요 에셈남자인지도 모르겠구요 - 아... - 오빠가 더 생각나더라구요 - 그랬구나 - 근데 오빠의 인상이 선하고 부드러워서 그때 내 취향은 아니었어요 - 아하 - 저는 우락부락하고 무섭게 생긴 남자가 더 끌렸거든요 - 그럴 수 있지 - 근데 그런 남자들 만나봤는데 실제로는 소심하거나 또는 너무 악하거나 그래서 좀 식겁했어요 - 아.... - 거칠고 강한 남자는 좋지만 실제로 위험한 남자는 별로였어요 - 그치 안전이 최고야 - 오빠가 침대에서는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 에셈은 반전이 매력이지 침실에서만 강하게... 일상에서도 거칠게 하면 안되지 - 그게 좋은 거 같아요 그리고 제일 중요한 이유 - 뭘까 - 그때 남친과 이별 과정이었거든요... - 아 그랬구나 - 마음이 혼란스럽고 산만하고 BDSM이나 오빠에게 도저히 집중할 여력이 없었어요 - 이해해 - 이제 그런 부분이 다 정리되니까 에셈도 너무 하고싶고 그렇게 됐네요 나는 대답 대신 그녀를 꼭 안아주었다. 에셈여자는 사연이 많다. 혹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보일 때도 있다. 그러나 관용하며 기다리면 좋은 인연이 될 수도 있다. 적어도 3년이 필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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