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자유게시판
후희 후엔 낭독을  
33
포옹 조회수 : 1445 좋아요 : 0 클리핑 : 0

_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잔치, 서울국제도서전에 다녀왔습니다. 올해는 사전 예매에서 입장권이 매진돼 관심을 더했죠. 거기에 배우 박정민 아니 대표 박정민의 출판사 <무제>의 대기 줄은 방문객의 이목을 끌었어요.

전 다독과 거리가 멀고 방대한 지식으로 해박한 사람도 아니며 책은 '직육면체로 된 최고의 걸작품'이란 생각을 하는 보통의 독자입니다. 도서정가제 이전엔 소장한답시고 무턱대고 책장을 넓혀가다 이사를 하며 '이런 짐짝이 따로없네...'라며 중고서점에서도 포화상태인 한때의 베스트셀러들을 고스란히 집에 다시 가져와야 했어요. 그렇게 한바탕 책과 씨름을 하고 나서는 대부분 도서관에서 대여하고 가끔 한정판 도서만 찔끔 사는 스크루지 독자가 됐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책을 접하다 마음을 일렁이는 단락을 만나면 곱씹고 곱씹으며 여운을 즐기게 됐는데요. 메모하거나 사진으로 찍어 놓았다 적절한 때에 누군가에게 전해주는 기쁨이 큽니다. 웃기지만 저의 독서의 이유는 이것 같아요. ㅎㅎㅎ


서론이 길었죠?
후희를 좋아하고 중시하는데, 둘만의 몸의 대화가 끝난 후 보통은 품에 안겨 도란도란 얘기를 하거나 체온을 더 나누며 잠깐 잠이 들었어요. 자주는 않지만 세레나데를 불러주었고요. 근데 책을 읽어주는 경우는 없었거든요.

영화에서 여주는 욕조에 앉아 있고 남주가 다가와 책을 읽어주거나 채광이 좋은 방, 침대 위에 전라로 누워 있는 여주를 그가 한 손으로는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한 손에 책을 쥐고 읽어주는. 그런 어디선가 본 장면을 자꾸 상상하게 돼요. (아, 이런 영양가 적은 상상은 의미가 없으려나. 근데 제겐 왜 이렇게 섹시하지!)

책에 따라 그날의 뜨거움의 장르가 달라질 듯해요.
뭐, 어느 날은 그럴 시간이 어디 있어~하며 던져 두기 바쁠 수 있겠죠?!


오늘 밤은 그의 곁에 누워 내 몸으로 전해지는 온기와 글이 주는 다정함을, 그러다 뜨겁고 뜨겁게 새벽을 함께 맞이하고 싶네요. 야하고 끈적한 그런 시간이 몹시도.
그리움이 몰려오는 밤입니다...
포옹
쪽지는 감사합니다. 즐겁게, 레.홀
    
- 글쓴이에게 뱃지 1개당 70캐쉬가 적립됩니다.
  클리핑하기      
· 추천 콘텐츠
 
spell 2025-06-22 15:51:23
맨살의 감촉을 느끼며 얘기를 하거나
이어폰 하나씩 끼고 음악을 들었던 적은 있었는데
책을 읽어주는것도 생각해보니 꽤 로맨틱한 분위기겠다
생각이 드네요. 상대방의 목소리 책에 대한 느낌을 공유하고
그것에 대해 또 서로의 생각을 전해주고..
포옹/ 상대의 음성과 보듬는 손길, 안고 있다면 전해지는 체취와 온기 그리고 애정 넘치는 눈빛까지... 종합선물 받고 싶네요 ㅎ
lately 2025-06-22 03:20:53
오! 저랑 같은 공간에서 스치셨겠네요. 전 그 무제 인근 부스에서 종일 놀았답니다 :)
포옹/ 즐거운 시간 보내셨나요? 인근 부스라 하면 오이뮤나 유어마인드 다니셨을까요?
lately/ 제 책을 낸 출판사 부스였습니다 :) 오이뮤랑 유어마인드 넘넘 취향이긴 하죠 :) !!
포옹/ 와!!! 어떤 책을 출판하셨을까요? 혹시 바캉스 프로젝트??
lately/ 어떤 책이라고 말씀 드리면 신원이 나오므로ㅠㅠ 취미와 여가 분야 관련인 것은 맞아요 ㅎㅎㅎ
난이미내꺼 2025-06-22 02:00:50
감명깊게 읽은 책을 지인에게 빌려줬고 긍정의 피드백으로 상대가 그 책을 구매했던 기억이 있는데 제 마음이 따스해졌어요. 이런 맛으로 독서를 하고 추천을 하나봅니다.
섹스 후 책을 읽어주는건 어떤 서사가 있으려나요? 제겐 전무한 경험이라 서사도, 아이처럼 이야기를 듣는 상황의 기분도 궁금해지네요.
포옹/ 그런 따스함 너무 좋네요. 어떤 책인지 궁금하구요. 애정하는 사람의 음성으로 읽어주는 한 글자, 한 줄이 달콤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기회가 되면 제가 먼저 읽어주려 해요.
russel/ 져는 읽고 좋은 책은 다 남들 읽어보라 건네주는데 그래서 가진 책은 거의 다 안좋은 책입니다.
난이미내꺼/ 알랭 드 보통의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이에요. 결혼은 하기 싫지만 아이는 낳고 싶어하는 친구에게 건네주고싶었거든요. 상대가 책을 읽어준다면 못 참고 안겨버릴거 같아요. 그거 들을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붙어 있을래요 ㅎㅎㅎ
난이미내꺼/ 러셀님) 그렇담 갖고있는 책 중 제일 마음에 드는 책은 뭐예요?
russel/ 보통의 책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가 재밌었고, 클로이 난 너를 마시멜로해, 불안이 인상적이었네요. 지금 가진 책은 다 업무적인거라... 그냥 최근 대화 정에 레미제라블 이야기 했었네요. 성선? 성악? 타고난 성품인가? 선행이나 악행을 촉진하거나 억제하는 구조 제도에 따라간다고 보는게 맞겠잖나? 한 번의 감쌈으로부터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한 장발장도 개인의 덕성은 고결함에 이르렀으나 결국 아마도 혁명을 하게 될 후대 마리우스를 구해주는 희생을 통해 제도 혁파에 나선 것 아닌가? 빅토르 위고 짱짱맨. 이런 얘기 했네요.
포옹/ 내꺼님) 아직 접해보지 못 한 도서네요. 친구분을 잘 알기에 찰떡같은 책 추천이었겠어요. 전 상대가 책 읽어주면 찰싹~붙어서 귀 쫑긋하고 싶어요 ㅎㅎㅎ 러셀님)<불안> 리커버 나왔을 때 선물용으로 드렸더니 호응이 좋았어요.
russel/ 불안 읽던 시절에 넬 앨범 듣던거 떠오르네요.
난이미내꺼/ 오 불안! 최근에 구매했어요. 아직 첫 챕터에서 넘어가질 못하고 있네요. 개인의 성악 성선을 논하기 전에 사회적 제도에 따라 변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군요. 댓글 즐겁게 읽었어요:)
russel/ 송곳이란 만화에 보면 프랑스계인 까르푸가 부당노동행위하는 이유를 묻자 이 나라는 그래도 되는 나라이기 때문이라 답합니다.
120cooooool 2025-06-22 01:42:02
우리의 믿을 구석_저도 수요일에 다녀왔어요. 영화의 한 장면은 '더 리더'가 떠오르네요
포옹/ 부지런한 분~ 저도 그 영화가 떠올라서 <책 읽어주는 남자> 부재를 달까 했어요.
섹스는맛있어 2025-06-22 01:37:50
저도 상대가 침대에서 제게 책 읽어주는게 로망이라....아 섹스는 고려하지 않고요 ㅎㅎ 아직 실현해본적은 없지만 통화할때 시를 읽어주신분은 계셨어요. 전 너무 좋았는데...근데 당사자는 다음날 이불킥을 엄청 했다고....민망하셨나봐요
포옹/ 통화로 듣는 시 낭독은 떨림이 고스란히 느껴졌을 것 같아요~ 이불킥 ㅋㅋ 저라도 그랬을거예요.
russel 2025-06-22 01:16:12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했던 기억이 나네요.
포옹/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나누셨나요?
russel/ 그 로미오와 줄리엣 있잔아. 다시 읽어보니까 로미오가 원래 맘에 둔 여자가 있는데 그 여자가 줄리엣 가문의 연회에 온단거야. 그래서 로미오가 들키면 두들겨 맞거나 죽을 수도 있는데 감슈하고 들어간건데 거기서 줄리엣을 보고 한 눈에 반한단 말이지? 되게 이상하지 않아? 목숨걸고 여자 만나러 간건데 딴 여자한테 첫 눈에 반해? 난 첫 눈에 반한다는 느낌을 가져본 적이 없어서 영 이해가 안가. 그게 줄리엣이 엄청 미인이라는 강조라기엔 애매하고 운명적인? 그것도 이해가 안되더라고. 블라블라... 대강 이런 이야기였던 것 같네요.
포옹/ 그런 오류를 셰익스피어는 그것 또한 비극이라 말하고 싶었을까요?
russel/ 글쎄요. 제 접근방법이 틀렸겠거니 합니다. 저 말을 하던 시점하곤 좀 지났으니, 전 저걸 이해하려고 했죠. 어느 때부터는 굳이 이해하려고 납득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을 이해할 능력이 없지만 벌어진다면 그 자체는 인정해야죠. 반한다는 느낌은 모르지만 시선이 사로잡히는 일 정도는 있었으니까요. 목숨을 걸어 침투한 열정 또는 갈구가 있더라도 다른 여자를 바라게 되는 것을 보면 사랑은 진중하여야 한다 엄숙함에 두는 내 관념에 비해 가벼워보여 이입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그러나 둘은 정말로 목숨을 걸고 버리게 되었으니 그것이 엄숙하다 아니할 수 없고, 그것은 오해에서 비롯되었으니 경중이 번갈아 번뜩이기도 하지요. 합목적성, 합리성, 일관성, 대의 이런 것들은 논리의 체계이고 각자 삶은 다소 차이가 있어도 모순과 오류가 다 있기 마련이겠죠.
포옹/ 삶 자체가 모순과 오류의 연속이란 생각을 해요. 작가의 세계관을 다 알지 못하지만 사랑과 죽음은 세대와 시대를 넘나드는 주제가 아닐까 싶어요.
russel/ 모순과 오류가 없이는 너무 갑갑합니다.
홀리데이아/ 갑갑해도 좋으니 좀 없애주시면 안댈까요. ㅠ 우선 제 안에도 너무 만하요...ㅡㅡㅋ
russel/ 그럼 말라죽습니다. 전 금융위기나 신자유주의, 계약자유, 계약엄수 이런게 사람을 기계 취급해서 결과적으로 사달난다고 보믄 입장이거든요.
홀리데이아/ 아 마따 나는 기계가 아니지...
russel/ 그리고 원래 인간은 시행착오하는 존재에요. 그래서 합목적성을 찾고 오차를 줄이고 그 다음에 합리를 추구하는거죠. 인공지능도 본질적으로 이걸 모방합니다. 우리 본성 중 하나이기 때문에 거부해도 의미가 없습니다. ㅎㅎㅎ
포옹/ 홀리)불완전한 '나'이기에 '채움의 존재'가 될 수 있단 긍정의 모드를 가져봅시다 ㅎㅎ
1


Total : 37937 (3/1897)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 후희 후엔 낭독을 [33] 포옹 2025-06-22 1446
37896 인민재판 [2] 퍼플체어 2025-06-22 328
37895 드디어 퇴사했어요!! [2] L섹남 2025-06-22 462
37894 연상누나랑 해보고싶네요... 3 비프스튜 2025-06-21 316
37893 섹스가 정말 좋은 이유 ssj2025 2025-06-21 367
37892 푸바오랑 드라이부우 [2] 뾰뵹뾰뵹 2025-06-21 231
37891 지금 부산인데 좀 놀아 주세요 [1] 섹시고니 2025-06-21 442
37890 그날 이후, 나는 그녀를 안고도 외로웠다 퍼플체어 2025-06-21 362
37889 (약후)힛 [13] 지발유 2025-06-21 1804
37888 업데이트 리포트 1 | 메인페이지 1차 개편, 팩토리, 아티클, .. [1] 섹시고니 2025-06-21 306
37887 개편후 글쓰기 도구들이 사라진걸까요? [4] JinTheStag 2025-06-21 353
37886 상법 개정과 코스피 주가 [2] 퍼플체어 2025-06-21 293
37885 그리움만 쌓이네 퍼플체어 2025-06-21 239
37884 에버랜드 즐겁네요 깔깔깔 [5] 뾰뵹뾰뵹 2025-06-21 461
37883 지쳐버린 분들께 위로의 서신 [2] 퍼플체어 2025-06-21 449
37882 그런날이 올까요 액션해드 2025-06-20 291
37881 결제 오류가 아직 온전히 해결되지 않았을까요?.. [4] JinTheStag 2025-06-20 332
37880 이스라엘 이란 핵시설 폭격 [4] 퍼플체어 2025-06-20 496
37879 혹시 관전클럽 같이 가보실 분 계실까요? 비용은 제가 부담하.. 닉네임관전 2025-06-20 578
37878 첫 경험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블랙카이저 2025-06-20 567
1 2 3 4 5 6 7 8 9 10 > [마지막]  


작성자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