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사친이 털어놓은 남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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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오랜만에 단둘이 만나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평소와는 다른 눈빛이었다. 약간 수줍고, 조금은 죄책감 섞인 고백이랄까. 그녀는 커피잔을 한참 들고 있다가 문득 이렇게 말했다. "나… 사실 섹파도 있고, 에셈 파트너도 있어." 나는 깜짝 놀랐다. 그녀는 결혼 8년 차, 두 아이의 엄마였고, 남편은 회사 다니느라 바쁜 외벌이 가장이었다. "…아.. 그렇구나"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했다. "남편도… 다 알아. 다 허락했어." 그녀는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남편은 매일 아침 도시락을 싸고, 아이들 등원도 책임지며 회사까지 다닌다고 했다. 밤늦게 퇴근하고 나면 설거지며 빨래까지 마무리한 후, 조용히 소파에 앉아 쉬는 게 그의 하루였다. “난 사실... 너무 많은 걸 받기만 했던 것 같아. 한 번도 '나'를 위한 시간이 없다고 투정하는 법도 없고, 내가 힘들면 자기가 대신 울어주는 사람이야.” 그녀가 성적인 갈증, 정체성의 흔들림, 그리고 자신 안의 감정적 공허함을 솔직히 털어놓았을 때 남편은 그 어떤 비난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오히려 나보다 먼저 생각해준 건 그 사람이었어. ‘넌 너 자신일 때 가장 아름다워. 나랑 있을 때조차 너 자신이길 바래.’ 그렇게 말하더라.” 그녀는 눈물을 삼키듯 말을 이었다. “내가 너무 욕심 부리는 거 아냐고 물었는데, 그 사람은 고개를 저었어. ‘너한테 자유가 필요하면, 그게 나를 떠나는 자유가 아니라면… 나는 지켜줄게.’ 이 말… 진짜 부처 아니야?”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자존심 하나로도 무너지는 부부 사이에서, 그는 사랑을 소유하지 않고, 이해로 감싸는 사람이었다. “지금도 여전히 나한테 존댓말 써. ‘당신 오늘 컨디션 어때요?’, ‘혹시 내가 도울 일 없어요?’ 이런 식으로. 나 요즘 새벽에 에셈 파트너 만나고 돌아와도… ‘많이 힘들었죠?’ 하면서 따뜻한 물 데워줘.” 그녀는 잠깐 고개를 떨구더니, 조용히 말했다. "나는 그 사람 앞에서 감히 ‘자유’란 말을 함부로 꺼낼 수 없어. 왜냐면 그 사람은 나한테 진짜 자유를 줬거든. 그럼에도 내가 돌아갈 자리를 매일 비워두고 있어." 그녀는 말했다. “내가 다른 사람 품에 안길 수 있었던 건, 결국 내가 진짜 안겨야 할 품이 어딘지 알기 때문이야. 그 사람은 그걸 알면서도… 나를 안 보내지 않았어.” 나는 그날, 인생에서 가장 자상하고 헌신적인 남편 이야기를 들었다. 그건 단순한 참음이 아니었다. 그는 아내가 인간으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자신을 비워내며 기다려준 사람이었다. 세상엔 부처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날 나는 한 사람의 사랑이 진짜 믿음으로 변할 수 있다는 걸 처음 느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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