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자유게시판
섹스리스 - 나의 이야기.  
81
3인칭시점 조회수 : 1771 좋아요 : 4 클리핑 : 2
햇수로 5년 차, 섹스리스예요.

아마, ‘헉’ 하셨을 분들도 계실 거예요.
그러면서 머릿속에 물음표 하나 떠오르겠죠.
“힘들지 않나요?”

그렇게 물으신다면…
처음엔 그랬던 것도 같아요.

그런데....

현재는,
제 자신이 자웅동체가 된 기분이라
힘들지도, 어렵지도 않아요...(는 아닌것 같지만.)

그리고,
또 다른 궁금증이 있으실지도 모르죠.
“그럼, 어떻게 해소하세요?”
그렇게 물으신다면, 전 ‘해소’라는 걸 하지 않아요.

사람마다 얼굴이 다르듯,
욕망의 모양도, 채워지는 방식도 다르잖아요.
전 육체의 충만보단
정신의 충만에 더 무게를 두는 사람이거든요.
아마 이번 생은…
이렇게 살아갈 것 같아요. (웃음)

그럼 또,
‘자기관리를 못해서 부부 사이가 멀어진 거 아닌가요?’
하는 생각이 드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상상에 맡기겠지만, 나쁘지 않을걸요? (웃음)

‘노력 안 해본 거 아니냐’고요?
그럴 리가요.
애썼죠, 정말 많이.

생각해보면,
그런 순간들이 있었죠.
얼굴만 떠올려도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손만 스쳐도 가슴이 뛰었던.

같이 마시는 커피 한 잔에도 마음이 찰랑였고,
그의 말 한마디가 하루를 들뜨게도, 가라앉히기도 했었던
그때의 그 시간, 그 기억들.

그러나,
부부라는 관계는
사랑만으로는 유지되지 않더라고요.
서운함, 오해, 책임, 피로…
말 못 한 감정들이 하나씩, 둘씩,
풀지 못한 문제처럼
그렇게 쌓이다 보면,
어느새 퇴적층처럼 굳어지고,
협곡이 되어,
건너갈 수 없을 만큼 깊디깊은 심연으로 자리매김하죠.

‘노력’이라는 건,
쌍방이 해야 하는 건데,
부부 사이엔
항상 ‘속도’만 있고, ‘리듬’은 없어요.
그마저도
한 사람이 맞추기 시작하면
그건 곧 일방이 되고,
그렇게 되면 결국
해결이 아닌 반목만 남죠.

자연스레,
‘단념’이라는 걸 받아들이게 돼요.

사람이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 유한하듯,
사랑할 수 있는 마음도 유한한데,
그렇게 내 마음이
깎이고, 깎이고, 또 깎여서, 더는 깎일 곳이 없어지면
‘미련’이 사라진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리고, 그 미련이 사라지면
마치 구속에서 벗어난 듯
영혼이 가벼워져요.
홀가분함이라고 해야 할까요?

딱.
여기까지면 좋을텐데,
하필,
그 자리에 슬며시 들어오는 감정이 있어요.
허전함이죠.

재미있죠?
벗어난 듯 자유로운데,
텅 빈 자리가 생긴다는 것이.

가끔은,
내 젊음이 아깝고,
내 열정이 아깝고,
무엇보다 ‘나’라는 내가 아까워서
양가감정 속에서 혼자 내적 혈투를 벌이곤 해요.

항상 그 싸움의 승자는 정해져 있어요.
바로,'나’예요.

어제도 혈투가 있었죠. (웃음)

그래서, 저는 또다시 중심을 잡고,
크게 심호흡을 하고,
묵묵히, 열심히 오늘의 삶을 살아요.

아침에 일어나 양치를 하며,
거울 속 자신에게 말하죠.
“나는 행복하다. 행복하다. 행복하다.
이만하면 복에 겨운 삶이다.”

이렇게 얘기를 풀다 보니,
측은지심이 유발되는 포인트가 생기는데,
타고나길 긍정적인 사고의 소유자일 뿐더러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도 아니라
저는 정말 행복합니다. ㅎ

그리고,
제 남편은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다만, 저와 결이 다를 뿐.

해서,

저는 오늘도
멋지고, 근사하고,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엄마 밥을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 식사를 준비하고,
식집사에 충실하며,
밤이 오면,
조용히 나를 잃지 않기 위해
‘나’를 돌아봅니다.

누군가의 아내이기 전에,
엄마이기 전에,
나는 ‘나’이기에.
그걸 잊지 않으려고 해요.

음...
혹여라도,
저와 같은 분이 계시다면,
잊지 않으시길 하는 바람을
이 글에 조심스레 담아 봅니다.
3인칭시점
Love all, trust a few.
    
- 글쓴이에게 뱃지 1개당 70캐쉬가 적립됩니다.
  클리핑하기      
· 추천 콘텐츠
 
어려사이둥소 2025-07-05 20:31:08
저와는 다른 해결 혹은 인내의 방식을 택하신 것 같아서 집중하면서 읽었습니다.
타고나길 긍정적인 사고의 소유자이시며, 외로움을 타지 않는 기질이 어쩌면 그 차이를 만든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됐습니다.

저는 거기에 더해, "과연 결혼 혹은 사랑의 본령이 무엇일까"에 대한 질문 앞에서 3인칭시점님과 같은 지혜로운 확신, 혹은 행복한 책임의 자처가 이뤄지지 않아서 이렇게 된걸까 싶기도 하구요.

진심을 담아 응원합니다. 저는 가지 않기로 한 길이지만, 저도 그 길을 선택할 수 있었다면 (정말 어쩌면) 저를 포함해서도 모두가 더 행복하고 바른 질서에 맞게 살게 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하거든요.
'나'를 잊지 않기로 하는 그 여정이 항상 행복과 연결될 순 없어도 충분한 정도로는 행복과 연결이 계속 이어지시면 좋겠습니다.
3인칭시점/ 이 글은 제 자신의 중심을 다잡기 위한 글이기도 해요. 확신이라기 보단,제가 원하는 방향으로의 노력이 맞을테고요. 글 내용에도 있지만, 어제도 혈투를 치렀거든요.ㅎ;; 정말 지키고 싶은 중심인데, 어려워요. 저의 삶에 있어, '옳다, 그르다' 의 기준보단, 내게 있어 어떤것이 최우선 순위인가를 고민했던 애쓴 흔적 정도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응원의 말씀 감사드리고, 어려사이둥소님께서도 행복하시길 응원드릴게요. 편안한 밤 되세요 : )
퍼플체어 2025-07-05 20:16:38
두번 읽었습니다.
정독했네요.
생각이 깊으시고 올바른 분 같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행복해보이십니다.
3인칭시점/ 행복해지려고 노력중이데, 참...쉽지만은 않네요. 감사합니다 : )
seattlesbest 2025-07-05 18:34:04
산듯하고 달콤하던 사랑이, 피할 수 없는 책임으로 바뀐 것 아닐까요?
그 책임을 요구한 사람(들)은 나에게 또 다른 행복을 주잖아요.
그 중간에서 길을 잃어버린 섹스가 슬퍼할 뿐.
3인칭시점/ 음....행복뿐일까요?ㅎ 좋은 말씀 감사드려요 : )
seattlesbest/ 나의 모든 것 :-)
seattlesbest/ 글 나중에도 지우시지 말아주세요. 또 읽고 또 읽게.
3인칭시점/ 설익은 글임에도 좋게 봐주셔서 감사드려요. 편안한 밤 되세요 : )
블랙아머 2025-07-05 18:06:38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3인칭시점/ 블랙아머님 언제나 감사해요.b
후라지아 2025-07-05 16:44:23
글을 어쩜 이리 잘 쓰시나요?
진짜 많이 공감합니다.
3인칭시점/ 제 글에 공감이 안되셨다면 좋았을거란 생각이 문득 드네요. 공감해주셔서 감사하고,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지금은 어떠신지도 궁금해지네요.
라라라플레이 2025-07-05 11:55:47
같은 입장으로 공감 백개
드립니다
3인칭시점/ 토닥토닥...
Masseur 2025-07-05 11:41:15
자기만의 수준낮은 기준으로 타인 또는 타인의 사정을 평가하고 훈계하는 사람들이 꼭 읽었으면 합니다.
3인칭시점/ ㅎㅎ 제 사례가 누군가에게 공감이 된다면 그 또한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네토스토리 2025-07-05 11:08:34
휴... 저역시 와이프와 비슷한 시기를 겪었기에 너무나 공감되는 얘기들 입니다 ㅠㅠ  저희는 서로양보하고 노력하며 많은 대화로 지금은 너무나도 잘맞는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쉽지않은 일이었죠....  많은 노력을 하신것 같아 더욱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그래도 슬기롭게 해쳐나가고 계신것같아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다만 너무 혼자가 되진 마셨으면 해요.  사실 무엇보다 혼자라는게 너무 힘들더라구요.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이기 이전에 스스로 내 이름을 불러보시고 주변 지인들과 더 많은 활동과 교류를 통해 더욱더 행복한 시간만 보내셨으면 합니다.  연예시절의 추억을  다시 느낄 수 있도록 남편과의 관계회복에도 서로 같이 노력해서 다시 뜨거운 부부가 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화이팅!!!!!
3인칭시점/ 저의 행복이 곧 가족의 행복과도 직결된다는걸 알기에, 즐겁고자 노력해요. 응원의 말씀 감사합니다!! : )
marlin 2025-07-05 10:59:01
충분히 공감 하고 이해 합니다
끝까지 화이팅 입니다~^^
3인칭시점/ 공감과 응원 감사합니다. 덕분에 힘이나네요 : )
1


Total : 38042 (2/1903)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38022 레드홀릭스 여성분들 최고! [2] new 블링스츠 2025-07-06 430
38021 레이저 제모 글을 보고 생각난 [4] new 약쟁이 2025-07-06 298
38020 후) 궁디 [16] new 사비나 2025-07-06 1414
38019 어떤 외로움 [6] new 어려사이둥소 2025-07-06 494
38018 전화할 여자분 new 폰섹하자구 2025-07-06 356
38017 잘생긴(?) 그녀 [2] new 우르쎈 2025-07-05 868
38016 다양한 소비 트렌드 new 퍼플체어 2025-07-05 233
38015 후] 덥다더워 [11] new 지발유 2025-07-05 1840
-> 섹스리스 - 나의 이야기. [21] 3인칭시점 2025-07-05 1774
38013 너무 일찌감치 정상성을 벗어나버린 성욕들 [4] 어려사이둥소 2025-07-05 663
38012 레이저로 브라질리언 해보신 분 계신가용 [11] 즈하 2025-07-05 763
38011 헬스는 정력강화에 좋다! (아카이브를 보다 발견한 사실).. [4] 어려사이둥소 2025-07-04 576
38010 머리채잡고 욕하면서박고싶다 [3] 의자킹 2025-07-04 678
38009 충분히 괜찮아 [12] spell 2025-07-04 1302
38008 오늘 킨키바 가는데 같이 가실분 있으실까요~~~~.. 전력을다해서 2025-07-04 411
38007 젖은라는 곳은 안젖고 애먼 곳만 ???? [11] Sm인가 2025-07-04 993
38006 약후?) 그냥 몸사진 [2] 히히12a 2025-07-04 1745
38005 갈등 지능과 승진 리더십 [4] 퍼플체어 2025-07-04 414
38004 (궁금) 초대관련 쪽지 [3] 강철조뜨 2025-07-04 777
38003 언젠가는 저도 섹스를.. [4] 어려사이둥소 2025-07-04 555
1 2 3 4 5 6 7 8 9 10 > [마지막]  


작성자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