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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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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가장 미움 받는 것도 아마 이 무렵일 것이다. 불볕더위와 습도는 사람을 쉬이 지치게 만들고, 다들 서늘한 계절을 그리워하며 여름이 싫다는 말을 무시로 내놓는다. 나는 여름에 귀라도 달린 것처럼 그런 말 앞에서 움찔하며 괜히 이런 하이쿠를 만지작거려본다.


얼마나 운이 좋은가
올해에도
모기에 물리다니!

-고비야시 잇사


이 짧은 문장을 이해할 만큼 여러 번의 여름을 살아낸 사람이라면, 어떤 계절도 미워하며 보내지 않겠지. 더위가 정점에 이르렀다는 건 앞으로 차차 식어갈 일만 남았다는 것. 대서 무렵이면 자전거 패달을 힘겹게 밟아 여름 언덕의 꼭대기에 오른 기분이다. 매년 겪으면서도 그 자리에 올라서야 아, 맞아,여름이란 이런 거였지 한다. 이제 바람을 가르며 언덕을 내려갈 일만 남았고 그 아래엔 마중 나온 가을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 생각을 하면 이 언덕 위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 여름 안에만 있는 것들을 자꾸 돌아보게 된다.

더위에 지치는 것도 여름이어서 가능한 일. 한겨울의 혹한속에서는 어쩌면 그리워할지 모를 순간. 주머니를 뒤집었을 때 나오는 모래 알갱이나 천 가방에 희미하게 밴 바다 냄새처럼. 겨울 속에 있을 때 내가 여름의 무엇을 그리워하고 했는가를 떠올리면, 눈앞의 여름을 좀 더 기운내서 살아간 힘을 얻게 된다.


김신지 - <제철 행복>중에서




무더위로 마음까지 지치지 않게
부디 건강하기를.
포옹
본능을 알아가는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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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werfvbh 2025-07-07 08:37:51
하이쿠, 좋아요.
포옹/ 응축된 계절감이 있죠?
qwerfvbh/ 네. 응축. 하이쿠에서 정말 중요한 거 같아요. 짧은 만큼 집약되어 있는 느낌. 유명한 하이쿠 읽었을 때 탄성이 나오는 것도 많더라고요.
Ririka 2025-07-07 02:19:42
“여름의 정점에서야 비로소 여름을 이해한다”는것 같아 참 인상깊네요:)
잇사의 하이쿠처럼, 사소한 불편마저도 살아 있음의 징표로 바라보는 시선이 마음을 환기시켜 줍니다.
지치기 쉬운 계절이지만, 그 속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들을 놓치지 않고 건강히 잘 지내요:)
포옹/ 여름이기에 여름이라서 누릴 수 있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글귀였어요. 더운 계절 휴식 취하면서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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