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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무너지고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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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우 조회수 : 480 좋아요 : 1 클리핑 : 1


서울 성동 경찰서 교통과에서 전화가 왔다. 교통과? 차 필요없어서 내 차도 없고 사고 난적도 없는데 교통과가 나한테 전화를 왜 해? 보이스피싱 안받는다. 그런데 계속 전화가 와서 어 뭐지? 알고보니 아버지가 전동휠체어에 리어카 연결해서 박스 폐지를 줍고 다니는데 보행자를 부딫친 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이였다. (아버지에게 핸드폰을 드렸으나 고마운줄 모르고 소중히 여기지 않은채 몇번이고 분실해서 결국 포기했다.)

아버지에게 물으니 그제서야 진짜임을 알게 되었다. 자신 힘으로 해결도 못하면서 가족한테 뭔 일 생겼다고 이야기도 안하고 있는거지? 난 투명인간 취급인가? 아 하긴 35kg 다이어트 감량에도 유일하게 무반응한 인간이 가장 가까운 혈연관계인 이 아버지란 작자이니...

사고는 크지 않았고 아버지 신세 감안해서 길게 끌지 않고 치료비는 원만히 합의 되었다. 다만 아버지는 처음엔 미안해다가 부담스러운 시점이 되니까 화를 버럭 내면서 교도소 가면 그만이라며 배째식으로 하는 바람에 사과와 치료비는 나의 몫이 되었다. 

난 아무 잘못도 없는데 왜 내가 돈을 지불해가며 고개 숙이고 사과해야하는가...원래 보통 반대아닌가? 철없는 자식의 사고를 부모가 대신 책임지며 피해자에게 사과하는 그런 이미지아닌가? 이미 눈 치료비, 벌금 등도 내가 대신 낸 적 있어서 사실 나는 내 할 건 다 했다. 나도 모른척 배째고 외면하고 싶었다. 내 잘못도 아니잖아? 교도소로 치워버리면 나 혼자 편하게 있을 수 있다.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자식으로써 최선을 다해도 고마운줄 모르니 더 이상은 못하겠다. 한마디면 깔끔해질텐데 결국 못했다. 

이런 내가 바보같다. 병신같다. 마음 한편으론 아버지를 원망하고 증오하고 내 손으로 죽이고 싶은 마당에 합법적으로 내 손 더럽히지 않고 아버지를 내 앞에서 치워버릴 기회를 놓쳤다. 계속 할머니가 아버지랑 같이 잘 살라고 한 말이 마음에 맴돈다. 아버지는 방치하고 어머니는 집을 나가버려서 보육원 신세로 버려졌을 나를 할머니가 편안한 노후를 포기해가며 나를 위해 나만 바라보다가 아버지랑 같이 잘 살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가셨다. 나를 키워주고 내 생명의 은인이나 마찬가지인 할머니의 부탁을 죽었다고 어떻게 칼같이 외면해버릴수 있을까...이 사고 피해자 또한 무슨 죄란 말인가. 내가 외면해버리면 아버지랑 나랑 다를 바가 무엇이란 말인가?

나를 위한 이기적인 선택을 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아버지가 좋아서 옹호하는 것도 결코 아니다. 나는 무엇을 위해 태어났고 살아가는지 모르겠다. 감정 상태만 보면 죽음에 가깝지만 그렇다고 쉽게 죽을 수도 없다. 나도 제발 좀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생존본능도 있고 나 아니였으면 편안한 노후 생활하셨을 분이 나 하나때문에 다 포기하셨다. 그러니 나는 내 목숨을 내 멋대로 죽을 수도 없다. 

내 곁에 할머니가 계셨다면...어머니가 계셨다면...형제자매가 있었다면...여자친구가 있었다면...하지만 내 곁엔 아무도 없다. 여기 레홀에선 서로 싸우기도 하고 그리운 추억에 잠기기도 하고 섹스 파트너를 구하거나 아니면 이미 즐거운 섹스생활을 즐기고 있는 등 이런 저런 사람 사는 일상들을 보내고 있는데 나홀로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살아있는 지옥같은 세상에 있는 것 같다. 술 담배에 의존 하고 싶어도 막상 아버지 PTSD때문에 술 담배도 못한다.

말도 못한채 산소 호흡기에 의존하면서도 나를 계속 바라보던 할머니가 떠오른다. 눈물난다. 그립다. 보고싶다. 할머니 품에 안기고 싶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상황이 부정적이진 않다. 여친은 커녕 연애 해본 적도 없고 좋은 가족마저 없지만, 주변에 응원해주는 좋은 사람들이 있다. 당장 돈이 궁한 것도 아니다. 내 집 아파트는 꿈꿀수 없지만 내 몸 간수할 정도는 되니 다행이다. 또한 아픈 곳도 없고 사지도 멀쩡하다. 나보다 힘들고 절망적인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그렇게까지 최악의 상황은 아니다. 

이 세상은 내게 손을 내밀어 주지 않는다. 쓰러져 있어봤자 차가운 현실의 바람만 불어올 뿐이다.
아직 내 손에 있는 것들을 생각하며 다시 일어서야지.
마치 세뇌하는듯이 서영은의 혼자가 아닌 나, 노라조의 형을 계속 듣는다. 살아야지. 
굳이 죽으려 하지 않아도 언젠가는 죽을 거고 사후세계란 것이 있다면 나는 정말 최선을 다했다고 할머니 앞에 당당히 말할수 있어야하니까....
송진우
자기 증명을 위해 열심히 헬스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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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옹 2025-10-24 23:17:59
글을 읽고 먹먹한 마음을 갖는 것조차 예의가 아니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진우님이 선택할 수 없는, 선택 되어짐 그 순간순간을 어떻게 넘겼을까...헤아려 봅니다.

조심스레 진우님의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응원합니다. 상실감이 크지 않길, 무너진 마음이 더는 다치지 않기를요.
오늘도 스스로를 증명하고 있으니 또 한 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해요.
포옹/ 제가 '나는 누구인가' 답을 찾는 길에 많이 들었던 노래가 있어요. 이소라의 [Track 9]
홀리데이아 2025-10-24 22:39:18
스크롤을 찬찬히 내려가면서 읽어야하는 글이 있습니다. 속독이 불가능한 글. 굳이 로그인을 해가면서 댓글까지 남겨야 할, 응원하고 싶은 글이요.

뱃지로 글을 수놓는 것보다, 댓글로 만나본 적도 없는 당신께 마음 남기고 싶습니다. 받아들일 수 있을만큼 받아들이시고, 소화시켜가시면서 생을 잘 꾸리셨음 좋겠어요. 의외의 좋은 물결이 분명 송진우님께 닿아 오기를, 진심담아 기원드리겠습니다.
여름은뜨겁다 2025-10-24 22:29:01
힘들어 무너진 사람한테 힘내라는 말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좋은 위로의 말을 찾지 못하겠네요.
오늘만 아니 당분간만 힘들어하시고 금방 털어내고 일어나시죠.
응원합니다.
혹시 노래 듣는거 좋아하실까요?
브로콜리 너마저 - 사랑한다는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한 곡 들어보시면서 푹 쉬십쇼.
qwerfvbh 2025-10-24 21:54:01
고생많으셨네요. 오늘은 좀 쉬세요. 그동안 잘 해오셨고 앞으로도 잘 하실거 같아요. 휴식이 진우님을 마음을 위로해 드립겁니다. 감정이 격해지면  저 같은 경우는, 천천히 달립니다. 숨소리만 들으면서요. 그럼 하나씩 하나씩 사라지더라고요. 오늘도 수고하셨어요.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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