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자유게시판
지구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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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미성욕자 조회수 : 1700 좋아요 : 2 클리핑 : 0
적당히 취한 귀갓길

매연과 소음을 피해

대로변을 두고 뒷길로 접어든다

골목 입구 편의점

파카 안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고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건넨다

왼손에 지갑을 들고

오른손으로 담배와 라이터를 건네받아

파카 오른쪽 주머니에 넣는다

결제를 마친 카드를 오른손으로 건네받아

왼손에 들고 있는 펼쳐진 지갑에 꽂는다

든 거 없는 지갑이 불룩하다

편의점을 나서며 지갑을 불룩하게 만든 그 놈들을 꺼내 왼손에 쥐고

오른손으론 지갑을 쥐어 안주머니에 넣는다

손에 쥔 그 세 놈을 하나씩 찬찬히 살펴본다

한날한시에 만들어진 세 놈이다

유효기간 일주일 남짓 남은 콘돔 세 개

세 놈을 왼쪽 주머니에 넣고

오른쪽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천천히 뜯는다

한 개비 꺼내 양 입술 사이에 지긋이 물린다

절대 깨물지 않는다

입술 사이로 전해지는 딱 그 굵기가 마음에 든다

열아홉 개비 남은 담뱃갑은

오른쪽 어깨에 맨 작은 가방 앞주머니에 넣는다

다시 오른쪽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낸다

뜨거운 불길이 나올 그 구멍을 막은 스티커를 뗀다

오른손 엄지손가락 끝에 힘을 주고 누른다

파아란 몸뚱아리 위로 치켜든 노오란 대가리를

하얀 막대기에 바싹 가져다 댄다

불 꺼진 라이터를 오른손으로 쥐고

오른쪽 어깨에 맨 작은 가방 앞주머니에 집어넣는다

윗입술 아랫입술 두 입술 사이에 문

불 붙은 하얀 막대기를 오른손 검지와 중지로 살포시 쥐고

천천히 입을 벌린다

목구멍이 따끔따끔하다가 폐까지 매캐함을 느낀 뒤

천천히 내뿜는다

왼손은 왼쪽 주머니 속에서

세 놈을 만지작거린다

잠 안 오는 밤 천장 보고 누워서 불알 만지듯

이 골목은 좌우 양쪽으로 모텔이 이어지는 골목

늦봄이나 초가을 바람 살랑일 때

재수 좋은 날이면

열려진 창문 뒤 어두운 방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 소리

이삼 초 간격으로 이어지다 끊어지다 하는 그 소리

이어폰 끼고 몰래 듣던 그 소리를

자연의 소리로 생생히 들을 수 있는

그 골목

평일 밤 늦은 시간 인적 드문 가운데

이따금 암수 한쌍이 나타나 자동문 뒤

그 세계로 사라진다

그렇게 한 쌍 두 쌍 보내고

추운 겨울밤 열려 있을 창문도 없기에

씁쓸히 귀갓길을 다시 이어간다

문득 멈춰 선다

어느 자동문 앞 세 칸짜리 계단 아래

왼손을 왼쪽 주머니에서 꺼낸다

꺼낸 손에는 그 세 놈이 쥐어져 있다

세 놈을 자동문 앞에

조심스럽게 던진다

생각한다

이젠 사지 말자

환경을 위해

지구를 위해
극미성욕자
작은 소망이 있다면, 남은 이 극미량마저 사그라지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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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럭사랑 2015-12-31 11:47:26
아이쿠 준비된 남자분이시네요 ...
극미성욕자/ 늘 준비는 되어 있는데 그 준비가 아무런 쓸모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준비 안 하려고요. 자원 절약과 환경 보호를 위해서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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