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 프랑스의 PA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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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 권리’를 인정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프랑스의 사례를 통해 접근해 보자. 프랑스에선 1999년 11월, ‘PACS(Pacte civile de Solidarite: 시민연대협약)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PACS는 “공동생활을 영위할 목적으로 이성 또는 동성의 성년 사이에서 체결되는 계약”이다. 계약을 체결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공동생활을 영위하고자 하는 두 사람이 합의 하에 계약서를 법원에 제출하면 된다. PACS 관계에 있는 사람들은 서로 간 부조의무를 지며, 계약 이후에 얻은 재산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두 사람이 균등한 비율로 공유한다. 또한 사회보장, 납세, 임대차계약, 채권채무 등도 결혼관계에서와 마찬가지의 권리와 의무를 보장 받는다. PACS 관계는 결혼 관계나 동거 관계의 중간쯤에 해당한다고 보면 되는데, 프랑스 사회에선 이 제도를 통해 동성커플들도 법적인 보호를 받게 되었다. 진보적 성향의 정당과 동성애자인권운동을 하는 단체들이 10년 동안의 입법운동을 통해 얻어낸 것이다. PACS에 관한 법률제정이 갖는 의미는 동성커플들의 합법적 동반자 관계를 인정했다는 것에서 더 나아간다. 연인 사이가 아니더라도 친밀한 관계에 있는 두 사람이 공동생활을 원하면 ‘PACS를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부부관계처럼 복잡한 이혼절차 없이 한 쪽이 계약파기서를 제출하면 PACS 관계를 끊을 수 있기 때문에, 이성커플들도 PACS를 맺는 경우가 많다. 물론 여기에도 단점은 있다. PACS는 친족간에는 성립될 수 없고, 세 사람 이상의 관계에 대해서도 적용되지 않는다. 상속권 및 입양권 등에 있어서도 개선될 여지가 많은 제도이기 때문에 프랑스 내에서 이를 개선해나가고자 하는 움직임도 계속되고 있다. 동거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었던 프랑스에서 ‘PACS’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것은, 부계중심 ‘혈연’관계와 ‘결혼’으로 인한 결합만을 ‘가족’으로 인정하는 한국사회에 시사하는 바 크다. 이혼율 급증과 출산율 저하 등 변화하는 사회 현상들을 ‘부부의 날’ 제정과 같은 시대착오적 발상으로 막아보려 하고, 끊임없이 ‘정상가족’으로의 복귀를 외치는 고루하고 획일화된 정책은 결코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함께 살 권리를 인정한다는 것은 ‘그냥 같이 살게 내버려두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라, 그에 대한 합당한 제도적 보호와 혜택을 주는 것이다. 즉, 다른 형태의 삶을 사는 사람들이 ‘법적으로 차별 받지 않는’ 권리를 사회가 보장하는 것이다. <여성주의 저널 일다> 강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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