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덤] 허무함... 그 빈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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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신음과 열기가 가득했던 좁은 오피스텔 한 구석에 앉아서 밀렸던 글의 타이핑에 열중하던 중, 날아온 문자 하나. 오빠는 내가 좋아? 내 몸이 좋아? 문자질로 삐끗하면 싸데기 맞기 딱 알맞는 질문이었다. 전화기를 들고,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네가 좋아서, 몸도 좋아하는거야. 돌려 말하지 말고. 사람이 사람 좋아하면, 몸은 당연한 순서 아닐까? 무슨 엄청난 철학이 필요한게 아니라, 본능이잖아? 오호.. 본능적으로만 좋아한다는거야? 어차피 싸우자고 돌을 던질 때는 그대로 맞거나, 상대편이 포기할 때까지 몰아붙이거나 해야 한다. 다만, 그러기엔 시간이 너무 늦었고, 글도 거의 마무리 되어가는 상태였기에 조용히 죽기 직전까지만 돌을 맞자 생각했다. 언제 오빠가 나한테 좋아한다거나, 사랑한다고 이야기 한 적 있어? ... 솔직히 몸만 좋아하는거 아니야? ... 내가 무슨 자원봉사라도 하는거야? 표정까지 덤덤한 인간한테 내가 뭐하는 거냐고? ... 갑자기 울기 시작한다. 이젠 돌만 맞고 쓰러져서 죽은체 한다고 해도 해결 방법은 없다. 좋아한다, 사랑한다 이야기 하면, 나뿐 아니라, 너 역시도 생각이 바뀔꺼야. 서로 집착해야 하고, 집중이라는 핑계로 괴롭히고, 뜯어내고 찢어발길꺼란 말야. 내가 좋아? 넌 내가 어디가 좋아? 날 사랑해? 왜 사랑해? 미친 새끼. 개새끼. 전화가 끊어졌고, 문자가 하나 더 왔다. 그만해. 전화를 하지 않았다. 그냥 내버려 두자. 회사 근처에 밤샘과 야근을 핑계로 얻은 원룸 오피스텔에 그녀가 들이 닥쳤을 때부터 알아 차렸어야 했다. 자꾸만 나 좋아해?를 묻는 그녀에게 대답하지 못했을 때 깨달아야 했다. 그 섹스가 끝나고 나면, 허무감에... 허무함에... 더 많은 것을 요구할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요구 때문에.. 그 요구를 핑계로 난 도망치게 되리라는 것을. 빈자리.. 메워지지 않는 빈자리는 과연 사랑함 뿐일까? 빌어먹을 철학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잠시만 생각해보아도, 그냥 떠올려보아도 다른 해법이 없다. 맥주 한 캔에 생각을 마비 시켜보려 하지만, 결국은 생각은 꼬여만 가고, 무엇을 쓰고 있는지도 모르는 글만 손가락 사이를 벗어나온다. 허무함... 그 빈자리...빈자리를 메워볼 좋은 방법은 없을까.... 젠장. de Dumb squa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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