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덤덤] 폭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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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의 계약.. 꽤 오랜 기간을 끌어왔던 계약이 이젠 마무리되었다고 느끼는 순간... 온몸의 긴장은 풀려 버렸고, 술기운은 상상을 할 수도 없는 속도로 정신을 잃게 만들었고, 저절로 움직이는 듯 걸어가고 있지만, 심하게 늘어진 몸으로 집으로 향했던 것 같다. 아침에 정신을 차리려 노력할 때, 눈에 띈 냉장고 옆 맥주 4캔과 편의점에서 산 것으로 보이는 감자 스틱 한 봉지. 저것들은 대체 왜 사온걸까? 마시지도 못하면서.. 목이 칼칼하다. 온통 엉망인 방안에, 유일하게 어제 입었던 옷들만 잘 정돈되어 있다. 옷 만큼은 멀쩡하게 챙기다니... 차라리 정신을 챙기지.. 불은 켜져 있고, 커텐은 닫지도 않았으며, 이불은 침대 밑에 떨어져 있고, 팬티만 입고 엎어져서 덜덜 떨며 자고 있었다. 평소 아무런 불편도 느끼지 않는 혼자 사는 삶인데.. 꽤 오랜 시간 동안 잊고 있던 '혼자'라는 것이 이렇게 처절함을 남기는구나. ... ... ... 기억을 더듬어 보니 그녀와 오랜 시간 통화를 한 것 같다. 휴대폰을 확인해보니 1시간이 훌쩍 넘는 시간이 찍혀 있다. 기억에 남는 것은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내가 집에 잘도착하게 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말을 걸어주고, 또 도와주던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 아 그랬다. 그녀와 통화하면서, 옷을 차곡 차곡 잘 정리했던 것 같다. 옷을 잘 벗어두고, 정리하고, 테이블에 앉아서 휴대폰 옆에 코를 박고 통화를 했었다. 통화를 하면서 스피커폰으로 울려나오는 목소리가 너무나 귀여웠다는 생각이 들었었고, 통화 중에 보내준 귀엽지만 왠지 모르게 눈빛이 이상한 동물 모양의 베게 사진을 바라보면서, 그것을 껴앉고 있을 그녀를 떠올리며 묘한 질투의 말들을 내뱉었던 것 같다. 팔꿈치와 무릎이 아픈 것 같다. 테이블 여기저기에 부딪혔던 것이겠지. 그래 맞다. 그래서 그녀가 오늘은 상비약을 챙기라고 했었다. 그리곤 기억이 없다. 조각조각 부서진 기억들을 더 모아보려 하지만, 머릿속은 백지장 같다. ... ... ... 중국에서 메일을 보냈으니 확인하라는 카톡이 와 있다. 후아.... 쉴 틈을 안주는구나. 그래, 계약 끝내고, 입금 했다고 일이 끝나는게 아니라, 이제 시작이니까. 이제 다시 정신을 차려 보는거야. 조각조각 나뉘어서 제대로 기억 못하는 춘일몽 같은 일들은 정리하고, 다시 달리는거야. 간을 지치게 하는 폭주(暴酒)가 아니라, 브레이크 없이 달려가는 폭주(暴走)를 해야 하니까. 설사 오늘이 토요일이라 해도 말이지. de Dumb squa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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