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일요일 아침, 아메리카노에 붙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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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맞아요. 지금 법원 앞이에요. 알지요? 일요일 아침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풍부한 흑갈색 머릿결의 나의 연인. 아메리카노. 아침에 아메리카노 한 잔 받아들고 차 안에 앉아 뚜껑을 열고 흐 음~ 첫향을 뿜어내는 증기를 얼굴에 가득 맞습니다. 목선과 얼굴을 타고 머리 위로 흐르는 향의 물결이 꼭 당신 손이 어루만지는 것만 같아요. 강아지처럼 얼굴을 부르르 털고 첫 모금은 가볍게 입술에 입맞추듯 향기반 커피반으로 한 모금을 마십니다. 하. 아 . 강릉 바다를 뒤로하고 당신이 입에 가득 머금고 전해주던 커피맛을 닮았아요. 거친 바람도 없고 그 보다 여린 맛이지만. 눈을 감고 있는 내겐 당신의 입술이 그대로 느껴집니다. 살며시 눈을 뜨고 실루엣처럼 사라지는 당신을 어루만지다 눈을 다시 감아요, 당신이 떠나지 못하도록, 두 번째 모금을 마십니다. 입 안에 가득 채우고 혀를 굴려 온 갖 맛을 음미합니다. 오늘 커피는 늘 한자리에서 커피를 볶던 아가씨가 만들었어요. 창문에 반사된 흐릿한 반쪽과 뒷모습만 보였는데 오늘은 얼굴을 마주하고 섰네요. 단발에 말쑥한 차림이 보이시합니다. 아메리카노 뜨겁게 맞지요? 아. 나를 기억하는군요. 눈을 마주하는 걸로 봐서는 키도 꽤 크구요. 발음도 또박 또박하니 어쩜 당신을 닮았네요. 커피를 건낼 때 살짝 손을 터치했지만 당신처럼 나를 소름 돋게 하질 않아요. 당신과 처음 손을 스친 날. 그 백만볼트짜리 전기를 흡수하고는 어쩔줄 몰라했던 나를, 그런 나를 당신은 모릅니다. 두번째 모금. 입안을 뜨겁고 짜릿하게 쏘는 전기같은 맛에 그 날의 당신을 떠올립니다. 유혹도 아니고 관심도 아닌 그저 마주친 눈빛에 나는 묶인 것이죠. 나를 당신에게 묶는 두번째 모금입니다. 남은 커피는 조금 더 식혔다 마셔야 겠어요. 아침부터 이렇게 뜨거워지면 난 오늘 내내 당신을 괴롭힐지도 모르겠기에. 새소리 한 소금, 철쭉향은 두 소금, 변함없는 사철나뭇잎 서너개를 남은 커피에 담고 뚜껑을 닫습니다. 우리에게 마법같이 멈춘 시간도 다시 흐르겠군요 . 이 커피를 전해 줄 때까지는 내 생각을 놓지 말아요. 이 커피. 내 입술로 당신 입술에 전해줄 때 까지는.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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