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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되돌리다. 길고 지친 오늘을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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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에서 애잖하게 흐르는 어머님 마음(이 노래의 제목이 어머님 마음인지 처음 알았어요. 나이는 알아서 잘 먹어야 합니다. 이제야 알았다니!)을 들었어요. 커피가 식는 줄도 모르고 듣고만 있었습니다. 그렇게 마음은, 수채화 물감튜브를 꾹 눌러짜듯이 뚝 뚝 가라 앉는 색의 줄기로, 눈부신 녹색으로 선명해집니다. 아마 녹색은 자연의 색이기전에 어머니의 색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드는군요.
눈 앞에 은행나무도 눈부신 녹색으로 새 옷을 입었어요. 밤잠에서 깬지 얼마안된 내 머리카락처럼 제 키보다 웃자란 가지는 하늘로 마구 솟아 있습니다. 바람은 그 가지사이에 앉아 새들과 아침밥을 먹나봐요. 어깨를 들썩이는 바람의 추임새가 푸른잎을 춤추게 합니다. 새들이 남긴 씨앗은 바람의 날개짓을 따라 떨어지고 그 나무 아래를 지나다 문득. 나무를 올려다본 아이같은 사람의 마음으로 들어갑니다. 씨앗이 싹을 틔우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을 쯤이면 그 남자, 자기도 모르게 이 나무 아래로 다시 올꺼예요. 나무 그늘에 앉아 씨앗이 맺어준 열매로 아침밥을 나눌 겁니다. 나무와 새들과  바람과 하늘마냥 성큼 깊어진 자신의 눈빛을 모른다 해도 개의치 않을, 평화로운 얼굴빛으로.
차창을 열고 커피잔을 든 손을 뻗어 바람을 불러 봅니다.
다시 긴 여행을 떠날 친구에게 내주는 따뜻한 커피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어느덧 한 모금만 남은 커피처럼.
법원 앞의 일요일은 꽤 적막하군요.
"주일만큼은 제가 없어도 여러분끼리 의지할 수 있는 날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마이크를 잡고 이렇게 제멋대로 떠들어대는 법원 건물을 상상합니다.
오늘은 커피가 한잔으로 모자르겠어요. 목이 쉬도로 마이크를 놓지 않고 떠드는 건물 친구에게도 뜨거운 아메리카노 한잔을 내주고 싶은 마음에 주문하러 일어납니다.
물론 바람에게 먼저 내주어 살짝은 식히고 나눌께요.
맘에 들어하겠지요?
바람이 얼굴을 토닥이는군요.

당신이 서 있는 부여의 바람은 어떤가요? 이쁜가요? ㅎㅎ
여기 바람친구가 물어보네요. 이제 그리로 가볼까 하고 당신의 생김새도 묻습니다. 혹시나 만나게 된다면 내 입술에 머금었던 커피향 정도는 기꺼이 전해주겠다는군요.

그보다 나를 한번 안아주고 가라 합니다.
내 마음에 꽉 들어찬 당신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 바람을 꼬옥 안고는 부여가서 당신을 만나거든 그렇게  꼬옥 안아보라고 합니다.
그렇게 내 사랑을 전하는 바람이 불어올때 당신은.
살며시 눈을 감아주세요.
입을 맞추듯 긴 호흡으로 바람의 숨결을 맞아주세요.

그립고 그리운 당신의 숨결.

나는 늘 당신 안에서 숨 쉬겠습니다.
당신의 숨결로 오늘을 살겠습니다.

하여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할 수 밖에 아무것도 없습니다.


https://youtu.be/F2zTd_YwTvo
아저씨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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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펌 2016-05-12 19:40:36
ps. 이런 탱고처럼 리드하는 남자의 밤이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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