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0년 전 제법 왕래가 있었던 지인...보다는 가깝고 친구라고 하기엔 거리가 좀 있는 사람과 어쩌다 연락이 닿으며 그 시절의 일들이 생각났다. 퀴퀴한 20대의 초반보다는 조금 덜 궁상맞아진 지금이지만, 난 여전히 남들보다 한 발짝 느리게 살고 있다. 멈추지 않고 느리게나마 계속 한 발자국씩 딛는다고 생각은 하지만, 서투르게 자기합리화를 해 버리는건 아닐까 싶어 그만 생각하기로 했다.
한 4~5년 전만해도 10년 전 그 시절에 지분거렸던 혹은 적당히 살을 부볐던 여자들의 기억이 머릿속에서 발작하곤 했는데, 최근 몇 년 동안 내 머릿속이 얌전했었던 건 이젠 그것들이 해묵을 만큼 묵어버린 기억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덜 외롭기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정말로 성욕이 점점 말라가기 때문일까. 실수투성이라 다시 바로잡고 싶은 기억들도 많지만 이젠 상관없겠지.
여기서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우습긴 하겠지만, 인간, 사람, 상대를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과 깊이를 가진 사람들이 좀 더 많았으면, 그리고 저러한 생각들이 좀 더 피어났으면 좋겠다. 예의없고 인간존중이 결여된 시선을 자신감과 당당함, 취향존중으로 포장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개인의 욕구, 상대에 대한 호기심으로 인한 하룻밤 자고 말 사이라도 사람의 외로운 마음을 멋대로 휘두르고 단면만으로 평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신과 나 모두 공허한 감각으로 마음이 채워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부디 그랬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