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자유게시판
편지. 면도날에 베인 상처를 모른척 하는 남자에게.  
0
아저씨펌 조회수 : 3324 좋아요 : 3 클리핑 : 0
우리에게 허락된 조용한 하루는 감사할만 했나요.

이제 막 운동을 끝냈어요. 살짝 열이 오르는 것 같길래 좀 더 강하게 몸을 움직였네요. 아직 아프긴 일러. 다독이며 이를 악물었습니다. 마음이 허물어지고 비었을 때 그냥 몸을 마구 쓰다보면 어느 시점부터는 마음이 움직이며 변하려고 하잖아요. 말하자면 행위를 뒤따라 오는 정신력 같은 것. 이를 악물면 입술도 꼭 다물어지고 눈꼬리도 솟구치며 전지를 막 갈아 넣은 후레쉬처럼 눈빛도 강렬해집니다. 가슴은 증기기관차의 굴뚝처럼 열기를 마구 토해내구요.
몸이 뜨거워지면 비로서 그 열이 마음도 데웁니다. 올바른 마음만이 몸을 바르게 하는 것은 아니지요. 오히려 정직한 몸이 마음을, 그 마음가짐을 곧추세울 때가 많음입니다.

실은.
면도를 하다가 그 작은 칼날에 베었습니다.
내가 지닌 작은 칼로도 나를 해하는데
아니라고 몰랐다고
내게 당신을 해할만한 칼날은 없다고 소리치며
얼마나 많은 상처를 또 당신에게 냈던 것일까요.
거울 속에 벌거벗은 나는 그렇게 나를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부끄러운 나는 그에게 들어가 내가 됩니다.

이렇게 데워진 내 마음이 무슨 말을 속삭이는지 들리시나요.
종일 조용한 당신을 보면서 당신 마음에 들어가 그 마음을 어루만졌더랬어요.
내게서 입은 상처와 내게서 알게된 아픔과 나로 인해 견뎌야 했던 적막한! 우주같은 시간들을.
어루만지고 싶었습니다.
당신 뒷모습을 꼬옥 안고만 싶었습니다.

여즉 남은 밤이 길어요.
당신은 별빛처럼 아른한 장미의 향기에 물들어 잠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조용한 사랑을 말합니다.
나의 알 수 없는 미열은
내 마음의 미열은
당신의 입맞춤으로만
제자리로 돌릴 수 있겠기에.

침묵도 사랑의 표현이 될 수 있기를.
아저씨펌
    
- 글쓴이에게 뱃지 1개당 70캐쉬가 적립됩니다.
  클리핑하기      
· 추천 콘텐츠
 
오늘부터레드 2016-05-18 23:13:11
가끔은 종잇날에 베기도 하죠~
아저씨펌/ 네, 그렇지요, 그런데 종잇날로 면도는 안되요~ ^^
레드홀릭스 2016-05-16 10:44:23
이 글은 조회수,덧글수,좋아요수,완성도 등을 고려하여 '명예의 전당' 목록에 추가되었습니다. '명예의 전당'에 등록된 글은 편집되어 팩토리,SNS,e북 등에 공유될 수 있으며 수익이 발생할 경우 내부 규정에 따라서 정산됩니다. 이 글을 작성하신 레홀러님에게는 300포인트가 자동 지급됩니다. 축하합니다. ^^
중간의중요성 2016-05-15 09:49:15
시인이세요?ㅎ
아저씨펌/ 진실은 진실을 알아본다는 시인은 누구시더라요~~
중간의중요성/ ㅋㅋㅋㅋㅋ글잘읽었습니다~
1


Total : 36966 (1327/1849)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10446 비가 정말 시원할 정도로 내리네요 [7] 탄산음료러브 2016-05-15 2740
10445 카섹 어디까지 해봤니? [1] 콩쥐스팥쥐 2016-05-15 3217
10444 비가 내리네요. [7] redman 2016-05-15 2198
10443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 곰팅이얌 2016-05-15 2260
10442 편지. 바람의 숲. 아저씨펌 2016-05-15 1981
10441 광주귀가  급 섹스가땡긴다 [5] 쑥먹어라 2016-05-15 2501
10440 VR로 야동을 봤는데 말이야 [2] 식인상어 2016-05-15 2744
10439 본격 주인님이 조교하는 만화 [1] 풀뜯는짐승 2016-05-15 3163
10438 [덤덤] 그녀가... [6] NOoneElse 2016-05-15 4008
10437 남자가 잘모르는 여자의 심리 [3] 아트쟁이 2016-05-15 2692
-> 편지. 면도날에 베인 상처를 모른척 하는 남자에게... [6] 아저씨펌 2016-05-15 3327
10435 음란마귀 테스트 [2] 풀뜯는짐승 2016-05-14 2504
10434 레홀 분위기가...ㅠㅠ [6] 닉네임입니다 2016-05-14 2728
10433 진실한 마음에는 진실한 마음이 오는법!! [30] 중간의중요성 2016-05-14 2567
10432 불토!! [14] 도지마롤 2016-05-14 2218
10431 vr 진짜 욕나오네 [3] 식인상어 2016-05-14 2513
10430 [감사][기사공유]  야설읽어주는여자 19회 우리들의 불장난.. [1] 풀뜯는짐승 2016-05-14 3352
10429 장모님이 되어 돌아온 여자 콩쥐스팥쥐 2016-05-14 1953
10428 또다시 불미스러운? [6] 몰리브 2016-05-14 2595
10427 노래 좋아 하시는 분들 몰디브한잔콜 2016-05-14 2438
[처음] < 1323 1324 1325 1326 1327 1328 1329 1330 1331 1332 > [마지막]  


작성자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