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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바람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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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바람의 숲입니다.
변함없이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 들고 여기서 바람의 말들을 듣습니다.
커피 컵에는 커피콩을 바람에 다듬던 그녀의 향기와 마음도 한 조각 베어 들어있네요. 늘 바람의 소리를 흉내내며 후~ 하~  소리내어 식혀 마시는 재미가 있었는데 오늘은 그 즐거움을 그녀의 마음과 맞바꿨어요.
햇살 잘 드는 나무 꼭대기에 허수아비처럼 걸려서 놀던 바람의 따사로움만큼만 데워진, 마시기 좋은 커피입니다. 첫 모금마저 입안에서 굴려 마실 수 있으니 그녀의 인사를 받는 기분이 듭니다.
하지만.
다음부터는 더 뜨겁게 해야달라고 해야겠어요. 여기 바람과 나눠 마시기에는 후 후 불수있는(이게 마치 바람을 부르는 주문같은 것이죠!) 뜨겁게 달구어진 커피가 좋아요.
조금 더 진하게 부탁해 커피 컵 안을 들여다보면  당신 눈동자에 들어있던 내 모습도 보입니다. 당신이 바라보는  세상의  반을 넘겨 채운 내 모습.
내게 뜨거운 아메리카노는 그런 것입니다. 이걸 그녀에게 설명한 길이 없지요. 그저 조용히 웃으며 커피를 뜨겁게 해달랄 밖에요.

이 시간, 도시 속 법원 앞의 작은 공원에는 약속한 듯 바람들이 모여 듭니다. 품이 넉넉한 옷을 입고 나서는 까닭은 그들이 나를 반기고 내게 오는 순간을 놓치기 싫어서 입니다. 늘 높이 걸린 태극기를 두어바뀌 돌다가 창밖에 내민 내 손안의 커피 향을 맞고는 손가락 사이로 파고 듭니다.

어이! 못 보던 반진데? 어라 시계 아래 팔찌도 보여. 요근래 많은 일이 있었구나? 내가 커피 마실 동안 얘기해봐. 그럼 나도 부여갔던 얘기를 해줄께. 어. 이봐. 커피가 너무 식었잖아. 이래선 금방 마신다니까. 오래 이야기를 나눌 수가 없다구.

나는 시트를 편하게 뒤로 미루고 시동을 끄고 차창을 다 열어 바람 모두를 차안으로 맞습니다.

우리의 대화를 듣고픈 은행나무가 고개를 숙이고 풀잎들은 까치발을 세웁니다. 차 안으로 들어온 조그만 풀벌레는 여즉 제자리를 찾지못해 서성이는군요.

내게 일요일 아침의 아메리카노는 이런 것입니다.
커피를 마실수록 비워지는 잔이  아니라 당신의 이야기로 가득 채워지기만 하는.

멀리 있어도 당신이 커피를 마시는 그 순간에는 늘 내가 함께 있습니다.

사랑하는 당신아, 사랑하는 당신아.

우리 커피 한 잔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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