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굿모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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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나서는데 겹입은 바람막이가 덥구나 그랬네요. 이제 곧 여름이라 하겠어요. 그래도 아직은 밤새 식은 사무실 안이 썰렁합니다. 이불깔고 다시 눕고 싶다 ㅎㅎ 당신 무릎베개면 이 좁은 사무실도 태평양의 섬이 될 수 있지요. 지금은 식은 듯 보이지만 수십만년의 열정을 품은 화산이 섬 중앙에 있어서 커피 열매의 살이 포동포동 오르는 섬.
그 열매를 바닷바람에 오래 두었다가 볶습니다. 여전히 눕고 싶은 아침에 게으른 마음으로 볶아서 엄부럭 내린 커피지만 맛이 없을 수는 없겠지요? 하아~ 진합니다. 입과 몸에 쫙 붙는 느낌이야. 시가를 한 대 태우는 듯한. 빈 속에 소주 한 잔 쭉 빨리듯. 크아 하면서 마시고 있어요. 더 마시면 취하겠다. 머그컵 가득 채웠는데 이제야 겨우 바닥 깊이가 가늠됩니다. 머그컵 바닥에 당신 이름을 써서 붙여 놓을까? 커피를 다 마셔갈 쯤 나타나는 이름은 에머랄드빛 바다에서 반짝이는 진주 조개를 만난 듯 스노클링하는 기분이 들 것 같아요. 마지막 한 모금만 마시고 그만 마셔야 겠어요. 곧 약속 잡은 일을 해야 할 시간이 다 되어갑니다. 어째 인천 상공에 도착한 비행기에서 내려다 보는 기분이 듭니다. 다시 저 땅을 밟는구나. ㅎㅎ 그러면서도. 공항을 벗어나는 마음처럼. 넘치면 좋을 게 없겠다. 여기서 내릴 수 있는 것도 가벼운 즐거움이야. 사랑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했어요. 우리, 그동안 넘치지는 않았을까요.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다시 비행기로 돌아갑니다. 서핑 보드와 헐렁한 팬츠. 나무 그늘과 해변의 모래. 쨍, 눈부신 볕에서도 당신을 잘 볼 수 있는 선글라스. 그리고 이런 분위기를 현실적이고 이성적으로 느끼게 해 줄 냉정하게 차가울 것만 같은 캔맥주. 건배. 넘치든 말든. 자, 이쯤되면 그냥 건배! https://youtu.be/hAYzcXM8qg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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