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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 채로 오전에 밖에 나가 볼일을 보고 나간 김에 밥도 먹고 느적하게 집에 들어와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들을 마저 하다 잠이 들어 다시 일어났는데 잠들기 전까지의 그 소모적인 행위들을 돌아보며 '사실 나는 지적 허영을 부리고 싶었던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어 적잖이 부끄러운 마음과 함께 다시 들어오니 일련의 사태는 소강상태로 접어든 듯한 느낌이다. 군데군데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진 흔적도 있긴 했으나 무의미하고 소모적이기만한 행위를 뭐 그리 좋다고 달려들었을까 싶은 생각에 참 부끄럽기도 하며 내가 잠들어 있는 사이 뚝딱뚝딱 마무리된 꼴이 조금은 우습기도 하다. 내가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인간의 이해'였다. 우리가 오나홀 혹은 기계와 섹스하는 것이 아닌 이상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깔려야 우리가 영위할 수 있는 관계의 질 역시 높아질 것이라 생각했고, 작금의 사태는 남녀에 대한 이해를 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가 아니였을까 싶었는데 역시 나는 지적 허영을 너무 부리고 싶었던 게 맞는 것 같다. 그리고 이 시시껄렁하고 잉여력돋는 글질 와중에 문학창시절 A와 B의 싸움에 느닷없이 끼어들어 B의 싸대기를 갈겨 모두를 어이없게 만들었던 C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B에게 뭐가 그리 고까웠는지, 그리고 왜 그때 B의 싸대기를 갈겼는지는 아직도 알 길이 없다. 달을 가리키는 중국의 달을 손가락으로 가리킬 때는 달을 보고 달을 논해야 한다. 달을 가리키고 있는 손가락을 논하는 시점에서 이미 달도 손가락도 잃어버린 꼴인 것이다. 한편으로는 세 사람이면 없던 호랑이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말도 생각나는데, 역시 둘만으로는 역부족이였던 것도 같다. 오늘은 낭비를 많이 한 날이다. 에너지낭비, 바이트낭비, 활자낭비. 그래도 포인트는 벌었구나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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