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사랑을 쓰다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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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아침입니다, 인사를 건내고 커피숖을 나서면서.
한 손엔 안경을 벗어 들고 다른 한 손에는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들었어요. 겨우 두가지의 물건을 들었을 뿐인데 손이 꽉 차는군요. 음. 만약 당신이 지금 내 곁에 있다면. 당신의 손을 잡기 위해서 꽉 찬 손 중 하나를 비워야 한다면. 나는 안경을 놓겠네요. 우리, 다벗은 하얀 몸으로 함께 있을 때 안경만한 천덕거리는 없지요. 네. 안경이란 볼 필요가 없는 것까지 보게 만들어요. 긴장이 역력한 당신의 입술과 파르르 떨리는 손, 새순처럼 솟아난 유두는 내 입술이 다을까 벌써부터의 설레임으로 망울을 터뜨릴 것 처럼 잔뜩 부풀어 올라있었더랬죠. 긴장을 숨기려 돌아누은 그대 등의 굴곡에 내 가슴을 포개며 눈을 감습니다. 그렇게 눈을 감아도 선명하게 보이는 당신이기에 안경이란 쉽게 놓아버릴 내 이기심 일 뿐이지요. 뜨거운 아메리카노가 담긴 컵은 당신과 나의 이야기를 주섬주섬 담아 놓은 것만 같기에. 그저 당신이 내게로 올 때 건낼 수 있는 내 마음 같기에. 놓을 수가 없습니다. 파란 은행잎들은 벌써 가지마다 가득해 그늘을 만들어 줍니다. 그 아래 차를 대지만 밖은 꽤나 더워보이네요. 에어컨에 시원해진 차안에서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시동을 끄고 창문을 활짝 엽니다. 그래요, 잘 아시겠지만 여기 법원 앞 바람의 숲은 한결 같아요. 창문을 열자마자 긴 바람이 회오리처럼 차 안으로 돌아들고 새소리들은 커다란 비눗방울에 담긴채 로 바람안에 머물다가 여기서 퐁 터지듯 한꺼번에 쏟아져 나옵니다. 잠시 머리를 대고 누울 곳이 있으면 좋겠어요. 안경을 벗고 당신에게 팔 베게를 내주고 홍조띤 볼일랑 내 손으로 감싼 채, 감은 당신의 눈을 따라 눈섭과 가지런한 콧등을 엄지 손가락으로 쓰다듬고 싶습니다. 내게. 사랑이란. 이런 쓰다듬입니다. 욕정만으로는 당신을 만지지 않겠습니다. 남자의 뜨거운 열정이라 속이며 당신을 만지지는 않겠습니다. 내 마음을 왜 모르냐며 조르듯 당신을 만지지는 않겠습니다. 내 손길에 진심이 담기지 않는 한. 내 손길에 애정이 머물지 않는 한. 그저 고깃덩이 같은 손으로는 사랑을 말하지 않겠습니다. 내 손이 묶이고 몸이 묶여도. 늘 자유로운 마음은 당신에게 새처럼 날아들듯이. 사랑은 때로 스스로를 구속하고 묶을 때 빛을 더 발하는 마음의 조각별 같습니다. 사랑합니다. 뜨거운 가슴으로 뜨거운 쓰다듬으로 조각별처럼 빛나는 사랑을 당신께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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