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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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깊이 가라앉아 있던 옛 기억이 (정확히 말하자면 옛 사랑) 불쑥 떠오를 때가 있는데,
그럴땐 책상 가득한 일거리를 처리하거나 쓰는것 같지도 않은데 숫자가 가득한 카드명세서를 보면서 투덜대거나 스마트폰에서 덧없이 죽어나가는 불쌍한 호그라이더를 보고있노라면 다시 스르르르륵 기억 깊숙히 내려가기 마련이죠. 오늘따라 왠일로 차 태워준다고 같이 퇴근하자는 상사의 제안을 받아들였는데 중간지점 쯤 지하철 역에선 한참 떨어진 곳에 절 드랍하더니 자긴 여기서 볼 일이 있다며 휑하니 떠나버리더군요. 대충 위치파악하고 노래들으면서 터벅터벅 걸어가는데 예전에 그 사람과 데이트 즐기던 거리가 나오더군요. 근처이겠거니 예상은 했는데 몇년간 의식적으로 피해오던 거리를 막상 눈으로 보니 기분이 묘했습니다. 때마침 이어폰에서 달달한 노래가 나오니 미세먼지 가득해 뿌연 밤거리도 볼만해지고 선선한 바람까지 불어오니 '아, 이러다 분위기에 취하겠다.'하기가 무섭게 그녀가 살던 집(이제는 살지않지만) 앞에 서서 창문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가끔 건물 밑에서 기다리고 있던 저를 보며 손흔들어주던 창문을 보고있자니 이제는 다 끝난 사이인데도, 다시 볼 일이 없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왠지 반갑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한 복잡한 기분이 되었습니다. 이대로 더 있다가는 안 그래도 미친듯이 터트리고 있던 감성이 다 터져버리고 남아나질 않을 거 같아서 발걸음을 돌리고 걸어가는데 곳곳에서 온갖 추억이 절 덮치네요. 손잡고 얘기하던 놀이터. 배터지게 분식먹던 옥상. 시덥잖은 얘기에도 자지러지게 웃던 골목. 으슥한 주차장에서 나누던 키스. 쭈뼛쭈뼛 눈치보며 들어가던 모텔까지. 이어폰에서 나온 신나는 마마무 노래가 이 분위기를 깨지 않았다면 아마 혼자서 드라마 주인공이라도 된 것 마냥 지금도 밤거릴 배회했을지도 모릅니다. ㅎㅎㅎ 끝나버린 사랑이긴 하지만 내가 그녀를 기억하듯이 그 사람도 날 인생의 한 페이지로 기억해줄까 궁금해집니다. 적어놓고 보니 레홀에 어울리지 않게 살냄새가 부족한 글이 되어버렸네요. 모두들 좋은 밤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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