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자유게시판
기억하기  
0
jjelly 조회수 : 2816 좋아요 : 2 클리핑 : 2
간혹 깊이 가라앉아 있던 옛 기억이 (정확히 말하자면 옛 사랑) 불쑥 떠오를 때가 있는데,
그럴땐 책상 가득한 일거리를 처리하거나
쓰는것 같지도 않은데 숫자가 가득한 카드명세서를 보면서 투덜대거나 스마트폰에서 덧없이 죽어나가는 불쌍한 호그라이더를 보고있노라면 다시 스르르르륵 기억 깊숙히 내려가기 마련이죠.

오늘따라 왠일로 차 태워준다고 같이 퇴근하자는 상사의 제안을 받아들였는데 중간지점 쯤 지하철 역에선 한참 떨어진 곳에 절 드랍하더니 자긴 여기서 볼 일이 있다며  휑하니 떠나버리더군요.

대충 위치파악하고 노래들으면서 터벅터벅 걸어가는데
예전에 그 사람과 데이트 즐기던 거리가 나오더군요.
근처이겠거니 예상은 했는데 몇년간 의식적으로 피해오던 거리를 막상 눈으로 보니 기분이 묘했습니다.
때마침 이어폰에서 달달한 노래가 나오니
미세먼지 가득해 뿌연 밤거리도 볼만해지고
선선한 바람까지 불어오니 '아, 이러다 분위기에 취하겠다.'하기가 무섭게 그녀가 살던 집(이제는 살지않지만) 앞에 서서 창문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가끔 건물 밑에서 기다리고 있던 저를 보며
손흔들어주던 창문을 보고있자니
이제는 다 끝난 사이인데도, 다시 볼 일이 없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왠지 반갑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한 복잡한 기분이 되었습니다. 이대로 더 있다가는 안 그래도 미친듯이 터트리고 있던 감성이 다 터져버리고 남아나질 않을 거 같아서 발걸음을 돌리고 걸어가는데 곳곳에서 온갖 추억이 절 덮치네요.

손잡고 얘기하던 놀이터.
배터지게 분식먹던 옥상.
시덥잖은 얘기에도 자지러지게 웃던 골목.
으슥한 주차장에서 나누던 키스.
쭈뼛쭈뼛 눈치보며 들어가던 모텔까지.

이어폰에서 나온 신나는 마마무 노래가 이 분위기를 깨지 않았다면 아마 혼자서 드라마 주인공이라도 된 것 마냥 지금도 밤거릴 배회했을지도 모릅니다. ㅎㅎㅎ

끝나버린 사랑이긴 하지만 내가 그녀를 기억하듯이 그 사람도 날 인생의 한 페이지로 기억해줄까 궁금해집니다.
적어놓고 보니 레홀에 어울리지 않게 살냄새가
부족한 글이 되어버렸네요.

모두들 좋은 밤 되세요!!!!
jjelly
만성피로가 오는 레드홀릭스!
    
- 글쓴이에게 뱃지 1개당 70캐쉬가 적립됩니다.
  클리핑하기      
· 추천 콘텐츠
 
레드홀릭스 2016-05-27 09:41:14
이 글은 조회수,덧글수,좋아요수,완성도 등을 고려하여 '명예의 전당' 목록에 추가되었습니다. '명예의 전당'에 등록된 글은 편집되어 팩토리,SNS,e북 등에 공유될 수 있으며 수익이 발생할 경우 내부 규정에 따라서 정산됩니다. 이 글을 작성하신 레홀러님에게는 300포인트가 자동 지급됩니다. 축하합니다. ^^
1


Total : 36821 (1309/1842)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10661 궁금한데 까먹었어요ㅠㅠ [2] loveyyyyy 2016-05-28 2287
10660 존잘 T.O.P 여권.(feat.대륙의 뱅뱅) [10] 안아줄게안아줘K 2016-05-28 2003
10659 대한민국 사장들의 전투력 안아줄게안아줘K 2016-05-28 1815
10658 간단한 회식ㅋㅋ [2] 언니가참그렇다 2016-05-28 1862
10657 야밤에 팔찌를 샤샤샤~ [11] 까꿍v 2016-05-27 2560
10656 잠들기 전 [7] 인절미 2016-05-27 2540
10655 요즘들어 깨달음이 [8] 몰리브 2016-05-27 2150
10654 전북에 혼자 사진찍기좋은곳 없나요~? [3] 후루룹 2016-05-27 2175
10653 오늘도 갑질을 견디며 퇴근!! ㅋ [3] 오구오구웅 2016-05-27 2060
10652 폼롤러를 이용해서 뭉친 근육을 풀어 봅시다~!.. [15] 클림트 2016-05-27 5281
10651 반하나 안 반하나 [9] 늙은탱 2016-05-27 2382
10650 피스톤운동의 정석 [2] 풀뜯는짐승 2016-05-27 2415
10649 경리의 이상형 [1] 풀뜯는짐승 2016-05-27 1963
10648 아기를 만드는 방법 [4] 풀뜯는짐승 2016-05-27 1912
10647 [모란-] 오늘 드디어-! [22] 모란- 2016-05-27 2791
10646 드디어 귀국! [15] hell 2016-05-27 1913
10645 하나 묻겠습니다. [3] 풀뜯는짐승 2016-05-27 1907
-> 기억하기 [1] jjelly 2016-05-27 2817
10643 흠냐 [2] 슈퍼맨456 2016-05-26 2170
10642 술의 의미란.... [6] 뱀파이어 2016-05-26 1945
[처음] < 1305 1306 1307 1308 1309 1310 1311 1312 1313 1314 > [마지막]  


작성자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