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당신이라는. 커피를 재배하는 시간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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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입니다.
이말 자체에 여유가 묻어있슴이 느껴진다면 내게 당신은 부러운 사람이겠네요. 당신도 나도 알다시피 우리의 토요일 아침은 그것과 거리가 참 멀지요. 오늘 아침만큼은.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리듯 마음을 뒤집어 봅니다. 다시. 굿모닝~♡ 늘 그렇듯 화창한 토요일 아침입니다. 커피 물을 올리고 블루 만델링을 갈고 있어요. 토륵 토륵 사각. 원두가 갈릴때마다 커피가 열매 맺고 다듬어질때까지의 응축되어있던 시간과 공간이 향기로 팍 터집니다. 이 작은 사무실은 잎이 무성한 나무가 빽빽히 들어차고 먼 발치 구름이 쏟아지듯 소나기가 오는 소리가 들리는 인도네시아의 산자락 어디쯤이 되는 것이지요. 오, 여유로워 보이시나요? 네. 할 일 많지요. 11시까지는 회계 사무실에 들려서, 특근 하느라 입이 뾰쭉할 담당자를 만나 서류를 건내야해요. ㅎㅎ 그 완성된 서류는 아직 미완성인채 지금 책상에 놓여 있구요. 그 외에도 많은 할 일들은 책상 가생이로 비질하듯 쭉 밀어 놓고는 방치합니다. 가끔 그 쪽으로 돌아가는 눈길을 애써 외면할려치면 꼭 유기견을 길거리에서 마주친 기분이 들어요. 그 검은 눈망울이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의 무책임한 책임의식. 어쨌든. 나는 의식적인 배제를 통해 인도네시아의 아침을 쟁취하기로 마음먹었다는 말씀입니다. 딱 30분. 이 시간만큼은 다른 일들을 다 배제하고 오로지 커피만 생각합니다. 머그잔을 들고 낮은 창을 통해 먼 풍경만 바라봅니다. 한모금 마시고. 온갖 쓰고 달고 신맛이 입안에서 고일때 목으로 넘깁니다. 하아. 이 부드러운 목 넘김이란. 그 끝에 따라오는 풍미, 떫은 산미로 혀 끝까지 진동이 옵니다. 이렇게까지 느끼는 건 배제할 수 있어서지요. 배제함으로 커피에 집중할 수 있었어요. 그 집중은 멍함을 낳고 그 멍함 속에 생각이 자랍니다. 모르시겠지만 그 생각의 끝자락에는 당신도 자란답니다. 배제는 버림이고 비움입니다. 배제하고 버리고 비울때 비로소 가질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는 각각의 선택에 다르겠지만 버림으로 집중할 것이 생긴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되겠습니다. 커피를 마시며 내 일들을 버리고 당신도 버리고는 커피만 마시자 그랬는데. 당신은 커피안에 있었어요. 당신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커피입니다. 언제나처럼. 커피는. 내 사랑 당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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