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자유게시판
  
0
풀뜯는짐승 조회수 : 2238 좋아요 : 2 클리핑 : 0

인트로
요 며칠 사이 상당히 열받는 일이 하나 생겨 몇 년 만에 제대로 야마가 돌아 눈이 떠 있는 시간동안은 내내 분노에 휘어잡혀 정신이 점점 썩어 문드러지는 느낌이다. 여기다가 좀 써갈기고 토해놓으면 나아지려나. 아무튼 볼 사람은 볼 거고 안 볼 사람들은 안 볼 거니까 그냥 갈겨나 볼란다.





발단
남자 투성이인 지인들 그룹채팅에서 저녁 스케쥴을 묻길래 (여자친구)'상황 봐서'라고 대답했더니 '여자친구 생리해?'라는 좆병신같은 반문을 받았는데, 저 말에 동조하며 생리 말고 다른 단어로 순화했어야지라는 말만 늘어놓고 실례가 뭔지도 모르는 새끼들 투성이길래 재미있냐고 물어봤더니 재미있으라고 한 건 아니란다. 씨발...

전개
짧은 시간이였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야 어차피 그룹 내에서 단물빠진 껌 같이 적당히 질겅질겅하기 좋은 모양새였고 그런 행동에 무신경한 편이기도 했으나 얘(여자친구)는 뭔 죄가 있어 자기도 수모를 당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어 남의 여자친구 생리 이야기는 왜 나오냐고 몇마디 따졌다.

절정
점점 재미있어졌다. 내가 조금 욱했더니 여자친구가 생리해서 눈치보는 줄 알았단다. 자기도 자기 여자친구 생리할 때 짜증난다고 하면서 셀프 퉁치기를 시도하질 않나, 자기는 여자 면전에 대놓고 저렇게 물어볼 수도 있다고 여자친구 여기 불러보라고 하는 말에 난 간신히 붙잡고 있던 어이마저 상실해버렸다. 저게 어디가 사회생활 하루이틀 한 20대 초중반도 아니고 나이는 서른 지난지가 한참인 사람새끼 입에서 나온 말인지 궁금했지만 별로 묻고싶지도 않았다.

결말
그래 알았다. 하고 방을 나오고 나니 다시 불러 3마디 정도 사과를 하더라. 사실을 이야기했지만 거친 단어를 써서 미안하다고. 자기가 원래 말이 직설적으로 튀어나온다고. 그래 나도 그건 알고 있는데 이 씨발새끼야 니가 직설적으로 말이 튀어나오는 거랑 예의 밥말아쳐먹은거랑은 다르지. 여자친구 생리때문에 눈치보는 게 사실이라도 최소한의 개념탑재를 했다면 그 말이 입밖으로 나와야 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뉘예뉘예 졔가 잘몬했쯉니다 하며 적당히 넘어가려 하면서도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사과의 메시지와 지금 중요한 문제가 대체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고 이해하려고 하지도 않는 개새끼들이랑은 계속 더 있기 싫어 역지사지의 예를 든 뒤 작별인사와 함께 방을 나와버렸다.






에필로그
한 번 불이 붙은 분노는 왜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 것일까. 자다가도 벌떡벌떡 깨는 수준은 아니지만 눈 뜨고 있는 동안에는 머리에서 도무지 나갈 생각을 하질 않는다.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는 개새끼들 그룹에 10년도 넘게 사귄 친구가 포함되어 그 세월에 대해 덧없고 아까움을 느껴 그런 것인가 아니면 호구같은 남자친구 덕분에 자기도 모르게 도매급으로 넘어간 여자친구에 대한 미안함과 무기력감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카톡 캡춰라도 해놓아 어디 사람 많은 게시판 같은곳에 좀 걸어둘걸 그랬나 하는 뒷북의 아쉬움일까. 이젠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괜한 것에 화낸 건 아닌 것 같아. 이렇게 주절거리는 것도 한낱 쭉정이의 자위처럼 보이지만 내 분노는 정당했어.
풀뜯는짐승
대체로 무해함. 아마도.
    
- 글쓴이에게 뱃지 1개당 70캐쉬가 적립됩니다.
  클리핑하기      
· 추천 콘텐츠
 
아저씨펌 2016-05-28 23:01:12
정당하다에 절대 동감입니다. 10년을 함께 해온 친구라면 더더욱.
옆에 있었으면 같이 욕하고 쏘주병이든 숟가락이든 다 집어 던졌을 거예요. 친구란 그래야지요. 모른척하거나 숟가락 얌전히 들고 딴 청하고 있으면 10년이래도 친구가 아닙니다. 빙신, 젓밥이지요. 다만 그래도 10년이라는 세월 앞에서는 한 번은 용서할 맘도 드는 게 참 안쓰런 사실입니다. 잊고 여친과 맛있고 시원한 맥주 한 잔 하시길요.
몰리브 2016-05-28 20:07:23
페북같은데에 올라온 진정한 친구란 이렇다
라고 올라온 글, 만화는 대다수 어이없는 내용이
포함되 있더군요
저는 친하면 더 배려해줘야한다는 생각이라..
화가 많이 나실텐데 운동으로 조금 풀어보심이..
투명블루 2016-05-28 18:36:14
혼돈하는 경우가 있죠
예의 없는것과 솔직한 것, 직설적인 것을..
커플클럽예시카 2016-05-28 17:55:41
제목이 짧아서 마우스로 클릭이 안 잡혀요~
오기로 1분 이상 걸려서 클릭햇어요~
참고하시고 담 제목은 두글자 이상~ㅎ
풀뜯는짐승/ 글은 쓰고 싶은데 많이는 안보였으면 하는 글이라서 저렇게 달아놨습니다. 이제 댓글이 달렸으니 댓글타고 많이들 들어오시겠네요.
flowerpower/ 헐 두분 오랫만에 뵈요ㅎㅎㅎ
1


Total : 36968 (1316/1849)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10668 우울하네요.. [28] 언니가참그렇다 2016-05-28 2259
10667 투잡하고 [2] flowerpower 2016-05-28 2128
->  [6] 풀뜯는짐승 2016-05-28 2240
10665 약속파토 으으 [8] 봉지속에잡지 2016-05-28 2181
10664 라스에서 규현이랑 박재정이랑 부른노래가 ..참 좋네요 ㅋ.. [2] 오구오구웅 2016-05-28 1680
10663 안양 친구 만들기 [1] 이웃구촌 2016-05-28 1713
10662 편지. 당신이라는. 커피를 재배하는 시간의 이름... [19] 아저씨펌 2016-05-28 2649
10661 궁금한데 까먹었어요ㅠㅠ [2] loveyyyyy 2016-05-28 2337
10660 존잘 T.O.P 여권.(feat.대륙의 뱅뱅) [10] 안아줄게안아줘K 2016-05-28 2047
10659 대한민국 사장들의 전투력 안아줄게안아줘K 2016-05-28 1854
10658 간단한 회식ㅋㅋ [2] 언니가참그렇다 2016-05-28 1903
10657 야밤에 팔찌를 샤샤샤~ [11] 까꿍v 2016-05-27 2615
10656 잠들기 전 [7] 인절미 2016-05-27 2590
10655 요즘들어 깨달음이 [8] 몰리브 2016-05-27 2192
10654 전북에 혼자 사진찍기좋은곳 없나요~? [3] 후루룹 2016-05-27 2228
10653 오늘도 갑질을 견디며 퇴근!! ㅋ [3] 오구오구웅 2016-05-27 2088
10652 폼롤러를 이용해서 뭉친 근육을 풀어 봅시다~!.. [15] 클림트 2016-05-27 5340
10651 반하나 안 반하나 [9] 늙은탱 2016-05-27 2412
10650 피스톤운동의 정석 [2] 풀뜯는짐승 2016-05-27 2470
10649 경리의 이상형 [1] 풀뜯는짐승 2016-05-27 2006
[처음] < 1312 1313 1314 1315 1316 1317 1318 1319 1320 1321 > [마지막]  


작성자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