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미의 뜨거운 책 리뷰] 02. 이기적 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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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는 서로가 재미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누구를 위해서 섹스를 하는 건 아니잖아요." 단순히 제목을 보고 흥미가 동해서 집어든 책이었다. 여자의 시각에서 바라본 섹스는 대체 어떤 것일까? 하는 궁금증을 안고 펼친 이 책은 생각보다 한장한장이 무거웠다. 여성의 인권과 여성 혐오에 대한 담론이 오가는 요즘, 내 살기 바쁘고 나의 내일을 생각하기에도 힘들다는 이유로 그것들에 대한 생각을 미뤄왔었는데 저자는 이 책에 그것에 대해 (나를 위해는 아니겠지만) 묵직한 것을 남겨두었다. "같이 즐겼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자신이 '헤픈 년', '걸레'로 불리고 있을 때의 그 배신감과 치욕스러움을 겪어 보지 않고는 모른다. 이런 일을 겪고도 당당하게 '나 섹스했다. 그래, 어쩔래?'라고 말할 수 있는 여자는 그렇게 많지 않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저 상황에서 쉽게 다리 벌린 자신을 자책하며 몸을 사린다." 이전에 만났던 여자친구가 있었다. 성격도 좋고 서로 좋아하는 것도 비슷하며 게다가 존경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을 정도로 지혜롭게 또 성실한 사람이었다. 여러모로 잘 맞는 사람이었지만, 그녀에게 불만을 가졌던 게 몇가지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수동적인(?) 섹스와 횟수였다. 서로 모텔을 꺼려하기 때문에 주로 집에서 관계를 맺곤 했었는데 조금 만나다보니 그녀가 슬슬 집에 오는 걸 꺼리기 시작했다. 이상하다 싶어 그녀에게 물었더니 주변 사람들(주로 회사 동료) 입에 오르내리는 것 같아 신경이 쓰여서 그렇다고 얘기해주었었다. 당시 그녀는 룸메가 있는 기숙사 생활을 했었는데 밤에 들어오지 않는 걸 룸메가 얘기하거나 혹은 아침에 같은 옷을 입고 출근하는 그녀를 보고 주변에서 수근댔었던 것 같다. 자신만 떳떳하면 주변에서 뭐라하든 뭔 상관이겠냐 했던 나로써는 나보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중요하냐며 서운해했었는데.. 참 부끄럽고 생각이 없었구나 싶다. 우리나라는 기본적으로 '기준'이라는 것을 만들어놓고 그 경계밖으로 넘어가는 사람을 참지 못하고 어떻게든 '기준'안으로 다시 끌어들이려고 한다. 그 기준이라는 건 '남에게 피해를 주는 선 안에서 행동한다."정도면 충분한데 뭐가 그리 쓸데없는 것들을 덕지덕지 갖다 붙였는지.. 그리고 도덕이니 규범이니 하는 좋은 이름을 붙여 실제로는 감옥에 불과한 것을 미화시킨다. 지금껏 나는 그것이 남자든 여자든 동일한 크기에 동일한 촘촘한 창살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통해 바라본 여성의 감옥은 더 촘촘했고 숨이 막힐 정도로 좁았다. 김치녀/된장녀는 있어도 김치남/된장남은 없는 사회, 키 180 cm이하는 남자로 별로라던 홍대 여학생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씹히고 있는데 여성을 상대로 막말을 일삼아도 사과 한마디 후 활발하게 방송활동을 하는 남자 연예인이 있는 사회, 같이 유출 영상에 나와도 여성은 씻을 수 없는 불명예를 가지고 가는 반면 남성은 오히려 훈장이 되는 사회, 이런 사회에서 이 책은 그리고 저자는 두꺼운 주머니를 뚫고나온 송곳같다. 그래서 그 날카로움이 겨냥하고 있는 대상의 일원으로 기분이 나빠지기도 했지만, 그동안 억눌린 것에 대한 폭발이라고 생각하니 한편으론 수긍이 되었다. 남/녀 모두 섹스에 대해서 숨기고 감추는 게 아니라 모두가 평등하게 당당하게 말하고 자유롭게 소통하기를 바라며 이만 짧은 리뷰를 줄인다. ====== p.s 그동안 정리하기가 복잡해서 쓰기 미뤄왔던 리뷰가 기차 안에서는 술술술 써지네요 :-) 역시 여행이 진리인가 싶습니다. 정제되지 않은 글이지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읽어주세요. 그럼 다들 불금 그리고 즐거운 연휴 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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