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오늘 밤이 되서야 커피잔을 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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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당신과의 블랙홀 같은 시간을 보내고.
당신을 내려주고 혼자되어 돌아오는 길부터, 난. 껍데기만 남은 듯 아무런 생각이 나질 않았어요. 껍데기는 가라. 그리 외쳤던 내가. 껍데기가 되버리다니. 당신은 날 이렇게도 만들 수가 있군요. 내 안에 작은 핏방울과 내 안에 옅은 색깔의 생각까지 당신이 다 가져간 듯 했어요. 그래요. 당신은. 나를 훔치는 사람. 내가 나인지 모를 모습까지 풍랑처럼 흔들어 다 끄집어 내놓구는 당신의 작은 호리병에 쭈욱 빨아 들이는 사람. 어둠이 내리고 달 같은 가로등이 듬성 듬성 마음을 밝히면 키스처럼 강렬한 주문으로 당신의 노예인양 훔쳐 두었던 나의 짐승을 불러내는 당신의 본능. 두꺼운 쇠고랑에 손과 발이 묶인 난 당신의 머리 긴 노예. 그러나 나의 속박을 풀러 당신에게 채우는 그대가. 나의 노예, 나의 주인, 내 용암같은 사랑입니다. 커피를 엎지르고. 탁자위에 고인 커피에 비친 당신의 미소는 훔쳐내질 못하고 멍하니 그 안으로 다이빙 하듯 빠져들어만가는. 나. 당신. 우리의 사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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