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아디오스.
0
|
||||||||
|
||||||||
일에 쫒기고 사람에 쫒기고.
일상의 흔적같은 먼지마저도 짐이 되어 산만한 무게로 다가올 때. 바이크 여행을 다니고 싶어요. 침낭 하나 둘러매고. 너무 빠른 도로가 아닌. 삶처럼 굴곡진 길을 따라 물처럼 흘러들고 싶어요. 무탈을 기원하는 돌탑을 쌓듯 검은 돌들로 담을 쌓아 바람을 비껴 앉고 부르스타버너에 끓여 먹는 라면과 믹스커피는 혼자라 더 맛이 깊어지네요. 우연히 가을을 만난듯. 청량해지는 마음. 소박한 촌시럼이 얼마나 그리운지. 시간도 꾸깃꾸깃 접어 빈 커피잔 옆에 휙 던져 나뒹굴게 하고는 살짝 부른 배와 새벽 라이딩에 곤한 몸을 나무 등걸에 기대어 뉘이면. 여기서 흙으로 돌아간들 무엇이 아쉬울까. 하늘을 이고있는 나무의 침묵처럼 초연한 잠을 자고는 다시 내 몸 하나 딱 붙일만한 바이크 안장에 앉습니다. 세 뼘 남짓 작은 공간이지만 여기에 앉아 둘러보는 세상은 다 내 꺼랍니다. 지나가며 손 흔드는 코흘리개의 미소는 당신께 엽서처럼 부칠께요. 웃샤. 다시 출발입니다. 낡은 가죽잠바 안주머니에 부적같은 당신의 팬츠가 잘 있나 확인하고 고양이처럼 쓰담 쓰담 하고는. 아직. 담배를 물고 싶지는 않군요. 저 산 꼭대기에서. 올라가면 또 다른 산 꼭대기가 보일 그 곳에서. 더없이 망막해지기만 하거든. 담배를 태워 볼께요. 거기라면 내 욕망 몆 가치쯤은 다 태워 버릴 수 있겠지요. 푸른 하늘을 등에 업고. 당신의 남자로부터. 잘 지내시게 지혜군. 내가 언제나 미안하네~ 아디오스! Ps. 부산으로 갑니다. 돼지국밥 먹으러. 그냥. 맛있잖아요. https://youtu.be/A4mRiZsoNqw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