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그대와 함께 여름을 기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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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와.
어느덧 쉬이 마음도 덥혀지는 계절입니다. 신이 어떤 모양으로 여름을 조각하고 있을지 궁금하기만 하네요. 하늘을 이고 있는 나무를 많이 만드셨음 합니다. 요즈음의 하늘은 금방이라도 힘없이 내려 앉을 것만 같아요. 사람들의 역활 중 하나가 하늘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 생각했어요. 계절이 바뀌어도 가슴으로 그 계절의 색에 맞는 하늘을 뿜어내는 사람들이 남아있기는 한 것인지. 하늘이 퇴색되어 가는 건 사람이 퇴색되어 가기 때문입니다. 내 마음을 신의 조각칼을 빌려 도려낼 수가 있다면. 세상살이에 암세포처럼 지 멋대로 웃자란 못난 마음을 베어내고 싶습니다. 그 아픔을 견뎌내는 시간만큼 깊고 파란 여름 하늘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비는 지나갔어요. 뒤따라 올 장마는 더욱 차분할지도 모르겠네요. 이제 여름과 인사하는 것이지만. 바닷가에 나선 아이들같이 마냥 부풀어 오른 마음도 서핑하듯 일상을 시원하게 가로지르는 마음도 장마라는 통과의례를 거쳐야지요. 낡은 목선으로 바다에 나선 지아비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행여 배가 뒤집힐까 배 한번 뒤집지 못한채 구워낸 생선으로 코흘리개 아들에게 밥 한술 떠먹이는 아낙의 마음처럼. 그렇게 여름을 바라보는 마음이란. 청년 실업율이 최고치에 다달었다라는 뉴스를 듣고서. 올 해 여름은 참 잔인할 수 있겠다. 파란 하늘을 만들어 낸다해도 퍼렇게 멍들어 버릴 것만 같아 여름 하늘과 제대로 눈 맞출 수 있을까. 고개를 들지 못하겠어요. 청년들의 눈을 마주할 수 없는 중년의 나는. 주말이 되어 갈 수록 피곤하다던지 그런 것도 잘 모르겠습니다. 주말에 기대어 쉰다기 보다. 주말은 질감이 다른 시간을 보낸다. 이쯤이지 않을까. 나 보다 시간의 피곤함이 느껴지지요. 반복되는 시간 속에서. 누구나 시계바늘을 꼭 붙잡아 고정시키고픈 마음은 있으니. 물이 끓습니다. 커피 할께요. 잠시라도 무어든 다 내려 놓아야겠습니다. 커피를 다 마시고 일어날 때. 좀 아까 내려 놓은 것들을 주워 담지 않고 그냥 나설 생각입니다. 조용히.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그러나 고양이처럼 능숙하게. 아! 당신의 사랑은 결코 내려 놓은 적이 없습니다. 난 그런 남자예요. 당신만의 여름같은. 네. 뜨겁게. 뜨겁게만. 사랑합니다. https://youtu.be/Xrj9L2ez6I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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