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 만남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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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성인 커뮤니티에서 번개 만남을 열었었다. -신사동에서 커피 드실 분들 모집합니다. 남녀 누구나 참여 가능합니다. 커피는 제가 삽니다. 규칙이 하나 있습니다. 커피가 나온 순간부터 일행들간의 의사소통을 일절 금합니다. 같은 테이블에 앉아 모른척 커피만 마시다 갑니다. 흡연자들을 위해 흡연실에 앉습니다. 모임이 끝날 때에는 인사를 하지 않고 헤어집니다. 먼저 가실 분들은 그냥 가시면 됩니다.- 라는 글과 함께 틱톡 아이디를 올렸다. 예상대로 아무도 반응하지 않았다. 잠시 후 틱톡이 왔다. ' 여자구요 참여하고 싶습니다.' 참가자는 그 여자와 나 뿐이었다. 약속장소로 나가 그녀를 만났다. 아주 젊고 예쁜 여자였다. 인사를 나누고 커피를 주문했다. 그 여자와 난 흡연실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서로 아무런 이야기도 나누지 않았다. 서로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같은 흡연실에 있던 사람들은 그 여자와 나를 한바탕 싸운 커플쯤으로 생각하는 듯 했다. 지루함은 없었다. 그녀와 난 서로를 의식하지 않았지만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그 긴장감이 재미로 느껴졌다. 한시간이 지나도록 앉아있었다. 거래처와의 약속이 생겨 일어나야했다. 그녀는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커피숍을 나와 사무실로 향했다. 그날 나는 그 사이트에서 영구 추방을 당했다. 모임 게시판이 아닌 곳에 모임글을 올렸다는 이유로. 침묵 커피 벙개 다음엔 낮잠 벙개를 할 생각이었는데. 아무 말도 하지않고 낮잠만 자다오는 낮잠벙개. 오로지 낮잠만을 즐기는 낮잠 벙개.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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