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십자로에 서서 커피를 마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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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것들이 좋기는 합니다.
적당한 아침 햇살 적당한 습기 적당한 소음과 적당히 감기는 눈 적당히 식은 커피. 그렇지만 늘 적당히 살 수는 없지요. 살면서 우리는 늘 두 길이 만나는 십자로에 서게 되기 때문입니다. 두 길이 만나는 곳에는 두가지 에너지가 집중됩니다. 하나는 선택, 다른 하나는 단념이지요. 이 둘이 잠시 동안 하나가 되는 곳이 십자로입니다. 하지만. 누구나. 영원히 또는 적.당.히. 그곳에 머무를 수는 없습니다. 선택한 뒤에는 단념한 길은 생각하지 말고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십자로는 저주가 되기 때문입니다. 멀리 기차가 지나 가네요. 기차를 볼 수 있어서 좋아요. 아쉬운 마음이나 못다이룬 마음을 기차에 실어 어딘지 모를 곳으로 떠나보내기가 쉬운 까닭입니다. 버림은 책장처럼 빼곡한 나의 공간을 여유롭게 합니다. 숨길을 트지요. 네. 키스보다 긴 호흡으로 오늘을 마주합니다. 다시 커피물이 끓어요. 끓는 물 조차도 어제와는 다른 소리를 내지요. 그러니 무어든. 어제에 머물고 있어선 안되겠네요. 끓는 물보다 더 뜨겁게 난리치며 오늘을 보내야 겠어요. 오늘은 사랑도 호들갑스럽게. 와우! 곧 사랑에 빠질듯한 당신의 얼굴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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