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매미와 마시는 아메리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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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실눈을 떠야 할 정도의 햇빛이 거리를 가득 채우면.
정말이지요. 오로지 바다 뿐 다른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손에 쥔 따뜻한 아메리카노의 풍미도 바닷바람이 실고 오는 비릿한 짠내보다 못할 것만 같지요. 건물이 길게 내준 그늘 안에 숨어 차를 대고 창문을 다 열어 매미소리를 맞아요. 라디오 볼륨을 줄이면 아침으로 햇빛을 먹은 매미의 울음 소리만이 이 세상의 모든 소리 같아요. 바다와 매미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있나요? 어느 해변이 있지요. 초승달 모양으로 모래가 길게 들리운. 달보다는 작은 해안이라 둘이 손잡고 걷기에 그만이구요 모래 해안 뒤로는 바오밥 나무들이 태양을 향해 솟아있어요. 바오밥 나무 등걸마다 동굴같은 공간이 있어서 여기 사람들은 거기서 잠을 잔답니다. 그 나무 등걸집에서 누군가는 커피를 팔고 누군가는 세탁을 하고 흰 옷을 다리며 누군가는 칵테일을 만들어 내는군요. 가까이 가서 보니 사람들이 다 매미처럼 생겼어요. 오 맙소사. 네 여기는 매미들이 운영하는 맴맴 해수욕장입니다. 매엠 맴맴. 여기서 휴가를 보내려면 몆가지 단어를 배워야 해요. 이를테면 생맥주는 맹맥. 입니다. 화장실은 매쉬맥이구요. 사랑해 라는 단어는 메~~음. 이랍니다. 성조는 없는데 ~~부분을 얼마나 잘 떨면서 얘기하느냐에 따라 감정의 느낌이 달라진다 하니 연습이 좀 필요하겠군요^^ 당신과 여기서 일주일을 보낼 생각인데. 너무 길까요? 하지만 난 짜릿하네요. 바닷가에 몸을 담근채 매미사람이 요리해주는 씨푸드를 먹고 그들의 대화 소리로 가득한 여름이라니. 분명한 건 덥지는 않겠다 입니다 ㅎㅎ 일요일 아침 이런 상상 한 조각과 아메리카노 한 잔이 좋아요. 당신의 미소도 덤으로 보이구요. 땀방울을 스다듬으며 바람도 반가워 해요. 매주 일요일이면 여길 오지 않을 수가 없다고. 아. 이런. 수줍어 보이기까지 합니다. 당신은 어떤 미소로 나를 볼까요. 마지막 남은 한 모금은 차안에 남겨 둘까해요. 차안에서 마르면 긴 향으로 남겠지요. 여름 밤. 당신이 남기고 간 향기처럼. 내게. 여름의 향기는 이렇게 시작 되겠습니다. PS. 자기야~ 메~~~~~~~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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