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집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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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올릴 썰을 생각하다가 예전에 야릇한(?) 경험을 한 적이 있어서 남깁니다. 몇년 전, 남자들만 8명이 모이는 술자리가 있었다. 8명이 모이는 것은 1년에 많아야 한 두번이라 살짝 기대를 하며 신촌에 있는 한 술집에 들어갔다. 연령대가 비슷하니 술이 한 두잔 들어가고 형, 동생하며 이성이 본능에 충실해지던 찰나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누군가 분명 이 말을 꺼냈다. "야야, 우리 오늘 파라오(나이트) 갈래?" 이 말이 떨어지자 무섭게 "거기 물 좋나?" "아는 웨이터 있어?" "가면 룸 잡아야 하나?" 누구 하나 집에서 혼자 외로움을 달래며 기다리는 여자 친구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술이 들어가니 다들 본능에 충실 할 뿐, 현실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야 기다려봐, 형 나이트 가기전에 몸 좀 푼다." 제일 큰 형이 웃으며 빈 소주잔을 들고 일어섯다. 그는 곧 발정난 늑대 냄새를 풍기며 호프집을 돌아다녔고 이 자리 저 자리에서 즐겁게 웃으며 빈 잔에 술을 채우고 여자들과 떠들기 시작했다. "너가 가면 나도 간다." 이를 본 늑대 1,2,3 갈까 말까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다른 호프집 테이블에 가기 시작한다. 평상시 자신들의 본 모습은 잊은 채 혹시라도 무엇인가 이루어질까 그 기대감 하나로 모르는 여성 테이블에 무작정 앉기 시작한다. "누구에게나 은밀한 비밀은 있다." 나는 남자들의 이런 본 모습을 보는 것을 즐긴다. 그리고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 시간을 지인들과 함께 공유한다는 것이 좋다. "성공하면 내탓, 실패하면 여자탓" 하나 둘 지인들이 돌아오고 방금 벌어졌던 상황에 대해 각자의 무용담을 꺼내 놓는다. 처음 갔었던 큰 형은 모르는 여성 자리에 앉은 지 10분도 지나지 않아 자기한테 빠졌다 한다. 우리는 하나 같이 혼자 만의 착각 아니냐고 웃으며 넘기며 속으론 각자 쓰린 속을 부여 잡는다. 이것이 남자들의 경쟁이다. 실패한 지인은 자기가 말을 할 때 웃고, 자기가 재미있게 해줬는데 결론은 자기 스타일이 아니라서 깟다고 한다. 우리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웃는다. 결국 여자한테 까인 상황인거다. 한 시간 정도가 지났을 까? 우리 근처에 있던 테이블 여자 두명이 빈 소주병을 흔들면서 자기들도 한잔 달라고 한다. 큰 형이 술 기운에 기분 좋은 말투로 이상한 말을 던진다. "이리와요 이리와 우리 술 많이 남았어요." 곧 옅은 긴 갈색머리 그리고 흰색 블라우스에 검은 색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이 일어나 수줍게 웃으며 빈 잔을 들고 와 앉는다. 큰 형이 장난기가 발동했는 지 또 이상한 말을 던진다. "우리 남자 많은데 여기서 자기 스타일인 사람 찍으면 그쪽 자리에 포장해서 보내줄께요"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는 우리 테이블 남자들을 둘러 보았다. 모두 기다렸다는 듯이 머리를 만지고 휴대폰으로 자기 얼굴을 보고, 옷 매무새를 가다듬기 시작했다. 마치 너도 나도 "제발 나만 찍혀라 나만 찍혀라" 이런 생각을 하는 듯 자신이 초이스 되길 바라고 있었다. 남자들은 다 똑같다. 나 역시 어느새 새로 산 향수로 담배냄새를 없애고 있었으니.... 긴 머리에 옅은 갈색 빛이 호프집 조명을 받아 좀 밝게 느껴진다고 생각할 때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다른 남자들 처럼 멋드러진 자기소개나 유머러스한 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고 뭐라도 해야겠다 생각하던 찰나 나는 눈을 피했고 옆에 있는 지인에게 "오늘 몇시에 집에 갈꺼야" 상황에 맞지 않는 말을 억지로 내 뱉었다. 불과 1~2초만에 벌어진 일이었지만 그 순간이 3~4분이라 느낄 정도로 나에게는 긴 시간이었고 지인에게 말을 걸고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지"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이윽고 마음속에선 후회감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조금 더 눈을 마주칠 껄" 지인과 집에가는 이야기를 하는 동안 지인의 대답이나 말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몸은 지인을 향해 말하고 있었지만 본심은 그녀를 향해 돌아있었고 깊은 후회감과 "나는 탈락이다." 이 말만 되뇌일뿐이었다. "저분이랑 저분이요" 그녀가 말을 했고 선택했다. 나는 차마 보지 못했다. 대각선에 앉아있는 그녀의 손이 정확히 내 주변을 향해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돌아봐야 하나? 돌아봤다가 내가 아니면 어쩌지? 미친척하고 3대2로 놀까?" 많은 생각을 하며 눈에 초점이 지인을 향하고 있을 때 지인이 나한테 말을 한다. "야 뭐해 너 찍혔어" 내 눈은 동그랗게 커졌고 놀란듯이 그녀를 향해 다시금 돌아봤다. 긴 생머리의 그녀는 수줍은 듯 입가에 미소를 가리고 있었고 양 볼에 있는 머리칼이 손 끝에 겹쳐있었다. "맞다. 그녀는 처음부터 내 스타일이었다." 그리고 나는 적극적인 여성에게서 매력을 느낀다. 여자가 남자에게 마음이있다 표현하는 것은 남자와 다르다. "남자는 외모만 보고 좋다 나쁘다 스스로 판단하고 쉽게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여자는 다르다. 내가 만났던 여자들은 전부 꼼꼼하며 섬세했다. 그렇기에 남자에게 먼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소극적이다. 혹시라도 자신이 상처 받지는 않을까, 행여 저 남자가 나를 쉽게 보지는 않을까 나는 어느순간부터 그렇게 용기를 내는 여성이 매력적이고, 귀엽게 보이며 때로는 섹시해 보일 때도 있었다. "그 수줍은 모습" 나와 함께 찍힌 형이 자리에서 일어나 소주를 가지고 그 자리를 가자고 한다. 자리에 가보니 혼자 남아있던 긴 생머리에 늘씬한 다리를 가진 여성이 말을 했다. "우리 술 필요 없는데 ^^" 테이블을 보니 소주 두병정도가 남아있었고 안주는 많이 남아있지 않았다. 혼자만의 착각이지만 나는 그녀들이 우리와 놀기 위해 가지 않고 술을 시킨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앉자마자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생각하다 우리를 왜 찍었는 지 물어봤다. 혼자 남아있던 여성은 무슨 상황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있고 우리 테이블에 왔었던 그녀는 수줍게 웃는다. "마음에 들어서요." 이 말이 좋다. 그냥 마음에 든다는 단어 자체가 좋다. 모르는 남녀가 만나서 이 말을 한 다는 상황 자체가 나는 좋다. 나는 한번 더 물어봤다. "원래 다른 남자들한테도 이런 말 자주하는거 아니죠?" 여자의 얼굴은 벌겋게 상기되었고 약간은 심통난 표정과 함께 억지로 웃는 듯 했다. 그리고 증명하고 싶었는 지 "야 우리 이런적 처음이지?" 늘씬한 친구에게 말을 한다. 친구도 기다렸다는 듯 우리 정말 처음이거든요? 그 말에 같이 온 형과 나는 웃는다. 서로에 대해 이야기 하며, 모 대학 예술 계역 학생인 것을 알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30분간 서소를 알아갔다. "야 뭐해 빨리 와" 테이블에 있던 제일 큰 형에게서 연락이 온다. 그렇다. 우리는 나이트를 가기로 했다. "우리 이제 가봐야 해서 재미있게 놀아요~" 나는 이 말 한마디와 함께 너무나도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돌아왔다. 우리는 그렇게 자리를 정리하고 이내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연락처를 물어볼까" 나는 호프집을 나갈 준비를 하며 계속 머릿속으로 되뇌었다. "혹시라도 이상한 사람으로는 보지 않을까" "호프집에서 만났는데 그렇고 그런 남자로 보는 건 아닐까" 아쉽게 나는 용기를 내지 못했다. 어느한 구석 믿고 있었던 것이 같이 테이블에 갔었던 형이 이미 연락처를 받아둔 상태였었다. 우리는 그렇게 호프집을 나와 나이트를 가기 위해 횡단보도에서 신호등을 보고 있을 때 가로수 불 빛 아래에 그녀와 그녀 친구가 다시 나타났다. 둘은 수줍어 하고 있었고 신촌의 밤거리에 볼 수 있는 흔한 풍경이지만 무엇인가 묘하게 나와 그녀 사이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왜 아직도 안가고 뭐하고 있어요." 내가 그녀에게 가서 웃으며 말했다. 1부 끝났네요. 긴 글을 줄이고 줄여서 쓰다보니 중간 중간 빼먹은 부분도 많고 쉽지가 않네요. 시간나면 2편도 올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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