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 잠이 들었다가 꿈을 꾼 듯 떠올라서 쓰는 소설
0
|
|||||||||
|
|||||||||
그들이 침공했고 동시에 지구를 점령했다.
점령과 동시에 포고령 1호가 반포됐다. 포고령 제1 호. 금일로부터 역산하여 1년 이내에 섹스를 한 경험이 있는 지구인 남성에 한하여 향후 3년 동안 섹스를 금한다. 이를 어길 시 재판 과정을 생략하고 즉결처분한다. 환호했다. 드디어 내게도 기회가 생기려나. 그토록 좁던 문이 조금은 열리려나. 그러나 얼마 못 가 더 깊은 절망에 빠졌다. 1년 이내에 섹스한 경험이 없는 지구인 남성이 이토록 많을 줄이야. 더구나 그 가운데 훤칠하게 생긴 지구인 남성이 이토록 많을 줄이야. 그런 가운데 내가 선택될 가능성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그들도 당황한 듯했다. 예상 외로 많은 수의 지구인들이 명랑생활을 즐기며 밤이고 낮이고 지구 곳곳에서 명랑한 고음과 저음이 감지되어 그들의 청각세포를 괴롭혔기 때문이다. 이윽고 포고령 2호가 반포되었다. 포고령 제2호. 금일로부터 역산하여 3년 이내에 섹스한 경험이 있는 지구인 남성의 섹스를 이유 불문 금한다. 위반 시 모든 사법 절차를 생략하고 물리적 거세를 실시한다. 이번에는 더더욱 환호했다. 3년 이내 무경험인 남자가 몇이나 되겠냐면서. 과연 이번에는 분위기가 달랐다. 지구상의 숙박업소는 이미 대부분 폐업하였고 고요한 지구의 밤 공기를 가르던 고음은 거의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할 지경이었다. 그래도 이따금 새벽 공기를 가르며 귓전까지 전해지는 암수의 거친 숨소리에 괴로웠다. 이쯤이면 내게도 기회가 올 것 같지만 끝내 기회는 오지 않았고 더더욱 절망에 빠졌다. 깊은 절망 속에서 허우적거릴 때 기다리던 포고령이 내려왔다. 내게 절망감을 주던 이따금씩 들리던 그 암수의 거친 숨소리가 그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을 터. 포고령 3호가 공포되던 그 순간 나는 무한한 희열을 느끼며 서서히 감기는 눈꺼풀과 함께 깊은 잠에 빠졌다. 포고령 제3호. 금일 현 시각부로 지구상 모든 곳에서 지구인 모두의 섹스를 포함한 일체의 성적 행위를 금한다. 암수 간의 피부 접촉은 물론 1미터 이내에 접근하는 것은 모두 성적 행위로 간주한다. 위반 시 포고령 2호에서와 마찬가지로 처분한다. 이상.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