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옛날 일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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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3학년 때의 일이었다. 동갑내기 사촌여동생이 우리집에 놀러와 저녁을 먹고 있었는데 아버지께서 여동생에게 소주잔을 쥐어주시고 술을 따라주시며 " ㅇㅇ아. 곧 있으면 핵교 졸업인디 말이여. 절대 대학교 가서는 남자가 주는 술을 받아먹지 말어라." 라고 말씀하셨다. 이에 여동생은 " 왜요 큰아빠?" 하고 물었고 아버지께서는 " 그건 널 정복할라고 주는 술이니께." 라고 짧게 대답하셨다. 여동생은 " 아... 그렇구나..." 하면서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는 순간 궁금증이 생겨서 옆에 계시던 어머니께 " 어머니는 아버지한테 술 받아 마셨어요?" 라고 물었다. " 밥이나 쳐먹어 이 미친놈아." 나의 어머니께서는 나의 뺨을 거의 칠 뻔 하셨다. 후로 나는 아버지의 말씀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내 친구들의 행동에 아버지의 말씀을 비추어 생각해보니 맞는 말씀이었다. 나는 여자에게 술을 주는 행위로 인하여 오해를 사는 행동을 하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을 했다. 몇달이 지나고 나는 대학생이 되었다. 대전에 있는 한 대학교의 식품공학과에 입학을 했다. 과 특성상 남자보단 여자들이 훨씬 많았다 라기보단 나와 성별이 다른 존재들이 참 많았다. 처음 그 존재들을 봤을 때 한눈에 확 들어올만한 외모를 가진 존재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역시나 여자는 외모보다는 마음씨였다. 아웃사이더로 친구없이 홀로 지내던 나에게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되어준 여학생이 생겼다. 알게되면 알게 될수록 착한 아이였다. 나는 그 여학생과 밥도 먹고 영화도 같이 보고 데이트도 했지만 나의 소심함 때문에 사귀는 사이까지는 발전하진 못한 사이였지만 서로 불만은 없었던 것 같다. 나는 학교 정문앞 바로 앞에서 하숙을 했었고 그 여학생은 자취를 했었지만 단 한번도 서로의 개인적 공간에 대해 궁금해 하거나 가보고 싶다라는 생각은 없었다. 괜시리 그런 것을 물어보는 것이 오해를 사는 행동이 되지는 않을까 싶어서였다. 어느날이었다. 그 여학생과 나는 평소보다 늦게까지 만나고 있었고 처음으로 함께 술을 마시게 되었다. 나는 술을 마시는 내내 그녀로부터 오해를 살 행동을 하지 않기 위해 그녀의 음주 페이스를 조절해주었다. 하지만 나의 노력은 헛수고 였다. 화장실을 다녀온 다던 그녀는 화장실에서 몰래 혼자 맛있는 술을 먹었는지 꽐라가 되어 돌아왔다. ' 방년의 여성이 대체 무슨 속셈인거지??' 나는 당황하며 어찌할 바를 몰라했다. 자취방에 데려다 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녀의 자취방이 어딘지 가본적도 없고 물어본 적도 없어 찾아갈 방법이 없었다. 정말 최악인 것은 학과의 친구라곤 그 여학생 뿐이었던 나는 누구에게 물어볼 방법도 없었다. 여학생의 휴대폰을 열고 학과 친구들에게 전화를 하자니 내가 너무 이상한 놈이 되어버릴까봐 그 마저도 겁이나 포기를 했다. 결국 나는 그 여학생의 가방을 뒤졌다. 그리고 주민등록증을 찾았다. 그녀의 집 주소는 '수원' ' 이 방법뿐이야....' 나는 그녀와 함께 택시에 올랐다. " 기사님, 수원이요!" 수원. 그녀가 사는 아파트에 도착했다. 그녀는 아까보다는 약간 상태가 좋아진 것 같았다. 그녀를 업고 그녀가 사는 동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릭 그녀의 집 초인종을 눌렀다. 한 남자가 대답했다. " 누구세요?" 어른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내 또래쯤? " 아 저는 ㅇㅇ이와 같은 과에 다니고 있는...." 사정을 설명했다. 문이 열렸고 나보다 두세살 정도 어려보이는 남자애가 나와 그녀의 머리 끄댕이를 잡고 말없이 집안으로 끌고 들어갔다. ' 고맙다는 말도 안하네...' 나는 아파트를 빠져나왔다. 돈이 넉넉치 못해서 택시를 타고 수원 터미널까지 갔다. 근처 피씨방에 들어가 첫차를 기다렸다. 버스 첫차에 올라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한숨 자볼까 하면서 눈을 감으려는데 몇시간전까지 나와 술을 마셨던 여학생이 버스에 올랐다. 집에 들어갈 때는 동냥아치 꼬라지였던 집에서 울고 나왔는지 퉁퉁 부은 눈을 빼고는 평소처럼 말끔하고 단정한 모습이었다. ' 간이 좋구나 쟤.....' 아는 척을 하면 뭔가 이상해질 것 같아서 그냥 창가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잠을 잤다. 그 이후로 그 여학생과는 일절 말 한마디를 나누지 않았고 다행히 그 여학생과 나만의 일이었기에 이상한 소문이 돌거나 하지는 않았다. 여자와 단둘이 술을 마시면 안되는 첫번째 이야기였다. 흔히들 하는 다른 말로는 줘못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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