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놀이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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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정차 할 역은 건대입구, 건대입구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약속한 장소로 오는 내내 갈등의 연속이었다. “이래도 되는 걸까?” “뭐 어때, 내 자유잖아.”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뭐가 아닌데?” 손끝이 저려온다. “자, 자 침착하게. 떠는 모습을 보여주진 말자.” “자연스럽게 하는 거야. 늘 그랬다는 듯이.” 저기 멀리서 왠지 느낌이 오는 사람이 다가온다. 20미터, 15미터, 10미터. 아니었다. 그냥 지나간다. 그저 눈이 마주쳤을 뿐이었다. 또 다른 몽타주가 다가온다. “저기요.” 뒤에서 들려오는 가냘픈 목소리. 뒤돌아보는 그 짧은 찰나에 오만 생각이 눈앞을 지나치며 날 조롱한다. 눈이 마주쳤다. 좀 전에 지나쳐간 그 사람이다. 머리끝 정수리부터 스캔에 들어간다. 전화는 주고받지 않고 그저 메신저로 주고받은 단어들이 마치 3d영화 에서처럼 상대방의 윤곽을 만들어내곤 오버랩 시킨다. 검은 머리칼이 올라오고 있는 염색을 한지 조금 지난 갈색 머리칼, 그리 짧지 않은 단발, 앞짱구다. 코는 끝이 동그래 해서 착해 보인다. 인중은 적당한 길이. 아랫입술이 조금은 두툼하고 붉은색 립스틱을 발랐다. 내 껄 빨아주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내 껄 넣기엔 입이 너무 작은 건 아닐까?” 턱은 둥글다. 난 턱을 빠는 버릇이 있다. 그리고 내 기준에 그런 얼굴의 여자가 섹시하다. 이렇게 그동안 머릿속에 간직하고 있던 데이터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되어간다. “안녕하세요. 레홀남 맞으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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