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 가벼운 관계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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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레홀에서 연락하던 남자가 있었다. 그가 먼저 나에게 다가왔다. 심심하던 찰나에 평소에 잘하지도 않던 댓글놀이를 하게되었고, 심심하던 그도 나에게 반응을 했고, 심심하던 나도 그에게 반응을 했다. 그는 적당한 키에, 적당한 체격에, 적당히 준수한 외모에, 적당히 밀당도 할 줄 알던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이 나에게 무엇을 원하는지를 정확히 알던 사람이었고, 그의 그런 당당함이 싫지 않아서, 나는 그와 연락을 이어갔다. 우린 둘다 연인보다는 만날때만 뜨거운 사이가 되길 바랬다. 그는 나와의 뜨거운 밤을 원한다고 했고, 나도 누군가와의 뜨거운 밤을 원했기에 우리들에게 방해물은 오직 하나밖에 없었다. 그건 '거리'였다. 그와 나는 거의 3~4시간이나 걸리는 거리에 있었고, 우린 둘다 뚜벅이였고, 우리는 원하는 것이 뚜렷했지만 그것 하나만을 바라보러 떠나기가 가볍기가 어려웠다. 가벼운 만남인데.. 무거운 존재가 되어야만 했다. 서로 만나길 원했지만, 방해물은 우리에겐 힘이 들었다. 나는 그가 좋았고, 그도 내가 좋았지만. 서로가 좋은 이유는 서로의 욕망을 가볍게 채우는 존재이고 싶었으니깐...이다 그렇게 기회를 엿보다가 우연찮게 그가 서울에 오는 날 우리는 만났고, 오래된 모텔에서 짧지만 긴 대실을 했다. 연락만 몇달을 하던 사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가볍고, 익숙하게 서로의 몸을 탐했다. 그의 적당한 키와 적당한 체격과 적당한 그의 것은 이미 오랜 만남을 이어온 듯한 편안함과 기쁨을 내게 안겨주었다. 그의 입술이 좋았고, 그의 소리가 야했고, 그의 허리돌림이 자극적이었고, 무엇보다도 내가 그의 위에 있을 때 내려다보는 내 시선이 좋았다. 그의 호기심 어린 눈빛과 나의 호기심 어린 눈빛은 서로를 어루만지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게되었다. 즐거웠다. 이런 사람이라면 오래 보고싶었달까... 그렇게 또 얼마지나지 않아, 내가 그의 집으로 갔다. 그의 여운이 좋았고, 그란 사람을 더 알고싶었기에 근처에 일이있어 간 김에 그를 만나러 갔다. 두 번째 그의 만남은 서로가 더욱 좋았고, 더욱 애틋했으며, 더욱 따뜻해서, 함께하는 시간 동안 우린 이미 서로에게 '연인'이 되었다. "사랑해"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참았다. 그리고 다음을 기약하며 우린 다시 헤어졌다. 그는 나에게, 다음에는 자신이 내가 있는 곳으로 오겠다고 내 눈을 바라보며 말해주었다. 멍청하게도 난 그 순간 그의 말을 믿어버렸다. 우린 만나는 날짜를 정했다. 가벼운 관계로 시작하기로 했지만 몇 분만에 상대방을 보러 오고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기에, 조금은 무리해야 하는 관계가 되어버렸다. 나는 상관... 없을 거라 생각했다. 내 연애는 모두 장거리였기에.. 무거운 존재인 가벼운 만남도..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에게는 조금 낯선 조건의 만남이었을 것이다. 그걸 아는 나로써는 자신이 나를 만나러 올라오겠다는 말을 해줘서, 그런 말을 해준 그가 너무 고마웠다. 너무 고마워서, 그를 만나기 이틀 전에 미리 모텔을 예약해놓고, 그를 만나서 같이 산책할 시간도 장소도 생각해두고, 만나면 그의 두 눈을 바라보며 '고맙다'고 말해주려던 참이었다. 나는 그에게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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