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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 가벼운 관계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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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 조회수 : 7079 좋아요 : 7 클리핑 : 2


고마운 마음을 품고 그에게 연락을 했다.

"내일 몇시에 만날까?"

한참 뒤에 그가 연락이 왔다.

"아.. 미안. 나 부모님때문에 어려울 거 같아."


.
.
.

짧고 간단했다.

그 단순한 문장은 내가 굳이 그를 고마워할만한 사람이 아니란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나는 그의 연락을 몇일 전부터 기다렸지만, 그는 내가 묻기전까지 어떠한 사실도 말하지 않았었고,
그러한 행동들은 그의 대답이 거짓임을 증명해주었다.



나는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던 '가벼운 관계이면서 무거운 존재'가...
그에게는 불가능했던 것 같다.

뭔가.. 0.1초만에 그 사람에 대한 온정이 불에타버려 회색빛 재로 변해 내 눈앞으로 흩날렸다. 



나는 참 여전히 사람 보는 눈이 없는 건가. 싶다가도..
그가 괘씸했다가도.. 원래 그런 사람인거 알고있지 않았냐며.. 스스로를 설득해갔다.

내가 괜한 믿음을 가졌다며, 내가 괜히 사람을 믿었다며..
어리석은 내 자신을 질책했다.



그는 날 온라인으로 만났다.
그는 '가벼운 관계'를 요구했다.
그는 이전의 만남들도 가벼웠다.
그는 '관계'라는 것에 노력하기를 꺼려한다.
그는 사람에 대한 상처가 많다.
그는 두려움도 많다.


이 정도 사실만 가지더라도 당연한 것을..

이 정도 사실만 가지더라도 아직은 그는 자신을 내주기를 꺼려한다는 것을 나는 머릿 속으론 알았는데.. 바보였다.



나는 될 거 같다는 그 아둔한 믿음이 그런 그를 직시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의 그 한 통의 연락은 그와의 관계는 어차피 언젠가 이렇게 될 것이란 답안지였다.




난 그런 것까지 감당해줄 수 있는 여자는 못된다.
가벼운 관계를 바라는 그에게 나는 이정도 했으면 됐다고 본다.

안되는 조건값을 계속 이어보겠다던 과거의 노력이 잘못이지,
나는 그 조건 사이에서 할만큼 했다고 본다.


나는 가볍든 무겁든 관계 이전에, 사람으로써의 '예의'가 중요했고, 그는 지켜주지 않았다.


그가 생각하는 중요한 것과, 내가 생각하는 중요한 것이 아마 달랐던 것이지.



단지 그를 위해 많은 것을 줄 수 있는 여자가 그의 집 100m내에 존재하길 바랄 뿐이다. 

나는 가벼움을 원하는 그에게 내 무거움을 내어주고 싶지 않는다.


그를 잃는 것이 아깝기보다는,

다만 그의 연락 한통에 예약했던 모텔 취소 수수료가 난 더 아까웠을 뿐.
모란-
감당할 수 있겠어? XOXO -모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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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소녀 2017-01-12 19:18:33
글..잘 읽었어요~~^^
디테일한 감성 표현들이 꼭 옆에서 듣는것처럼..생생 하네요..
모란-/ 감사합니다. 밤소녀님 ^^
우럭사랑 2016-08-17 21:18:09
아이쿠 쓰담쓰담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마음은 잘안된다는 ...
모란-/ ㅋㅋㅋ 맞아요. 그래도 아픈만큼 깨닫는 바도 있으니깐요 ^^
십루타 2016-08-17 11:48:44
모란님의 진솔한 글 잘 읽었습니다.
진정한 오르가즘은 그 사람의 내면속에 있을 때 가능하다 생각합니다.
원나잇 사랑은 진정한 오르가즘이라 볼 수 없죠.
정말 그 사람을 사랑하면 외모나 기술 이런 것은 부차적인 것이죠.
모란님이 깊은 관계를 만나시길 빌어봅니다.
모란-/ 네~ 감사합니다 십루타님 ^^
첫째토토 2016-08-17 06:34:12
또 다른 성장을 하게 되었을거야~~!!
모란-/ ㅋㅋㅋ 네~ 무럭무럭 자라고 있어요 ^^
까떼리니 2016-08-17 00:37:57
먼가책을읽고가는느낌이들어좋네요ㅋㅋㅋ감성적이시네요
모란-/ 레홀에서 감성글 끄적거려보았습니다 ㅎㅎㅎ
슬립낫 2016-08-16 16:06:23
다음에 취소되면 제가 까두기 하겠습니다ㅋㅋ
모란-/ ㅋㅋㅋㅋㅋ 아이구 감사하여라
슬립낫/ 혹시 괜찮다면 라인 pantera98 친구 부탁이용ㅋㅋ
-꺄르르- 2016-08-16 13:50:44
내용은 좀 안타깝지만 글속의 단어들이 참 좋네요~

잘보고갑니다~ ^^
모란-/ 좋았다니 감사합니다 까르르님~
홍자몽에이드 2016-08-16 11:37:31
글..너무 좋네요 감각적이기도 하고 단어 선택도 너무 좋아요..어느새 감정이입하게 되네요 꺄아~~~
모란-/ 헿 감사합니다 ^^ 여자분들에게 칭찬받으니까 어깨가 들럭들썩-!!
레드홀릭스 2016-08-16 10: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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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 감사합니다-
redman 2016-08-16 09:45:33
ㅠㅠ 이런.
모란-/ ㅋㅋㅋ
redman/ 저도 그만 감정이입이..ㅋㅋ
코라 2016-08-16 08:43:43
함부로 댓을 달 수 없는 글이네요.
좋아요 누르고 갑니다.
모란-/ 코라님 감사합니다 ^^
따뜻한햇살 2016-08-16 07:12:18
시간의 가치는 위대한 거 같네요~ 마음을 바꿔 놓을 수 있다니~
모란-/ ㅋㅋㅋ 그러게나말입니다 ^^
날씨의여신 2016-08-16 07:11:59
어쩌면 가벼운관계임을 일찍알게되어서 다행일지도모르겠네여..
모란-/ 네 ㅋㅋ 생각보다 일찍알아서 다행이지요~^^
kelly114 2016-08-16 06:23:30
"나는 가벼움을 원하는 그에게 내 무거움을 내어주고 싶지않다." 이 문장이 골수. 아~모란이 멋진여자^^
모란-/ 꺄 >_< 언니 매번 읽어주셔서 고마워요~ 역시 멋진언니야~~
르네 2016-08-16 04:49:49
마음이 먹먹하면서...
여성의 감성이란게 이런거구나 느꼈어요.
출근해야되는디 ㅠㅠ
모란-/ 출근 무사히 하셨나요? 여성의 감성.. ㅋㅋ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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