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놀이터 16 새로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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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민우의 생일날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왠지 모를 설레임이 날 깨운 것 같다. 지난밤 잠을 설쳤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이리저리 몸을 굴려가며 고민했지만, 언제 잠든지 모르게 다시 아침에 눈이 떠졌다. 우선 샤워를 했다. 찬물로 머리를 감고 샤워를 하며 혼자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려 했지만 다 소용 없는 짓 이란것에 결론을 지었다. ‘너 지금 뭐하자는 거니...’ 민우가 일어나기 전에 청소를 먼저 했다. 남자둘이 사는 집이 뭐 특별할 것이 없는건 당연하다. 그 흔한 화분하나 없고, 물고기가 헤엄쳐 다니는 어항도 없다. 물론 개나 고양이도 없다. 빨래통엔 벗어놓은 옷만이 가득하고, 설거지가 쌓여있는 싱크대는 변함없고, 소파밑에서 먼지와 같이 뒹굴고 있는 뒤짚혀 벗어놓은 양말. 아들과 나의 동선이 보일 듯 한 걸레질 한번 없던 거실바닥. 구겨진채 대충 널려져 있는 빨래건조대의 옷가지. 몇켤레 밖에 없는 현관앞 신발. 하얗게 빛나고 있어야 할 세면대와 변기는 여거저기 얼룩이 있고, 냄새나는 수건, 불어터진 비누, 빈통으로 세워져 있는 다 써버린 샴프통. 비누얼룩이 남겨져 있는 면도기. 오늘에서야 나의 생활이 어떠 했는지 눈에 들어온다. “우리 이혼해.” “그래, 그러자. 단, 넌 빈몸으로 나가는거야. 아이도 두 번다시 볼 생각 하지말고.” “아이는 왜...” “왜? 왜라는 말이 나와?” “변호사와 말 할 거야.” “변호사? 그래. 변호사 사무실에서 봐.” “뚜뚜뚜...” 그렇게 끊겨져버린 전화통화 이후부터 난 그저 아들 민우 하나만을 바라보고 살아왔다. 그러기 위해서 회사일에 더 몰두를 했고, 시간만 되면 민우와 함께 시간을 집밖에서 보냈다. 전 아내와의 기억이 남겨져 있는 집이 싫었다. 이사는 하지 않았다. 민우가 결코 이사를 반대했다. 나도 새로운 동네에서 어색한 사람들 틈에 아이를 맡겨둘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아들 민우가 내색한번 없이 나와 잘 지내주었다. 신발부터 정리를 했다. 가지런히 아들과 나의 신발을 나란히 놓아본다. 거실 탁자에 놓인 정리안됀 읽고 쌓아놓았던 신문지와 배달음식 안내책자를 정리한다. 뜯어보지도 않은채 쌓여있는 각종 고지서와 우편물. 티비위에 쌓여있는 먼지. 아들과 찍은 사진액자 외엔 아무것도 없이 썰렁한 거실장. 거실 베란다 창에 걸려있는 커텐자락에 뭉쳐있는 먼지와 머리카락들. 쉰내나는 빨래통의 빨래들. 하나 둘 정리했다. 오랜만에 무릎을 꿇고 닦아본 거실바닥은 아침햇살에 반짝인다. 화장실에 팬티한장 걸치고 들어가 샤워기로 구석구석 물을 뿌리고 청소솔로 문질러 본다. 타일 사이틈의 곰팡이는 왜그리도 지워지지 않는지. 나름대로 한다고 했지만, 만족스럽진 않았다. 2년이란 시간동안 멈춰버린 듯 한 집. 민우를 깨웠다. “민우야, 일어나야지. 생일축하해.” “어, 고마워 아빠. 사랑해” 아들이 날 꼭 안고서 볼에 입맞춤을 해준다. 눈물이 나려는걸 억지로 참아본다. 내 곁에서 아무것도 해주지 않은 듯 한데,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아들에게 너무나도 미안한 맘에 눈물이 나려 했다. “자, 우리 민우 오늘 멋진 주인공이 되어야지? 자 가서 얼른 샤워하고 와.” “응, 알았어.” 벌떡 일어나 거실로 나간 민우. “우와~~아빠 청소했어? 우리집같지 않아.” ‘자식...미안하다. 아들아.“ 주방으로가서 설거지를 한다. 둘이사는 집이어서 그런지 그릇 몇 개와 수저와 젓가락 몇 개. 도마와 칼은 한번도 쓴적이 없는 듯 너무 새것같이 보인다. 인버터위 유리판엔 아무자욱도 없이 먼지만 쌓여있고. “아빠, 나 다 씻었어.” “그래, 시리얼 줄까?” “내가 해 먹을께. 아빠는 있다가 아줌마 오기전에 요리준비 해야지 않을까?” ‘아차, 잊고있었다. 어서 준비를 서둘러야 겠다.’ 그런데 막막하다. 뭐부터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는거지? 어제 봐 온 장바구니부터 열어보았다. 고기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어제 마트에서 그녀가 시키는대로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케읶도 냉장고에 넣어두었고. ‘뭘 어떻게 해야 하지?‘ “띵~~동~~” “정빈이다.” ‘큰일이다. 아무것도 안했는데.’ “아빠, 옷 안입어?” ‘아뿔사’ 늘 그런대로 팬티한장 걸치고 서 있는 날 발견한다. “야, 민우야 잠깐만, 아빠 옷좀 입고” “빨리 입어, 현관앞에서 아줌마가 기다리잖아.” 번개같이 쏜살같이 달려 바지하나를 찾아 입는다. ‘어디있지...바지가...이거 입을까? 아님, 저거?’ 혼자서 우왕자왕 하는 사이에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안녕하세요. 정빈아 어서와. 나 시리얼 먹고 있는데 너도 먹을래?” 서랍장 맨 아래 칸 구석에 구겨진채 있던 곤색 츄리닝 바지를 하나 찾아 입었다. 두 번째 칸에선 흰색면티를 꺼내 입었다. “아빠는 어디 가셨니?”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니요, 아빠 옷입으로 방에 들어갔어요. 팬티만 입고 청소를 하고 있었거든요.” ‘저놈이...할 말 못할 말을...’ 거실로 아무일도 없었던 듯 최대한 자연스럽게 하려 했지만, 그녀에게 들키지 않으려는 듯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걸어가는 날 발견한다. “오셨어요?” “아, 네...너무 일찍 온 것 같죠?” “아닙니다. 저희도 일어날 시간이 지났어요.” “전화를 받지 않으셔서요” “네? 아, 네...전화기가 어딨더라...” 팬티한장 입고 온집안을 뒤적거린 내게 핸드폰이 있을리 없다. 침대 머리맡에 지난밤 그녀의 SNS를 탐색하던 화면 그대로 켜져 있던 핸드폰. 그녀의 밝은 미소가 마지막 사진 이었다 보다. “저 솔직히 아무것도 준비를 하지 못했어요.” “괜찮아요, 아빠들이 다 그렇죠 뭐. 재료들은 다 어디에 두셨어요?” “네, 고기하고 케읶은 시키신대로 냉장고에 넣어두었구요. 나머진 그대로...” “제가 주방에 들어가도 괜찮겠죠?” “아, 네 물론이죠.” ‘또 어제와 같이 시험채점 받는 기분이다’ 그래도 입가엔 나도 모르게 미소가 머금어진다. “애들아 너흰 방으로 들어가서 놀아” “네, 아줌마 기대해도 되겠죠?” “야, 민우야 우리엄마 정말 잘해. 걱정마.” “정빈아, 그만.” 아이들은 방으로 들어가 버렸고, 눈이 마주친 순간 우리 둘은 어색함에 서로 몸둘바를 몰랐다. “주방은 저쪽에...” “네...” 주방으로 걸어가는 그녀의 뒷 모습. 오늘은 맨살이 들어난 반바지 차림이다. 목 부분이 약간은 늘어진 디자인의 햐얀 티 한 장. 검은색의 브래지어가 보인다. 주방에 들어선 그녀가 갑자기 머리를 틀어올려 묶는다. 하얀 목선이 그대로 들어나 보인다. 한번만 만져보고 싶다는 맘이 요동을 친다. “혹시 앞치마 필요하세요?” “네? 아, 맞다. 챙겨놓고 그냥왔어요.” “저희집에 있는 유일한 여성용품이 앞치마입니다.” 전 아내가 남긴 유일한 흔적. 다 내다 버린줄 알았었는데, 어느날 민우 책상서랍속에서 발견했다. 내색은 안했지만, 엄마의 내음이 남아있을거라 생각한 것 같아. 뭐라 하진 않았다. 들어올린 머리를 능숙하게 한번에 묶는다. 그 모습을 보니 얼마나 흥분이 되던지...또 나의 앞에 피가 몰려옴을 느낀다. 그리고 그녀가 지나간 자리에서 맡아지는 그 향수. 날 더욱 흥분시키기엔 부족함이 없다. 앞지마를 두르고 서있는 그녀의 모습에 넋을 잃는다. [[ “자기야, 언제 일어났어? 깨우지 그랬어.” “응? 일어났구나? 더 자도 되는데.” “그냥 눈이 떠졌어. 당신도 내곁에 없고.” “이리와.” “팬티라도 갖어다 줄까?” “아니, 난 지금 이대로가 좋은데.” “나도.” 신혼이었던 우리부부. 주말이면 거실커튼을 모두 쳐놓고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않고 지냈다. 주방에 들어서면 늘 맨몸에 앞치마 한 장 걸치고선 장난스러운 몸짓으로 날 유혹하곤 했다. 난 음식을 하고있는 아내뒤로 다가서서 내 앞을 그녀의 엉덩이 사이에 밀착시켜 비벼대곤했다. 그럼 아내는 한 손으로 나의 앞을 잡아 애무해주고, 난 아내의 등에 입맞춤하며 점점 밑으로 내려가 아내의 다리를 한 쪽 씽크대에 걸치게 하고 난 아내의 밑을 탐하곤 했다. 향긋한 내음과 보슬거림이 섞인 그 곳을 난 사랑했다. 나의 혀놀림에 뜨거워지던 아내의 몸부림. 그렇게 우리의 주방에서의 모닝섹스가 시작되곤 했었다.]] “민우 아빠, 민우 아빠, 저기요...” 그녀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정신을 가다듬는다. “네?...아, 네... 정빈이 엄마. 뭐가 필요하세요?” “집에 양념들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요? 잠시만요.” 씽크대 여기저기 찾아봤지만, 삼겹살을 먹을 때 뿌리던 허브소금 왜엔 유통기한이 지난 것들 뿐이었다. 의자를 갖어다 놓고 위쪽을 찾아봤지만 마찬가지다. 내려오려 잠시 눈길을 아래로 향했을 때, 나의 시선은 멈추어 버렸다. 그녀의 가슴골이 눈에 가득 담겨져왔다. 그리고 나의 앞이 그녀의 얼굴과 가까워져 있었다. ‘안돼는데, 안돼는데...이러면 안돼는데...’ 나의 앞이 서서히 부풀고 있음을 감지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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