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자유게시판
죄책감의 가격 4억2천만원  
1
켠디션 조회수 : 2073 좋아요 : 0 클리핑 : 0
" 제가 생각하는 죄책감의 가격이 4억 2천만 원입니다. "

선글라스를 낀 사내의 말에, 앞에 있던 4명의 눈이 반짝거렸다. `죄책감의 가격`이란 게 뭘까?

최무정, 김남우, 공치열, 임여우.
선글라스 사내가 모은 네 명이 궁금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사내는 그들을 향해 설명을 시작했다.

" 저는 해커입니다. 저는 한 가지 의뢰를 받았고, 그 대가로 10억을 받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 중에 제 일을 도와주실 분에게, 그중 4억 2천만 원을 드릴 겁니다. "

넷의 눈동자가 놀라 커졌다. 그들은 사내에게 일당 30만 원을 받기로 하고 온 사람들이었다. 한데 4억 2천이라니?
사내는 손바닥을 내밀어, 네모난 플라스틱 위의 동그란 `버튼` 하나를 보여주었다. 넷의 시선이 향했을 때, 사내는 설명했다.

" 이제 얼마 뒤면, 유치원생 아이들을 태운 `ㅁㅁ사`의 `무인 조종 스쿨버스`가 시범운행을 시작할 겁니다. 제가 받은 의뢰는... 그 버스를 해킹해서 사고가 나게 만드는 겁니다. "

" 뭐요?! "
" 뭣?! "

넷이 경악했지만, 사내는 틈을 주지 않고 바로 말을 이었다.

" ㅁㅁ사의 라이벌 회사에서, 치명적인 사고를 원했습니다. ㅁㅁ사가 총력을 기울여 선보이는 `무인 조종 시스템`에, 다시는 재기 불가능 할 정도로 큰 타격을 줄 사고 말입니다. 그 사고의 규모는... 버스에 탄 아이들의 대규모 사망입니다. "

" 이런 미친?! "
" 그게 말이 돼?! 그런 목적을 위해 죄 없는 아이들의 목숨을 제물로...! "

넷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때, 사내가 버튼을 앞으로 올려 보였다.

" 모든 해킹 시스템은 만들어졌습니다. 이제 얼마 뒤, 이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버스는 난간으로 돌진해 다리 아래로 추락할 겁니다. 많은 아이들이 죽겠죠. "

넷이 무어라 소리치려던 순간! 사내가 말했다.

" 저 대신, 이 버튼을 눌러주시는 분에게 4억 2천만 원을 드리겠습니다. "
" !! "

넷의 몸이 흠칫 굳었다.

" 우습게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제 손으로는 절대 이 버튼을 누를 수가 없었습니다. 죄책감 때문에 말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을 모셨습니다. 4억 2천만 원. 그게 제가 생각하는 죄책감의 가격입니다. "

" ...... "

넷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무슨 개소리냐며 소리쳐야 할 타이밍을 놓쳤다. 왜냐면, 그들은 사내가 엄선해서 고른 자들이었기 때문이다.
사내는 넷의 얼굴을 한 명씩 보며 말을 했다.

" 김남우씨. 따님의 수술비가 필요하시죠? 4억 2천이면 충분히 따님의 목숨을 살리고도 남을 겁니다. "
" 으음... "

30대 사내 김남우가, 관리 안 된 턱수염을 긁었다.

" 최무정씨. 폭력, 강도, 절도, 성추행... 전과 13범 최무정씨? 돈 좋아하시죠? 4억 2천이란 액수는 만져 본 적이 없으실 것 같은데. "
" 흠. "

곰 같은 덩치의 최무정이, 씹고 있던 껌을 `쫙! 쫙!` 소리 내어 씹으며 사내를 노려봤다. 나머지 셋은, 그의 팔뚝에 그려진 문신을 보고 꺼리는 눈빛으로 거리를 유지했다.

" 공치열씨. 오래 사귀던 여자친구분이 최근에 다른 남자와 선을 보았죠? 만약 공치열씨에게 4억 2천이 있어 집을 장만할 수 있었다면, 여자친구 부모님께서도 결혼을 허락해 주지 않으시겠습니까? "
" 큭... "

30대 사내 공치열이 인상을 찌푸렸다.

" 임여우씨. 부모님과 친구분들께 거짓말을 하셨죠? 대기업에 취직했다고요.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 친구들한테 자존심을 세우고 싶어서 시작한 거짓말이 점점 불어나, 걷잡을 수 없을 지경이 되셨죠? 대출까지 하신 거로 아는데... 4억 2천이 생긴다면, 그 거짓말을 지킬 수 있지 않겠습니까? "
" 익...! "

20대 후반의 여인 임여우가 입술을 깨물었다.

한 명씩 모두를 일별한 사내는,

" 이처럼 여러분은 모두, 돈이 간절합니다. 그래서 제가 드리겠다는 겁니다 4억 2천을요. 저 대신, 이 버튼을 눌러주시기만 한다면 말입니다. "
" ... "
" 그리고 저는, 이 커다란 죄책감이 어떤 건지 잘 압니다. 꺼려지는 부분이 어떤 부분인지도 압니다. 그래서, 제가 제안드리는 방식은 이렇습니다. "

사내는 손을 뒤로 해, 뒤쪽의 `문`을 가리켰다.

" 저 작은 창고 안에는 아무도 없이 책상 하나만 놓여 있습니다. 그 책상 위에 제가 이 `버튼`을 놓아둘 겁니다. 여러분은 돌아가면서 한 명씩, 저 방으로 들어가 3분을 머물다 나오시면 됩니다. 그동안 버튼을 누르고 말고는 본인의 마음이고, 그 익명은 지켜질 겁니다. "

" 크음... "

" 단! 저는 가장 먼저 버튼을 누른 한 사람에게만 4억 2천만 원을 지급할 겁니다. 그러니까, 들어가는 순서가 중요하겠죠? 그것은 여러분이 가위바위보로 결정하시길 바랍니다. "

설명을 마친 사내는 뒷짐을 지고 기다렸다.

네 명은 눈치만 보았다. 버튼을 누른다는 행위 자체가 어린아이들의 목숨을 잃게 만들지 말지를 결정하는 건데, 여기서 가위바위보를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결정을 내린 것과 다름없었다.

한참 동안 갈등하던 넷 중에 김남우가,

" ...일단 가위바위보는 합시다. "

어정쩡하게 손을 내밀었다.

" 으음... "
" 흠. "

눈치를 보던 공치열도 못 이기는 척 손을 내밀고, 뒤이어 고민하던 임여우와 최무정도 손을 내밀었다.

곧바로 가위바위보가 시작되고,

" 아-! "
" 아... "
" 아아.. "

세 사람이 탄식을 내뱉었다. 첫 번째 순서가, 전과 13범 최무정이 되고 만 것이다!

" 흠! "

최무정은 별말 없이, 팔짱을 낀 문신 가득한 두꺼운 팔뚝을 씰룩이며, 껌을 `쫙! 쫙!` 소리 내어 씹었다.
나머지 셋의 얼굴은 어두워졌다.

모든 순서가 정해지고 나고 얼마 뒤, 선글라스 사내가 창고 문을 열었다.

" 시간이 됐습니다. 그럼, 최무정씨 먼저 들어가시죠. 3분 드리겠습니다. "
" 흠. "

최무정은 껌을 `쫙! 쫙!` 씹으며 창고 안으로 들어갔고, 나머지 셋이 복잡한 눈으로 그 뒷모습을 쫓았다.

최무정의 3분. 모두의 신경은 창고 문으로 향했다. 혹시 무슨 `딸각` 하는 소리라도 들릴까 싶어 집중했지만, 방음이 좋은지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시계를 보던 사내가 3분 뒤에 창고 문을 열었고, 최무정이 걸어 나왔다.

" 흠... "

최무정은 조용히 걸어 나와 자리에 섰고, 모두의 시선은 창고 안에 있는 탁자 위의 버튼으로 향했다.

" 다음, 김남우씨. 들어가시죠. 3분 드리겠습니다. "
" 으음... "

김남우는 창고 문이 닫히자마자 버튼을 집어 들고 노려보았다.
이 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한 번에 4억 2천만 원. 그 돈이면 딸의 수술비가 해결된다. 그리고... 이름도 모를 수십 명의 어린아이들이 버스 추락 사고로 사망하게 된다.

김남우의 얼굴이 인상으로 찌푸려졌다. 딸의 수술비를 위해 이 버튼을 눌러야 하는 걸까? 그럼 그 어린아이들의 목숨은?

그것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중요한 건,

" 그놈이 눌렀을까? "

최무정. 그 전과 13범이 이 버튼을 눌렀을까 하는 것이었다.
김남우는 솔직히, 예측할 수 없었다. 편견으로라면, 당연히 전과 13범이니까 쉽게 버튼을 눌렀을 것 같지만... 그래도 인간인데, 수십 명의 아이들을 죽게 만들 버튼을 눌렀을까? 도저히, 알 수 없었다.

김남우는 머리가 복잡해 인상을 쓴 채로 턱수염만 신경질적으로 긁었다. 시간이 없었다. 벌써 2분은 지난 것 같았다. 그냥 최무정이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가정하고 결정하기로 했다.

그럼 자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누를까? 말까? 누를까? 말까??


누르자! 일단 내 딸을 살리고 봐야 하지 않겠는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소중한 딸을!
아니야 누르면 안 돼...! 그 아이들도 모두 다른 부모들의 소중한 아들딸이다.

아냐, 눌러야 돼! 어차피, 최무정 그놈이 눌렀을 거다! 그럴 확률이 높을 것이야! 그리고 내가 누르지 않는다 해도, 내 뒤에 있을 2명이 누르지 않겠는가!
아니야 아니야... 그래도 그 어린아이들을 어떻게...


갈등하는 김남우의 얼굴에 땀이 흐를 지경인 그때-,

" 3분 지났습니다. "
" 아...! "

창고 문이 열렸다.
김남우는 손에 든 버튼을 바라보다, 한숨과 함께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 다음은, 공치열씨-... "

공치열이 들어갔다 나오고, 임여우가 들어갔다 나왔다.
그 사이 김남우는 끊임없이 생각했다. 눌렀어야 했을까? 내 딸의 목숨보다 더 소중한 게 무엇이라고, 왜 누르지 않았을까? 안 누른 게 잘한 것일까?

4명이 모두 방에 들어갔다 나온 뒤, 선글라스 사내가 한쪽에서 노트북을 조작했다.
기다리는 동안 김남우는 셋을 돌아보았다. 누군가 버튼을 눌렀을까? 가장 먼저 최무정이 눌렀을까? 아니면 내 뒤에 누군가?

그때.

" 미안하게 됐소. "

" !! "
" ?! "
" 아...! "

최무정의 한마디에 셋의 고개가 급히 돌아갔다! 모두가 똑같은 표정이 되었다. `아- 그가 눌렀구나!`

허탈함, 분노, 경멸. 셋의 얼굴이 복잡해질 때, 최무정이 선글라스 사내가 하는 양을 보며 말했다.

" 쩝... 그 `껌`은 내가 붙인 거요. 모르겠군. 버튼 인식이 안 됐을지 어떨지... "

" 껌? "
" 무슨...? "
" ? "

셋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를 표정을 지었고, 최무정이 놀라 더듬거렸다.

" 껌 말이오. 내가 버튼 사이에 껌을 붙여놓았는데... 잘 눌러지지 말라고... 몰랐소? "

" 몰랐는데... "
" 저도요... "
" 저도... "

아무도 최무정이 붙여놓은 껌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 최무정은 곧, 웃음 섞인 탄식을 했다.

" 하! 아무도 버튼을 눌러보지 않았군? 이거 참 괜한 짓을 했어. 괜한 짓을 했어. "

넷은 서로를 바라보며 눈을 끔뻑끔뻑했다. 그렇다는 말은 최무정도, 셋도. 그 누구도 누르지 않았단 말인데?
놀란 얼굴로 서로를 바라보다, 넷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 그렇지` 라는 듯이.

세상에 누구도, 돈 때문에 어린아이들의 목숨을 희생시켜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곧, 선글라스 사내가 봉투 4개를 가지고 다가왔다.

" 약속한 일당, 30만원 씩 입니다. 예상 밖의 결과군요. 솔직히 말해, 두 분 정도는 누를 줄 알았는데... "

봉투를 받기 전, 최무정이 물었다.

" 그럼, 버스는? "

사내는 쓴웃음을 지었다.

" 사실대로 말하자면, 모두 거짓이었습니다. 저희 교수님의 논문 발표용 심리학 실험이었는데... 아마, 사용되지 못할 것 같군요 하하. "
" 뭐?? "

" 말이 그렇지 않습니까? 어느 누가 있어,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아이들의 소중한 목숨을 희생시키겠습니까? "

사람들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벙졌다가- 곧,

" 뭐, 뭐 이 새끼야-?! "
" 장난하나 지금!! "

사람들이 분노를 폭발시킬 때, 최무정이 사내에게서 봉투를 낚아채 가며 담담하게 한마디 했다.

" 거 다행이군. "

" ! "

최무정은 그대로 돌아서 나갔다. 곧, 나머지도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의 말이 맞았다. 다행이었다.
남은 셋도 사내를 향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며, 봉투를 받아 챙겨 나갔다.




모두가 떠난 뒤, 남겨진 사내가 선글라스를 벗었다. 무심한 두 눈으로 중얼거렸다.

" 어쩔까나...? "

사내는 골몰했다.
켠디션
만남은 인연이지만 관계는 노력이다.
    
- 글쓴이에게 뱃지 1개당 70캐쉬가 적립됩니다.
  클리핑하기      
· 추천 콘텐츠
 
Sasha 2016-11-17 13:18:18
근데 이게 끝인가요? 뭔가 뒤에 더 있을 같은데.....
켠디션/ 이게 끝입니다..ㅋㅋ
섹시고니 2016-11-17 11:48:56
소설인가요? ㅎ
켠디션/ 넹..제가 쓴건 아닙니다만..출처를 밝혀야 할까요?ㅎ
섹시고니/ 네. 출처를 밝혀주시는게~~
켠디션/ 네 알겠습니다~
써니케이 2016-11-17 11:38:35
뭐라쓰나...-.-;;;;
켠디션/ 저기..그냥 재미로 보면 되지 뭘 그렇게..;;
써니케이/ 재밌네......-.-;;;ㅋㅋ
켠디션/ 뭔가 가식적이야.....ㅋ
써니케이/ 재~밌~~넹~~ㅎ ^-^ 됐어? .ㅋㅋ
켠디션/ 응 고마워^^^^^^^^^^^^
1


Total : 36232 (1098/1812)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14292 2016.11.19 [2] 함덕 2016-11-19 1959
14291 잠이안오니 [3] 곧휴가철이다 2016-11-19 1767
14290 오픈 [2] redman 2016-11-19 1885
14289 [서민체험신청] 섹시고니입니다. [15] 섹시고니 2016-11-18 2203
14288 [릴레이 질의응답] 애널_프레이즈입니다. [28] 애널_프레이즈 2016-11-18 7307
14287 뻗어나가는 레홀 [18] 피러 2016-11-18 2215
14286 구글 번역기의 위력. [4] 아갈마 2016-11-18 2016
14285 [기사공유] [레드어셈블리] 2부 누드퍼포먼스 공연영상.. 섹시고니 2016-11-18 1519
14284 가장 참기힘든 냄새는 무엇인가요? [7] 레몬색 2016-11-18 1665
14283 Av 남자배우의 7가지 비밀 [8] 레몬색 2016-11-18 2445
14282 [기사공유] 야메떼니홍고 시즌2가 돌아왔습니다!.. [3] 쭈쭈걸 2016-11-18 5456
14281 오늘3 [24] 소심녀 2016-11-18 1625
14280 햇살은 여전히 눈부시고 공기는 가볍다. [20] 섹시고니 2016-11-18 2905
14279 [오일마사지]사랑과 커피 [1] 오일마사지 2016-11-18 2192
14278 파뤼 나잇~~ [2] redman 2016-11-18 2009
14277 세계 관광도시 순위 [3] 레몬색 2016-11-18 2141
14276 모쏠..싱글들을 위한 조언 [3] 레몬색 2016-11-18 1872
14275 금요일이닷!!. [16] 삥뽕삥뽕 2016-11-18 1644
14274 오늘2 [2] 소심녀 2016-11-17 1638
14273 추억팔이 [24] redman 2016-11-17 1582
[처음] < 1094 1095 1096 1097 1098 1099 1100 1101 1102 1103 > [마지막]  


작성자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