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려 찌질거리고 싶어진 김에 약속대로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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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눈이 무척이나 많이 내리던 12월의 어느날에서 다음날로 넘어가기 직전의 소란스런 밤이었다. 곧 네가 돌아가야할 시간이 되었지만 갑작스레 내린 눈 탓인지 계속 늦어지는 전철을 기다리다 못해 우린 근처 패스트푸드점에 들어가 기다리기로 했다. 찬바람에 얼어버린 손을 맞잡고 창문 너머로 눈이 날리는 풍경을 바라보며 너와 이야기를 나눴다. 무슨 얘기였던 걸까. 지금에 와선 어떤 내용이었는지 생각나지 않지만 행복했던 감정과 웃음짓던 네 모습의 기억은 또렷히 남아있다. 어느새 딸아이의 엄마가 되버린 당신과 내가 알고 지내던 꼬맹이가 올해 첫 눈 소식에 맞춰 7년 전 추억담을 꺼내놓았고 그 추억담은 아주 오랜만에 당신이란 사람을 다시 불러내 내 앞에 서게 했다. 그래서 당신이 떠올랐을 뿐이다. 아니 당신에 대한 기억이 생각났을 뿐이겠지. 그때의 두근거림이 이렇듯 아무런 울림도 만들지 못하는 건조한 기억으로 남을 줄 너는, 당신은 알았을까. —————————————————— 이글을 쓴 후로 난 다시 4번의 겨울을 보냈다. 그리고 오늘은 너와 매주 걷던 광화문 거리에서 올해의 첫눈을 맞으며 오랜만에 당신의 기억을 떠올렸다. 기억이란 참 지랄맞기도 하지. 나도 참 지랄맞기도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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