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놀이터 21 새로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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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동 204호, 101동 204호...’ 눈과 몸은 위를 쳐다보며 아파트 동번호를 찾고 있고, 나도 모르게 계속 중얼거리고 있다. ‘어, 저기다. 101동’ 아파트 입구에 서서 망설인다. ‘전화를 할 까...아니면 호수번호를 누르고 호춣버튼을 누를까.’ 전화를 건다. 아이가 자고 있다고 했던 말이 기억이 났다. [[ “여보세요.” “응, 나 집앞인데.” “일찍 왔네.” “어, 나 들어가도 괜찮아?” “어, 얼른 들어와.” 결혼 전 아내와 연예할 때 부모님이 여행가시고 안계신 틈을 타서 아내의 집을 처음으로 가봤다. “여기구나. 우리 정아집이.” “어서 들어와. 서있지 말구.” ‘쪽~~’ 날 와락 안으며 아내가 먼저 내게 입맞춤을 해주었다. “그렇게 좋아? 내가 온게?” “응, 얼마나 많이 기다렸다구, 보고싶어서.” “어제도 봤는데 뭘” “어젠 어제고 오늘은 오늘이지.” “하룻밤 만에 애기가 되버렸네. 울 정아가” “얼른 밥먹고, 우리...” “우리 뭐?” “아잉~~” “뭐어~~?” “너, 일루와바.” “너? 어쭈구리.” “그래, 내 집이니까 너 라고 부른다. 왜?” “귀여워 죽겠네.” “나 안아죠. 자기한테 안겨있고 싶어 죽는줄 알았어.” ]] “여보세요.” “네, 저 집 앞인데요.” “금방 오셨네요. 잠시 들어오시겠어요? 제가 아이 때문에...” “네, 그럼 호출버튼을 누를까요? 아이가 깰 까봐 누르지 않았거든요.” “네, 괜찮아요. 아이 방에서 자고 있어서.” “네, 그럼 알겠습니다.” 입구 옆 거울에 다시한번 얼굴을 비춰본다. 머리도 한번 매만져 본다. ‘204 누르고 호출’ “띠~” 문이 열렸다. 계단으로 올라간다. 올라가는 사이에 컴컴했던 계단이 밝아진다. 그녀가 열어놓은 현관문 덕이다. “늦은시간에 죄송해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잠시 들어오실래요?” “네...네? 그래도 괜찮을까요?” “그래도 문앞에서 그냥 가시게 할 순 없잖아요.” “그럼 잠시 실례좀 하겠습니다.” 집안은 깔끔했다. 현관 신발은 아들과 엄마의 신발만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운동화, 슬리퍼, 구두. 거실엔 3인용 소파 하나와 소파앞에 깔려있는 검은색 카펫트, 그 위에 놓인 유리로 된 탁자와 벽에 걸려있는 티비 그리고 티비 밑에 1단짜리 작고 심플한 서랍장 하나, 서랍장 위 벽엔 아들과 환하게 웃고 있는 그녀의 얼굴이 큰 사진액자. 거실창엔 갈색 블라인드와 에어컨 하나가 서 있다. “이리 앉으세요.” “아닙니다. 금방 가봐야죠. 아, 여기 핸드폰.” “고맙습니다. 제가 요즘들어 자주 깜빡해요.” “뭐 그럴 수 도 있죠. 저도 가끔 그러는걸요. 정빈이는 잔다고 했죠?” “네, 오늘 신나게 놀았나봐요. 민우는 안 자나요?” “아마 지금쯤 자고 있을겁니다. 선물 받은거 정리 하는거 보고 나왔어요.” “커피라도 한 잔 드릴까요?” “네?...네...뭐” “잠시만요.” 그녀는 주방으로 가고, 난 어색함에 거실 천장을 올려다 보니 전구가 하나 나가 있다. “여기 커피 드세요.” “아, 고맙습니다. 늦은시간에 미안합니다.” “별 말씀을요.” “근데, 등이 하나 나가있네요.” “아, 네...매번 까먹고 그냥 지나치네요.” “집에 사다 놓으신거 있으면 주세요, 제가 갈아 드리고 갈 께요.” “아니예요. 제가 나중에 할 께요.” “갖고 오세요. 이런건 남자가 하는게...아, 미안합니다.” “괜찮아요. 이제 익숙해요.” 얇은 면티를 입고 있는 그녀가 애써 눈을 외면하며 창밖을 본다. 가는 핏줄이 보일 정로로 하얀 피부. 손톱은 기르지 않는다. 허름한 듯 한 면 반바지. 통이 넓어 엉덩이 밑 까지 보일 듯 한 모습이다. 내 손은 커피잔을 들고 있었지만, 내 코엔 그녀의 향이 맡아진다.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전구 갖고 오세요. 제가 성격이 이런걸 그냥 두고보는 성격이 아니라서요.” “괜찮은데...정말 그래 주시겠어요?” “물론이죠. 어서 갖고오세요. 아, 의자가...” 일어서며 주방쪽을 보니 식탁에 의자가 있다. “제 화장대에 의자가 더 나을꺼예요. 식탁의자는 무거워요.” 현관 신발장을 열고 전구를 찾는 그녀가 말 한다. 손이 닿지 않는다. “잠시만요. 제가 꺼낼께요.” 까치발을 하고 서 있는 그녀뒤로 내가 섰다. 그녀에게서 향긋한 비누냄새가 날 또 사로잡았다. 막 샤워를 마치고 나온 듯 한 비누향이다. [[ “오빠, 나 다 씻었는데. 일루와봐.” “왜에.” “오라면 올 것이지 뭔 말이 많아?” “야구 한 참 재미있는데...흡...이건...” “좋지? 그치? 오빠도 좋지?” “흐음~~ 너무 좋다. 나 비누냄새 좋아하는데.” “그래서 내가 한번 비누향 나는걸로 해봤지.” “진짜 너무 좋다.” “일루와바. 자~~” 내 머리를 잡고 가슴으로 당긴다. “읍~~읍~~~ 야, 숨 좀...” “가만있어봐.” 이번엔 가리고 있던 수건을 풀더니 내 머리를 사정없이 눌러 앉힌다. “거기...좀 맡아봐. 거기” 아직은 물기가 다 마르지 않아 약간은 덜 보슬보슬 한 털에 코를 데어본다. 진한 비누향이 날 미치게 만든다. “흐음~~~” 깊은 숨을 쉬어 본다. “아, 좋아. 오빠가 내 쉬는 뜨거운 숨이 닿는게 너무 좋아.” 한 동안 난 아내의 그곳에서 꼼짝 할 수 없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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