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자유게시판
강추  
15
함덕 조회수 : 1980 좋아요 : 3 클리핑 : 0







딩동 딩동.
아침 7시
벨이 울렸고
급히 출장을 간다며
일주일간 의탁을 부탁했다.
명목상 부탁일 뿐 이건 뭐 뻐꾸기의 탁란과 다를게 없다
 



이 녀석의 이름은 강추.
종은 말티즈.
비몽사몽 그 녀석을 안았다.
친구와 15년을 함께 살아 왔단다.
그래서 강추는 종일 잠만 잔다.
육신의 힘이 다해가고 있는 중이다.
 



 
곁에 오지 않기에
틈을 노리다 그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곤 했다.
불현 듯 잠에서 깨면
물을 조금 마시고 먹이를 먹었다.
그리고 다시 잠을 잔다.
코까지 골며.
 


 
나는 여느 때처럼 출근과 퇴근을 했고
이틀짼 마트에 들러
강추가 먹을 만한 식재료를 사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음악을 들으며 요리를 했다.
춥지 않게 보일러 온도를 높여 놓고
음식이 묻은 손으로 그 녀석의 코를 간지럽히며
우리만의 시간을 보냈다.

 



음식 냄새에 동했는지
곁을 주기 시작했고
내 손에 음식을 담아 강추 입에 넣어줬다.
 
 



자기 집에서만 자던 녀석이
어느덧 내 발 끝에 자리를 잡고 잠들기 시작했다.
삼일 째.
술을 마셨으나 강추가 아른거려
1차에 파하고 서둘러 들어가 베이컨을 구웠다.
이제는 내 무릎에도 올라오고
내가 걸으면 졸졸 따라오기도 했다.
소파에 앉아 있으면 껑충 뛰어 내 곁으로 다가와 나를 감격하게 했다.
혹시 이것은 회광반조인가..
백내장이 번진 눈동자를 오랜 시간 바라봤다.
소리 없는 조응일까.
이것은.
왜 이리 애틋할까..
그 날, 강추는 처음으로 내 얼굴 맡에서 잠을 청했다.
고른 숨소리가 뭉클했고 안도하게 했다.
 
 


 
나머지 날들은 비슷했다.
강추의 눈을 바라보며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눴고
머리를 쓰다듬었고 숨바꼭질 놀이도 했다.
내 곁에서 잠이 들었고 늘 고른 숨소리를 들으며 나 또한
잠을 청했다.
돌아 온 친구에게 일련의 에피소드를 얘기해 주자
믿기 어려워했고, 내게 질투의 투정을 털어 놓기도 했다.
15년을 살았던 친구는 많이 놀라워했다.
강추에게 배신감을 느꼈다나..
 

 
 

우리는 조응을 했다.
우리는 온기를 주고받은 것이다.
꺼져가는 생명을 온전히 느꼈고
꺼지지 않길 바라며 내 바람을 눈길에 담았다.
 
 



동거 후
자꾸 아른거려서
이불에 밴 강추의 냄새를 맡고 있다.
이 냄새도 언젠가는 사라질테지.
이제 나는 너를 무엇으로 기억해야할까.
눈 내리는 밤.
또 한 번의 앓음이 시작된 듯하다.

 
함덕
아련함으로 연명해온 생애는 쓰리더라. 나는 비애로 가는 차 그러나 나아감을 믿는 바퀴
    
- 글쓴이에게 뱃지 1개당 70캐쉬가 적립됩니다.
  클리핑하기      
· 추천 콘텐츠
 
carpediem9 2017-01-22 05:35:24
애완동물은 정서를 풍요롭게 해주죠ㅎㅎㅎ
함덕/ 그리움의 정서까지 풍요롭게 해주네요ㅠ
1


Total : 36221 (1045/1812)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15341 여자친구 도우미(글쓰신분에게) [2] 포비아스 2017-01-22 2726
15340 요호~ [27] 삥뽕삥뽕 2017-01-22 2241
15339 사랑하기도 부족한시간에 [1] 포비아스 2017-01-22 1841
15338 재미있었는데... [1] 정아신랑 2017-01-22 1659
15337 키스... [10] 베니마루 2017-01-22 1798
15336 레홀에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만나려고 할 때 읽어보기 .. [6] 뱀파이어 2017-01-22 2953
15335 남자가 커플인 줄 모르고 만났다면 책임이 없는걸까요?.. [7] 인연아이 2017-01-22 2685
15334 그만 합시다 [7] 쓰리맘 2017-01-22 2275
15333 왜 다른 곳으로 만들려 하는거죠 [2] 노동자 2017-01-22 2414
15332 파피용이라는 책이 있어 [4] 식인상어 2017-01-22 1917
15331 ------------------------------- [8] 포비아스 2017-01-22 1838
15330 욕 먹을 각오하고 쓰겠습니다 [1] 베니마루 2017-01-22 2501
15329 별 헤는 밤 [18] 핑크요힘베 2017-01-22 2066
-> 강추 [2] 함덕 2017-01-21 1981
15327 역대급 차선변경 [4] 베니마루 2017-01-21 1538
15326 나란남자 슈퍼맨456 2017-01-21 1335
15325 이거저거 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14] 꽁이c 2017-01-21 2217
15324 ☆미션☆남양주소리소 탐앤탐스로 레홀녀와 오라!.. [1] 베니마루 2017-01-21 2257
15323 데이트 [5] 우럭사랑 2017-01-21 2239
15322 무단횡단의 최후 [6] 베니마루 2017-01-21 1689
[처음] < 1041 1042 1043 1044 1045 1046 1047 1048 1049 1050 > [마지막]  


작성자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