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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단편소설] 왕[王] - 마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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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하렘을 위하여 살아있는 악기가 만들어질 준비가 다 되었다. 
왕은 요즘 심심해서 짜증이 난다. 
벌거벗은 무희들의 교태어린 춤도, 넓은 침대 위에서 십여 명의 후궁(後宮)들과 어우러져 벌이는 난교(亂交)도, 이젠 왕의 권태와 피곤을 더해줄 뿐이다. 그래서 왕에게 충성하는 신하는 왕의 진정한 쾌락을 위하여 묘안을 짜내었다. 

침대 위에 결박된 여인은 공포에 질려 있다. 그녀의 몸은 흑진주처럼 윤기가 흐르고 탄력이 있다. 
왕실(王室) 전속 의사는 얼굴에 약간의 흥분을 담고서 약병과 도구들을 점검한다. 
여인의 모든 감각을 -목소리는 제외하고- 제거하기 위한 준비이다. 눈에 독즙(毒汁)을 흘려 넣고 귀에 수은을 붓고 치아를 몽땅 뽑는다. 
여인은 처절한 고통에 날카로운 소리를 지르며 요동을 치지만 결박당해있어 어쩔 수가 없다. 

……드디어 소중한 악기가 완성되었다. 여인의 몸매는 큰 변화가 일어났다. 들을 수도 볼 수도 냄새도 맡을 수도 없게 되자 그녀의 모든 감각과 신경은 촉각으로 집중되었다. 

왕은 만족했다. 빛도 소리도 냄새도 못 느끼는 여인에게 유일하게 남은 피부의 감각과 혀의 움직임이 서서히 긴장하며 반응하고 있다. 왕의 손길에 따라 보통의 여자보다 몇 배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치아가 뽑힌 말랑말랑한 잇몸만이 왕의 그것을 감싸 물고 왕을 즐겁게 한다. 

왕은 심심할 때마다 살아있는 악기를 채찍으로 연주해 본다. 여인은 느껴지는 촉감으로 인한 고통과 쾌락을 소리로 바꾸어 묘하게 내어 뱉는다. 또 가끔씩 왕은 부드러운 깃털로 여인의 온몸을 쓰다듬기도 한다. 
여인의 피부엔 소름이 돋으며 흥얼대는 듯한 천상(天上)의 소리를 낸다. 왕은 여인의 신음소리, 숨 가쁜 호흡의 소리, 비명소리 같은 데서 진정 왕으로서만 맛볼 수 있는 오르가슴을 느낀다. 그 비명소리들은 백성 놈들의 비명소리 같다. 이제서야 왕은 조금 즐겁다.



왕의 주변에서 쓰이는 도구들은 모두 사람으로 만들어져 있다. 왕이 궁정을 산책하다가 어딘가 앉고 싶어지면 잘 훈련된 시녀들은 곧바로 자기들의 몸뚱어리로 의자를 만들어준다. 한 시녀는 엎드려 왕의 엉덩이를 받쳐주고 한 시녀는 반쯤 선 자세로 그 뒤에서 등받이가 된다. 
푹신푹신한 젖가슴의 감촉이 좋아 왕은 기분 좋게 기댄다. 

다리가 아프다 싶으면 또 다른 시녀가 다리받침이 되어 요염한 자세로 엎드린다. 가끔씩 심심해지면 왕은 여인들의 목에 고삐를 매어 말 타기를 즐긴다. 왕의 침대도, 방석도, 팔걸이도 모두 시녀들이 만든다. 
왕이 옥좌에 오르는 계단도 시녀들이 만든다. 
왕은 여인들의 등을 기분 좋게 밟고 올라가 인간 쿠션으로 안락해진 옥좌 위에서 불쌍한 백성들을 위해 가끔은 정치를 한다. 

왕이 쓰는 요강, 타구도 다 사람으로 만들어져 있다. 
오줌이 마려우면 왕은 긴 손톱으로 손짓을 한다. 그러면 담당 시녀는 교태부리며 무릎으로 기어와 향기로운 입으로 왕의 오줌을 받아 마신다. 
가래를 뱉을 때도 마찬가지, 칵 소리가 나기도 무섭게 미녀의 입이 왕의 가래침을 기다리고 있다. 왕이 대변을 보고난 뒤에는 왕이 개처럼 끌고 다니는 시녀가 왕의 뒤를 핥아준다. 
이래서 왕의 생활은 즐겁다. 



왕의 손톱은 굉장히 길다. 기를 수 있는 데까지 길어 거의 30센티미터 씩이나 된다. 왜 왕의 손톱은 그토록 긴가? 천한 일을 안 하려고 해서이다. 아니, 일을 전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손톱이 길면 불편해서라도 조금도 손을 놀릴 수가 없다. 그래서 수 많은 시녀들이 필요하다. 밥은 일일이 입으로 떠서 입으로 먹여준다. 손 씻는 일, 목욕하는 일, 옷 갈아 입는 일 모두가 시녀들이 할 일이다. 밤에 왕이 잠을 잘 때는 왕의 손톱이 잠결에 부러질까봐 담당시녀가 밤을 새워 손톱을 지킨다.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그래
도 왕은 기분이 좋다. 마치 어린아이라도 된 기분이다. 가만히 있어도 누군가 먹여주고 입혀주고……. 
마치 태중(胎中)의 아이와도 같다. 



왕의 궁정에 있는 시녀들은 거의 3000명이나 된다. 그녀들 모두가 화려하게 차려 입고, 요사스럽게 화장하고, 장신구를 주렁주렁 걸치고, 온 몸에 더덕더덕 피어싱을 하고서 왕이 자기를 불러주기를 기다린다. 
그네들은 거의 모두가 레즈비언이다. 성적(性的) 고독을 참아내기 어려워서이다. 

왕은 그녀들을 몽땅 불러내 궁 안의 넓디넓은 중앙 홀에서 자기네들끼리의 레즈비안 쇼를 벌리게 한다. 
여인들은 모두가 벌거벗고(다만 피어싱들은 제외) 서로 얼크러져 지랄스러운 혼음을 한다. 
여인들의 입에서 새어나오는 쾌락의 신음소리가 왕의 귀에 즐겁게 공명하며 메아리친다. 

“아야야 아야야 아야야야얏!” 

왕은 시녀들 중에 눈에 띄는 여자를 불러 자기의 페니스를 펠라티오 하도록 시킨다. 왕의 페니스에 서너 명 시녀들의 혓바닥이 들러붙는다. 철부덕 철부덕 철부덕……. 

시녀들이 침 흘리며 핥아대고 빨아대는 소리가 홀 안에 울려 퍼진다. 
그런 광경을 보면서 다른 시녀들은 흥분을 못 참아 자기네들의 손가락으로 음문(陰門)과 항문을 비벼댄다. 
그러다가 다시금 서로의 성기를 핥고 빤다. 여자들의 쾌락의 신음소리, 비명소리와 어우러지게끔 홀 주위에는 대규모의 오케스트라가 배치되어 있다. 특히 바이올린이 많다. 

바이올린의 높은 음은 여인들의 소리 톤(tone)과 잘 어우러진다. 그래도 왕은 자꾸 심심하다. 그래서 시녀들 중의 하나를 아무나 불러 죽이는 놀이를 한다. 홀 중간에 쇠기둥이 있고, 쇠기둥은 시뻘겋게 불로 달구어져 있다. 

‘죽음의 쇼’를 연출하기 위해 간택된 시녀는 그 불기둥에 비끄러매진다. 
그 시녀의 주위에 다른 시녀들이 몰려와 사정없이 채찍질 세례를 가한다. 
불기둥에 매달린 시녀의 살가죽이 타 들어가는 냄새가 풍긴다. 
꼭 불고기 냄새 같다. 

시녀는 결국 열기(熱氣)에 까무러치고 곧 죽음을 맞는다. 다른 시녀들이 잘 구워진 여인의 시신을 잘게 썰어 왕의 입 앞에 대령한다. 
왕은 살점 하나를 들어 옆에 있는 여인의 사타구니 사이의 그곳에 찔러 넣는다. 말하자면 ‘간’을 하는 셈이다. 

왕이 인육(人肉)의 맛을 음미하는 동안에도 수많은 여인들이 왕의 두 다리, 사타구니, 몸뚱이 등에 들러붙는다. 그리고 계속 혀를 길게 빼어 철부덕 철부덕 침칠을 해댄다. 그러다가 왕의 페니스 쟁탈전이 여인들 사이에서 벌어진다. 서로 찌르고, 할퀴고, 난리들이다. 

결국 왕의 페니스를 차지한 한 시녀가 자신의 목구멍 깊숙이 왕의 심볼을 집어넣는다. 왕은 그러는 그녀의 엉덩이를 채찍질 하도록 시킨다. 여인의 입에서는 더욱더 거센 오르가슴의 외침이 새어 나온다. 

그래도 왕은 심심하다. 그래서 왕은 죄인(罪人)하나를 끌어오게 하여 그 놈을 사형시킨다. 
그냥 죽이는 게 아니라 사지를 찢어 죽이는 것이다. 
처절한 비명소리……비명소리……. 
왕은 이제야 조금 분이 풀린다. 왕으로서의 진정한 사디즘이 조금은 만족된 듯 하다. 
승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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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대장님 2017-02-10 14:11:56
2번 항목의 1~12째줄까지는 지금 저도 어느정도는 하고 있는거네요.아하하;;
레드홀릭스 2017-02-10 10: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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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구리/ 엥? 이거 제가 쓴거아니고 그냥 퍼온건데..
검은전갈 2017-02-10 00:15:15
마광수씨의 글이 맞긴 한 건가요? 그게 제일 궁금하네요.
승구리/ 네. 맞습니다
켠디션 2017-02-09 20:55:40
어우 정독하다 성격 버리겠어요..비추!
dlathdy/ ㅋㅋㅋㅋㅋㅋㅋㅋ 왤케 엄격하세요
Sasha/ 사람 죽이는것 빼고는 부러운데......
승구리/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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