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자유게시판
[시추A] 점심먹다가  
0
유스호스텔 조회수 : 2962 좋아요 : 0 클리핑 : 0

///

  「리타의 습관」 일부


  나는 가족들과 함께 식사하는 것을 싫어했어요
  리타 아침 먹어라 리타 배도 안고프니 리타! 리타!
  새엄마의 발소리가 사라진 뒤에야, 나는 도어록을 풀고 식당으로 내려가죠
  대개 가족들이 식사를 마치고 난 후에 혼자 밥을 먹는데
  어느 날, 내가 미처 모르는 무슨무슨 기념일이나 축하연 자리에
  언니 형부 이모 나부랭이들이 식당을 꽉 메워버린 날,
  맙소사! 그런 날은 마치
  새엄마가 나를 똥구덩이에 처넣은 듯한 기분이 들곤 했죠
  그 피할 수 없는 함정,
  처음엔 입을 다물었어요
  다음엔 용기를 내어 옆 사람의 수프를 떠먹었고
  그다음엔 이모부에게 이렇게 말했죠
  내 꺼 볼래?

  ㅡ 황병승, 시집 『여장남자 시코쿠』 중

///

  조개탕 칼국수 먹었어요
  얼마 전에 먹었던 조개탕 생각이 나기도 하고 그래서
  또 해장도 할 겸
  점심 특선인데도 왜 이리 비싼지
  뭐 가끔이니까 그냥 먹자
  하고 신나게 먹다가 문득
  혼자 밥먹고 혼자 돌아다니고
  혼자서 무언가를 하는 것에
  내가 무척 익숙해져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랍니다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무언가 이 어정쩡한 기분
  그냥 심심한 것인지 아무튼
  이마에 땀까지 닦으면서 먹었죠
  근데 가끔은 누군가랑 이렇게
  같이 있다가 말해보고 싶은 거예요
  
  내 꺼 볼래?

  하고, 아니면 듣거나

  그나저나 롤리타에 대해서는 어떻게들 생각하시나 궁금하네요 갑자기
  너무 위험한 질문인가?
유스호스텔
    
- 글쓴이에게 뱃지 1개당 70캐쉬가 적립됩니다.
  클리핑하기      
· 추천 콘텐츠
 
프롤라마 2017-11-17 23:46:40
롤리타, 내 삶의 빛, 내 몸의 불이여. 나의 죄, 나의 영혼이여. 롤-리-타. 혀끝이 입천장을 따라 세 걸음 걷다가 세 걸음째에 앞니를 가볍게 건드린다. 롤. 리. 타.

문학동네 판 롤리타의 첫문장입니다. 소설 첫 문장을 이야기할 때 톨스토이 "안나 카레리나" 첫 문장과 항상 동급으로 이야기하는 최고의 첫 문장 중 하나죠.
유스호스텔/ 혀끝이 입천장에서 아랫니 안쪽으로 침이 고여 있는 그 공간 속을 향해 아무 의도 없이 떨어진다. 헛딛은 발걸음 그 다음에 내딛은 발걸음처럼. 가볍게 떨어지는 첫 번째 입술과 어렵게 떨어지는 마지막 두 입술. 프롤. 라. 마. ^^ㅎㅎ
SilverPine 2017-11-14 23:14:47
전 스텐리큐브릭의 1962년작 로리타를 좋아합니다.
뿅뿅아love/ ㅋㅋㅋㅋㅋㅋ 네이파인님! 독서토론회횐님들은~ 수즌이~ 어마어마합니당~
유스호스텔/ 나두나두 그 작품 넘 아름답다는ㅎ.ㅎ
SilverPine/ 뿅뿅아럽님/ ㅋㅋㅋ전 네이파인입니까? ㅋㅋㅋㅋ ㅋㅋㅋ아이고 유스호스텔님/너두? 나두! 야나두 ! ...... 먄 ...
프롤라마/ 나보코프의 원작 소설도 재미있어요. 러시아 출신 작가가 어쩜 그리 영어로 언어유희를 잘 하는지. 그리고 세간의 오해와는 달리 원작은 남자의 소아성애를 자기합리화+위선이라 보죠. 냉소적인 시선이 바탕에 깔려있어요. 영화들은 아무래도 어린 여성의 성적매력을 강조하지요.
유스호스텔/ 실버파인님........ㅋㅋㅋㅋㅋ영어공부 너무 열심히 하신 거 같아요..ㅋㅋ 프롤라마님/ 아~ 나보코프는 안읽어봤는데 읽어봐야겠어요ㅎㅎ
1


Total : 36977 (841/1849)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20177 발기차게... [4] 풍운비천무 2017-11-15 2470
20176 사랑의 과정을 시로 쓴다면? [2] 프롤라마 2017-11-14 2948
20175 마음 사용 설명서.. [7] 마치벚꽃처럼 2017-11-14 2696
20174 평일엔.... [2] 지나치기싫은 2017-11-14 2129
20173 혹시 서프캐스팅(초원투) 하시는분 계시나여? [2] 킴킴스 2017-11-14 2529
20172 처음은 아니지만 ...(ㅅㅅ경험) [19] siwon 2017-11-14 4715
-> [시추A] 점심먹다가 [8] 유스호스텔 2017-11-14 2965
20170 오 드디어 포인트가 1000대진입...(feat.데일리룩).. [15] 깔끔한훈훈남 2017-11-14 2535
20169 나에겐 올수없는 것 [18] hh33hh 2017-11-14 3690
20168 페로몬.. [2] 마치벚꽃처럼 2017-11-14 2587
20167 섹스가 점점 거칠어집니다 [8] 소년남자 2017-11-14 3516
20166 레홀 참 좋네요 [5] hecaton 2017-11-14 2891
20165 여유롭게 살아도 찾지못한 1% [18] 최고의 2017-11-14 2916
20164 한없이 걷고 싶어라 [19] Janis 2017-11-14 4392
20163 어디선가 본적 있지 않나요? [13] 뿅뿅아love 2017-11-14 3280
20162 섹스가 허무했던 이유.. 마치벚꽃처럼 2017-11-14 2726
20161 실버파인의 사생활 [37] SilverPine 2017-11-14 4535
20160 다이어트 !? [8] 헬로섹시 2017-11-14 2598
20159 자게에 당당히!! [10] jj_c 2017-11-14 3018
20158 Despacito~♡ 영상 추가~ [13] 마치벚꽃처럼 2017-11-13 4473
[처음] < 837 838 839 840 841 842 843 844 845 846 > [마지막]  


작성자   제목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