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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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애 - 마음 깊은 곳에 그대로를] 음악인들이 즉흥연주를 하고 성소수자 친구들이 적을 삼는 다는 그곳. 궁금했다. 한옥마을과 홍지서림 그 중간쯤에 위치한 이곳은 담배 연기가 미세하게 떠다니는 곳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에드워드 호퍼의 화집이 보였고 수많은 LP판들이 무질서하게 자리를 하고 있었으며 젊은 연주자 세명은 즉흥 연주를 하고 있었다. 이곳 주인장의 입매는 신대철을 닮은 듯 했고 표정이 풍부하지는 않았으나 사려 깊었다. 주인장이 말아 준 담배를 태우고 맥주를 마시며 새벽 다섯 시 까지 음악을 들었다. 그때의 난 이 공간에서 늙어 가겠구나라는 직감에 사로 잡혔다. 내 청춘의 에반스는 이제 이곳에서 꽤 먼듯하다. 일곱 곡의 신청곡이 스피커에서 흘러 나왔고 NHOP가 띠에리 랑이 마빈 게이와 토드 구스타브센 류이치 사카모토 비틀즈와 산울림 그들 중 누군가는 환생 했고 누군가는 현생으로 속살을 어루만지는 것 같았다. [한영애 - 바람] AM 04: 30 주인장은 내 신청곡의 답가로 이 세곡을 LP로 들려주었다. 멀고 긴 여행 끝에 모국어로 된 꿈을 꾼 듯 한 느낌이랄까. 모국어가 이토록 사무치게 아름답다니 경이로운 순간이었다. 일행이었던 다정한 사람이 한영애 ‘바람’의 멜로디를 카피하여 오늘 피아노 연주로 들려줬는데 이곡이 내 몸속에 완전하게 체화 되거든 불러 주기로 약속을 했다. [한대수 - 잘가세] 어쩌면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다정한 그 사람과 사랑에 빠질지도 모를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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