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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단편]숨길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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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뜯는짐승 조회수 : 7891 좋아요 : 1 클리핑 : 0


(음악은 켜고 보는 걸 추천합니다.)

언제나처럼 방을 먼저 잡고 당신를 기다린다. 방을 잡고 당신을 기다리는 건 언제나 내 몫이다. 방값은 늘 칼같이, 그것도 넘치게 주는 당신이기에 큰 부담은 없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불만이기도 하다. 딴에는 배려라곤 하지만 당신도 나도 같이 즐기는 섹스인데 어찌보면 일방적인 요금부담 혹은 화대처럼 느껴질 때도 더러 있었다. 해서 술이나 야식 정도는 내가 부담하는 편이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차고 넘치는 금액이 손에 남아있는 건 어떤 의미로 해석을 해야 좋을까. 몇번이고 난색을 표해도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내 손에 꼭 쥐어주는 당신. 오늘은 기필코 돈 때문에 당신이랑 섹스하는 게 아니라고 말하며 돌려주려 했지만 침대 위의 당신의 다정한 손길과 숨결에 말문이 막혔고 적막하던 모텔방에 신음소리가 울려퍼진다.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 아...아...

당신의 혀가 내 귓 속으로 파고든다. 소름이 살짝 끼치는, 짜릿하고도 뭉클하면서 따스한 당신의 혀가 내 귓가를 맴돌 때 마다 당신을 힘껏 끌어안고 있는 팔에는 점점 힘이 들어간다. 눈을 감고 당신의 혀를 가만히 느껴본다. 가만히 느껴보려 하지만 내 몸은 계속 들썩이고, 입에서는 연신 신음소리가 튀어나온다. 정말 내 몸이, 내 맘 같지가 않다. 내 마음 역시 내 마음같지가 않다.

귀를 애무하던 당신의 혀가 턱선을 따라 움직이고, 턱에서 목으로 목에서 쇄골로 쇄골에서 어께로 천천히 레일을 타듯 이동한다. 겨드랑이를 잠시 스친 혀는 그대로 가슴으로 향하고, 제법 구면이 된 꼭지씨와 격렬한 인사를 나눈 혀와 내 꼭지씨는 당신의 입 속으로 자취를 감춰버린다. 모텔방에 울려퍼지던 내 신음소리는 더욱 고조되고, 삼일 정도 굶은 아이마냥 허겁지겁 젖을 물고 빠는 소리도 함께 섞여 퍼지기 시작했다.

열심히 젖을 물던 당신이 나를 위로 올려다본다. 적당히 삼백안이 된 그 눈은 나를 응시하며 입 안에 품은 꼭지를 쉴 새 없이 가지고 놀며 괴롭힌다. 조금은 서늘한 당신의 눈빛이지만 내 가슴을 파고드는 아릿한 맛이 너무 좋다. 좋아. 좀 더. 나를 좀 더 사랑해줘. 당신의 눈을 바라보며 쉴새없이 마음속으로 외친다.

더 이상 당신과 눈을 마주치는 것, 나를 빨아먹는 당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건 너무 자극적이다. 고개를 위로 젖히고 눈을 감는다. 적당히 배가 부른 아이처럼 꼭지에서 입을 뗀 당신은 옆구리로 입술을 옮긴다. 아까와는 다른 느낌의 마찰음, 파열음과 동시에 내 입에서는 탄성이 연신 터져나왔다. 양 쪽의 옆구리를 번갈아가며 입술을 스치던 당신의 손은 어느 새 내 사타구니를 농락하는 중이다. 적당히 우거진 풀섶을 쓰다듬으며 이미 뜨거워질대로 뜨거워진 그곳을 연진 어루만진다. 당신의 손가락이 민감한 곳을 스치고 지나갈 때마다 허리가 조금씩 들썩인다. 당신의 입이 점점 당신의 손과 가까워져간다.

-아아...이제는 더 이상...

입이 닿지도 않았는데 절정에까지 오를 뻔 했다. 그 낌새를 알아챈 당신이 적당히 끊지 않았다면 오늘의 뜨거운 시간은 조금은 맥이 빠졌을지도 모르겠다. 약간 숨을 돌릴 즈음. 당신의 입이 내 사타구니에 도킹했다. 매우 잠시동안이지만 숨이 턱 막히며 나도 모르게 헙 소리가 나왔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 이 사람은 정말 내 몸을 잘 안다. 어디에서 반응하고 어떻게 자극해야 내가 반응하는지 처음의 만남부터 신기하리치만큼 다 꿰고 있었다. 하지만 당신을 처음 봤을 때의 내 마음은 내 몸만큼이나 잘 알고 있진 않은 것 같다. 사타구니를 열심히 공략하는 당신의 입술과 혀, 그리고 손길을 연신 느끼며 탄성을 내뱉는 그 순간에도 이런 내 마음을 당신이 알까 몰라 하는 생각들로 꽉곽 채우고 있던 그 순간 당신은 입을 떼고 몸을 일으켰다. 사타구니를 내 얼굴에 갖다댄 채로 엎어진 당신은 아까의 행동을 계속 이어나갔다.

침과 땀, 서로의 체엑으로 서로의 얼굴이 범벅이 되어간다. 서로의 사타구니가 서로의 입을 막아버린다. 조금씩 읍읍하는 소리와 자극이 닿을 때마다 움찔하는 서로의 몸뚱아리들, 가끔씩 몰아쉬는 호흡,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질 정도로 좋다. 너무 좋다. 내가 좋아하는 당신이라 더욱 좋다. 눈물이 날 만큼.

-넣고싶어.

오늘도 내가 먼저 백기를 올린다. 섹스에 있어서 승패를 가리는 것도 좀 우스운 일이긴 하지만 저 사람의 입에서 먼저 하고싶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조금 분하기도 하다.

-우리...사랑하고 있는거죠?

서로가 서로를 받아들이며, 나는 늘상 하던 질문을 던진다. 난 잠자리에서 사랑한다는 말을 즐겨한다고 말했었고, 당신도 그것에 대해 이젠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듯 하다. 늘상 반복했던 사랑한다는 말이 어느샌가 진심이 되어버린 것은 여전히 비밀이다. 당신의 입술이 내 입술을 덮어버리며 우리는 본격적인 하나가 된다.

-사랑하고 있어. 우리. 아...아...

하나로 연결된 이후의 움직임 동안, 우리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는다. 체위를 바꿀 때는 서로가 서로의 손에 몸을 맡기고, 서로가 절정에 이르를 때는 그 몸짓들을 서로가 알기에 아무런 말의 필요없이 서로가 서로를 느끼는데에만 집중한다. 오늘은 서로 부둥켜안은 채로 하나가 되었다. 내색하진 않지만 잔뜩 흥분한 당신의 몸짓이 조금씩 격렬하게 타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나로 인해 흥분하는 당신의 모습을 보니 아까의 눈물과는 다른 기쁨이 가슴을 감싼다. 서로가 머리를 꽉 끌어안아쥐고 서로의 허리를 쉬지 않고 움직여댄다.

-아아...멈출 수가 없어

절정의 신호다. 점점 서로의 몸짓은 서로를 쥐어짜듯 꼭 끌어안은 채로, 당신이 내 품으로 쓰러진다. 나도 당신도 쉼없이 허리를 움직여댄다. 이윽고 서로가 서로의 밑바닥에 고여있는 오르가즘의 물을 남김없이 퍼낸 것을 확인한 우리 둘은 한참동안 움직이지 않은 채로 가만히 서로의 고동과 박동을 느끼고 있다.

-비밀 하나 알려줄까요?

시간이 지난 뒤, 담배에 불을 붙이던 그 사람에게 내가 물었다. 담배의 불을 붙이다 말고 나를 쳐다보았다. 특유의 차가운 눈매에 심장이 저려온 나는 살짝 시선을 회피하며 숨겨왔던 내 비밀을 말해버렸다.

-당신, 정말 사랑해요. 숨길 수 없을 만큼. 이건 우리만의 비밀로 간직해요.
풀뜯는짐승
대체로 무해함.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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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홀릭스 2014-12-24 09:25:24
이 글은 조회수,덧글수,좋아요수,완성도 등을 고려하여 '명예의 전당' 목록에 추가되었습니다. 이 글을 작성하신 레드홀러님에게는 300포인트가 자동 지급됩니다. 축하합니다. ^^
권태 2014-12-24 02:42:42
의외로 부드러운 남자시군요. 경험담이신가요?
풀뜯는짐승/ 아뇨 음악감상입니다.
일본행 2014-12-24 02:39:22
글과 배경음악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한층더 필력의 질감을 풍부하게 해주고
중간중간 단원을 끈어 사정을 지연시켜주는
작가의 배려는 독자로 하여금 박수를 치게 만든다

짝짝짝
풀뜯는짐승/ 과찬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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