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 관련 논문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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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지난 4월 레홀독서단에서는 <강간은 강간이다>를 읽었는데요. 미투운동 자체에 대해 살펴보려 하였으나 이와 관련한 책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참고문헌 없음'이 그래도 근접한 책이라 할 수 있을까요) 다음과 같은 대화가 오갔고(발화자들의 동의를 거쳐 공개) 사랑언니님이 소개한 김효인씨의 <SNS 해시태그를 통해 본 여성들의 저항 실천>을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사랑언니님께 감사드려요! 저자는 2016년 10월부터 우리나라에서 미투운동이 일어나기 직전까지 1년 여 사이 '#00 내 성폭력(예컨대 #문단 내 성폭력, #대학 내 성폭력)'과 같은 형태로 SNS의 해시태그를 통해 일어난 성폭력 피해 고발 운동을 조명하고 있습니다. 펜스룰이 남자들의 입장에서는 속편할 수도 있지만, 컴퓨터를 알지 못하면 살기 불편한 세상이 되었듯 페미니즘을 알지 못하면 살기 힘든 세상으로 바뀌고 있다고 생각해요. 논문에서 배운 게 많아서 공감이 간 일부 내용을 발췌, 편집하여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김효인, "SNS 해시태그를 통해 본 여성들의 저항 실천: '#00_내_성폭력' 분석을 중심으로", 미디어, 젠더 & 문화, 32(4), 2017. 12.,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 (https://www.dbpia.co.kr/Journal/ArticleDetail/NODE07286609) "해시태그를 구성하는 고발 텍스트들은, 공통적으로 공포라는 정서를 드러내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많은 피해자들은 좁고 폐쇄적인 집단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실질적으로 체득하고 있다. 그것은 '떠나거나 참아내거나'로 압축된다. 예전의 경험을 털어놓는 것은 '더 이상 그 업계에 속해 있지 않다'는 내면적 안정감이 구축되어 있는 상태에서나 가능하다. 상황을 피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그것이 실패로 귀결되는 일을 반복적으로 겪게 될 때, 대항하려는 의지를 버리게 되는 심리를 일컬어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이라 한다. 피해자의 침묵은, 현장의 비윤리성을 반복적으로 대면한 개인들이 무기력을 체득한 상태에서 스스로 생존하기 위해서 선택한 방어적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30-32쪽, 편집) "가해자는 "나와 관계를 갖는 것이 너의 예술 세계를 넓히기에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며 조언이라는 나긋한 말로 그들의 속내를 궁색하게 포장한다. 예술적 성장을 위한 방법이라는 말을 방패삼아 피해자들의 경계를 느슨하게 만드는 것은, 피해자들이 스스로 자신을 검열하게 만드는 효과를 낳는다. 가스라이팅 전략, 가스등 이펙트(gaslight effect)라고도 명명되는 이 방법은 피해자가 자신의 판단을 스스로 신뢰하지 못하게 하는 심리적 학대 방법이다. 피해자는 내가 너무 예민하게 느끼는 것 아닐까, 사실은 내가 오해한 것일지도 몰라라는 심적 갈등을 지속하며 상대방의 의견을 수용하기 시작한다."(34쪽, 편집) "가해자는 예술 세계를 넓히려면 여러 가지 체험을 해봐야 한다는 식으로 피해자들의 인정 욕구와 학습 욕구를 건드리며, 선택의 여지를 상대방에게 넘겨 합의를 하는 것 같은 모양새를 취한다. 이는 행위의 처신 문제를 상대방에게 떠넘기는 교묘한 착취 방법이다. 나아가 예술인이 벌이는 기행과 성적 방종을 도덕에 굴하지 않는 파격적 실천으로 용인하고, 반 윤리를 자행할 때에도 예술의 중립성을 보호하려는 논리로 포장될 때가 있다."(35쪽, 편집) "실제 한국 사회는 성별 임금 격차가 OECD 국가 중 1위에 이르는데다, 성차별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측정할 용도로 집계되는 '성별격차지수(Gender Gap Index: GGI)가 무려 총 145개국 중에 116위에 머무는 극심한 젠더 비대칭의 환경에 속한다."(40쪽) "현장의 열악함보다 더 참기 힘든 것은 주변의 무관심이다. 현장 내부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누구나 겪는 일"이라는 괴이한 위로다. 촬영을 가르쳐 주겠다며 개인적으로 피해자를 호출해 성희롱을 일삼는데도, 현장의 남성들은 "오늘도 불려 나가냐"며 비웃는다. 가해는 비로소 이렇게 구체화된다. 피해자의 피해경험을 평가절하 하는 것, 그 상황을 웃음으로 소비하는 것은 각자의 자리에서 행하는 또 다른 가해이다. 레베카 솔닛(2015, 책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의 핵심은 '사건을 만드는 분위기'다. 문제가 반복적으로 용인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면 가해를 규정하는 일이 힘들어진다. 이는 다시 피해자에게 본인의 결백을 증명하게 하는 폭력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이때 언제든 종사하고 있는 업계에서 내쳐질 수 있다는 부담감이 엄습하면 피해자들은 저항의지를 잃는다. 급기야 생계의 곤란 때문에 현장을 벗어나지 못하는 개인이라면 고발에 대한 부담감은 이중적으로 다가온다."(44-45쪽, 편집) 봄비가 하루 종일 촉촉하게 오네요. 기분 좋은 봄날 보내시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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