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이야기(부제:회고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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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섹스에 미쳐 살았던 때, 여느 날과 다름없이 습관적으로 소개앱을 작동시켜 남자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어플을 보고 있었는데 한 남자(이하 K)와 매칭이 되었고 곧바로 톡이 날라왔다. 어느 남자들과 똑같은 기본적인 인사말을 시작으로 몇 마디 짧은 톡들을 주고 받았다. 너무나 일상적인 내용들이라 K와 처음에 주고받았던 대화들은 솔직히 잘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나는 거라곤 K는 얼마 전까지 나와 같은 동네에 살았었고, 가끔 동네에서 마주치던 검둥이가 K네 개라는 거 정도. 그저 영양가 없는 대화만을 몇 달 반복 하며 적당히 선을 유지하며 지냈었다. 물론 그 와중에 몇 번 K가 만남을 제안했지만 어째서인지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그래서인지 K와의 대화를 억지로 잇지도 않았고 껄끄러운 표현들도 마다하지 않았는데 그래도 꿋꿋이 나와의 대화를 이어가는 K가 언제부턴가 신기하기까지 할 정도였다. 그렇게 K와는 끝끝내 만날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태국에서 홀로 유흥을 즐기고 귀국하는 날이었다. 한동안 섹스를 하지 못해 욕구불만이 쌓일 데로 쌓여 있었는데 상대측의 무례로 귀국 날 잡혀있던 섹스약속을 파토를 내고 일정이 붕 떠버렸었다. 태국에서까지 줄곧 연락하던 K가 생각났고 곧바로 K에게 만남을 제안했다. 능청스레 K는 대놓고 섹스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고 나는 가벼운 만남을 생각하며 K와의 대화를 이어갔다. K의 바램(?)대로 우리는 조금 늦은 시간에 만났는데 근처 카페에서 만나도 상관없는걸 보드카를 수집하는 나를 배려하여 멀리 떨어진 바를 찾아갔다. K는 운전 때문에 논알콜 드링크를 고르고 나는 샹그리아를 주문했다. 섹스 이야기만 줄창 할 줄 알았는데 우리는, 아니 나는 1시간 동안 K의 최근 근황에 대해 들어줘야 됐다. 그렇게 쉬지 않고 내내 떠드는 K가 살짝 존경스럽기까지 할 정도였다. 그렇게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내던 K는 잔이 비워지자 이제 자러 가자고 제안했다. 방에 들어서고 행거가 너무 높았기에 의자에 겉옷을 대충 벗어두고 곧바로 샤워부스로 들어갔다. 곧바로 잘 요량으로 씻고 잘 준비까지 마치고 나왔는데 K가 내 옷을 걸어 놓은 게 바로 보였다. 아마 이때부터 K에게 마음이 가지 않았을까 싶다. 나란히 침대에 마주앉아 아까의 대화를 이어가다, 내 몸의 타투를 보여달라는 K의 요청으로 우리의 섹스가 시작되었다. K와의 섹스는 어느 때보다 평범했다. 특별한 기교가 없는 그런 섹스였는데도 섹스를 하는 내내 몇 번이고 절정에 이를 수 있다는 게 놀라울 정도였다. 오늘만 볼 거란 처음의 마음과는 다르게 K랑은 시간이 날 때마다 만났던 거 같다. 만나면 언제나 그리웠던 연인을 만나듯이 서로를 끌어안았는데 언젠가는 섹스가 제외된 만남도 몇 번 가졌었다. 몇 년 동안 친구를 제외한 남자들과는 섹스밖에 하지 않았기에 이런 만남은 나에게 꽤나 신선함을 주었다. 지금은 더이상 연락은 하고 있지 않지만 이따금식 K의 소식을 접할 때마다 그냥 K가 잘 되었음 하는 바램이다. 그리고 K도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해주었음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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