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한 사과, 가벼운 무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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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호출이 있어 볼일을 좀 보고 왔더니 게시판이 엄청 시끌시끌해졌네요? 누구는 싸질러놓고 튀었다고도 하고, 누구는 무서워서 숨었다고 하네요. 결론을 말하자면, 난 숨지도 않고 도망치지도 않을 겁니다. 잠시 무릎을 꿇기 위한 추진력의 시간이 필요했을 뿐. 글을 쓰다 보니 밤을 새 버리긴 했지만 괜찮습니다. 나는 백수거든요. (짤방은 농담입니다) 일단 이번 사태에 대해서 깊은 책임을 느끼는 바, 레드홀릭스를 탈퇴하거나 잠수를 타진 않을 거구요. 우선은 이번에 전라도 쪽에서 모임을 가지셧던 분들에 대해 진심어린 사과를 전하는 바입니다. 사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건 그 정모의 호칭쪽 보다는 다른 이야기였어요. 결국 쓸데없이 꼬투리를 물고 틱틱거리며 늘어지는 꼴이 되어버렸고 나도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모르는 지경까지 이르러버렸네요. 약간의 시간이 주어진 덕에 머릿속을 좀 식히고 정리하고 나니 나도 그리 잘한 건 없다는 게 많이 느껴지더군요. 다시 한 번 모임에 참석하셨던 분들, 그리고 원치않는 분쟁글로 인해 기분 상한 레홀 회원 여러분들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전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이지경까지 왔으니 변명 아닌 변명, 그리고 원래 하고 싶었던 말들도 좀 해보고 싶네요. '저색히가 왜 저러지?'라는 생각보다 '저색히가 뭔데 여기서 훈장질이야'라는 시선에 대한 항변이기도 하고, 다 같이 고민해 볼 만한 문제라고도 생각하구요. 미숙한 표현력으로 인해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그리 기분이 좋지 않을 것 같고, 또 다른 시비거리로 전이될 것 같고 또 갑질이니 훈장질이니 하는 시선으로 받아들일 것 같은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빙빙 돌리다 말이 꼬인 것에 대한 미련? 암튼 하고 싶은 말은 속 시원하게 드러내 보이고 싶네요. 적어도 내 사과가 진정성을 더욱 담기 위해서는 내가 왜 그랬는가에 대한 설명도 일정 부분 필요하다고 봅니다. 거슬리는 표현이 섞여있을지라도 너른 양해 바랍니다. 이런 말을 늘어놓으려니 다시금 느껴지는 것이 내 자신이 참으로 꼰대스럽고 또 훈장질을 하는 것 같긴 하지만,그간 수 많은 인터넷 사이트와 커뮤니티들을 전전해오며 그들이 어떻게 흥하고 망했는지 그 과정들을 제법 많이 지켜봐 온 저로서는 특정 그룹들이 세를 이루고 알력다툼을 하며 망해가는 과정을 수도 없이 듣고 또 봐 왔습니다. 그리고 저 알력다툼의 주 세력들이 비공개 채팅채널을 통해 형성되는 것도 역시 많이 봐 왔구요. 그래서 난 틱톡의 단체토크에서 일어난 일들이 게시판에서 언급되는 것을 그리 좋게 보진 않습니다. 비공개 채팅채널에 참여한 인원들만이 공감할 수 있는 게시물들이 '자유'라는 타이틀을 달고 자유게시판에 올라오고, 그 멤버들만 그것들을 보며 좋아하고 서로가 공유했던 그 시간들을 댓글로 곱씹어보는 그런 행위는 자유게시판의 사유화 같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기 때문인거죠. 사실 그간 종종 올라오는 단톡 관련 이슈들...그간 특별히 언급하진 않았지만 누가 단톡방을 나갔네 혹은 누구랑 누구가 싸웠네 하는 것들이 게시물로 올라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이유 역시 그러한 심리의 연장선이긴 합니다. 또한 나 역시 일부 단톡에 참여중이긴 하지만 게시판 등의 공간에서 단톡의 일을 이야기하지 않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이기도 합니다. 어찌 보면 내가 이런 가당치도 않은 훈장질을 하는 것 역시 이러한 사유화의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봅니다. 그렇기에 당신들한테 사과하고 싶은 것이기도 하구요. 게다가, 당신들이 올린 그 글로 인해 커뮤니티의 본래 취지였던 섹스에 대한 이야기보다 각종 틱톡 및 오프모임등의 후기들로 게시판이 채워지진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구요. 참여인원을 모집한다는 글내용을 보며 서울에서 이루어진 레홀 정모에 참여하지 못했던 섭섭한 마음과 함께 타 그룹에 대한 미묘한 경쟁심리가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또한 게시물의 리플 중에서 모임에 참여받지 못한 사람에 대한 짧은 탄식이 섞여있었던 것을 보며 모임 자체를 일종의 권력처럼 여기는 건 아닌가 싶기도 했구요. 또한 이런 비공개 모임들 위주의 분위기가 심화된다면 신규 회원들이 쉽게 적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표면적으로 발생한 일은 거의 없기에 속단할 수 없고, 또 기우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커뮤니티 몰락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이러한 행동들이 처음에는 당신들과 같은 순수한 의도였기 때문에 우려, 혹은 경계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훈장질, 갑질, 운영자질이였던 것을 강조드리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일단 비공개 모임의 이슈가 공공연하게 언급되는 것은 커뮤니티 내에서 그룹 자체가 권력을 갖게 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모여서 노는게 부러우면 너네들도 만드세요'라고 하신다면 그리 할 말은 없습니다만 다른 그룹이 만들어지는 순간부터 파벌이 시작되고 앞에서 말한 그 일련의 몰락과정을 거치게 될 테니까요. 난 레드홀릭스에서 좀 더 오래, 그리고 재미있게 지내고 싶은 사람입니다. 당신들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일 것이구요. 모쪼록, 너른 마음으로 사과를 받아주심과 동시에 커뮤니티 내부의 그룹화와 그로 인해 발생 가능한 문제들에 대한 부분 역시 한 번 정도는 생각해주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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