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보듬을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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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 전입니다 그냥 퇴근후 늘 가는 그 뭔지 모를 답답하고 어두운 냄새의 독서실보다 향긋한 차 한잔과 함께 하고 싶어 집 근처의 카페에서 책을 펼쳤습니다 음악 소리도 거슬리지 않게 잔잔하고 사람도 많지 않아 집중하기 나쁘지 않았습니다 한시간 남짓 흘렀을까요 테이블 하나 건너 커플이 싸우는(?) 소리에 정신이 확 깨어 다시 책에 눈을 고정하기 쉽지가 않았습니다 "너 아니라도 만날 사람 많아" 그냥 책을 싸서 나갈까 하는 찰나 여성의 말이 귀에 꽂혔습니다 무슨 이유로 저리 심한 말을 할까? 같은 경우는 아니지만 그 앞에서 절절 매는 남성의 모습에 웬지 그리 오래지 않은 제 모습이 곂치는 듯 했습니다 이유인 즉 남친 회사가 너무 바쁘고 업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누가 아이티 업종 선택하랬나 야근한다고 바쁜게 벼슬이냐 등등 그냥 저 두분이 왜 만나고 있을까 하는 생각과 그 언젠가 비슷한 카페에서 주거니 받거니 하던 저와 그녀의 모습도 떠오르더군요 전 결코 제가 이유가 아니거나 불가항력인 일에 내는 짜증을 쉽게 받아주는 성격은 못 되지만 다른 어떤 이유들로 아직은 때가 덜 묻었다는 이유로 또 어리다는 핑계로 넘어가고 또 넘어가고 때론 대화를 나누고 그 언젠가는 함께 상담실의 문을 두드려야 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더군요 5분 일찍 깨웠다고, 잠든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 5분 늦게 깨웠다고 데이트에 입고 나갈 옷이 없다고 혼나고 덥다고 또 춥다고 혼나던 내 모습들 하루는 알바가야하는 그 분이 도저히 전화를 받지 않아 직장에서 욕얻어 먹어가며 택시타고 날아가 깨운 그날 제발 비싼 밥 먹고 나는 욕을 먹더라도 너는 남한테 욕먹지 말라는 맘으로 날아갔는데 일가기 싫다며 확 내는 그 짜증에 이젠 더 이상 이어갈 기력도 인내심도 남아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떠올려보면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인적이 있습니다 그 순간 순간 가장 많이 떠오르던 모습이 오래전 어릴적의 어머님이시더군요 밥이 맛없다고 입을게 없다고 짜증내고 졸리다고 짜증 이래도 짜증 저래도 짜증이던 내 그런 모습을 묵묵히 받아내시던 어머니 가장 가까운 또 그리 되어가는 사람을 함부로 대하게 되는게 어쩌면 너무 편하고 영원할 사람이라 믿기때문이 아닐런지 하지만 안타깝게도 연인은 부모자식의 관계는 아니겠죠 부모자식이야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그대로 그자리 언젠가 반성하고 용서를 구할 수 있겠지만 연인은 감정이 식으면 그저 남입니다 그녀는 제가 아빠같은 사람인줄 알았다 했지만 전 그럴 수 없다는 말로 돌아서야했습니다 그래주고 싶은 마음이 넘칠때도 있었지만 나 역시 내 행복을 돌아봐야하는 이기적인 사람일뿐입니다 서로의 처음 모습이 그대로 이어줄 순 없어도 그 서로 처음 손을 꼭 잡던 그 설렘과 소중함은 새길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오늘 또 어느 한분의 이야기가 마음을 파고들어 몇일 전의 커플과 함께 긴 여윤을 남깁니다 모두 서로가 서로를 살피는 인연이었음 좋겠습니다 우린 서로 곁에 영원히 머물 수 없는 사람들이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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