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크 자유게시판
함께 보듬을 수 있다면  
0
모카커피마시기 조회수 : 2999 좋아요 : 2 클리핑 : 0
몇일 전입니다

그냥 퇴근후 늘 가는 그 뭔지 모를 답답하고 어두운 냄새의 독서실보다

향긋한 차 한잔과 함께 하고 싶어 집 근처의 카페에서 책을 펼쳤습니다

음악 소리도 거슬리지 않게 잔잔하고 사람도 많지 않아

집중하기 나쁘지 않았습니다


한시간 남짓 흘렀을까요

테이블 하나 건너 커플이 싸우는(?) 소리에 정신이 확 깨어

다시 책에 눈을 고정하기 쉽지가 않았습니다


"너 아니라도 만날 사람 많아"

그냥 책을 싸서 나갈까 하는 찰나 여성의 말이 귀에 꽂혔습니다

무슨 이유로 저리 심한 말을 할까?

같은 경우는 아니지만 그 앞에서 절절 매는 남성의 모습에

웬지 그리 오래지 않은 제 모습이 곂치는 듯 했습니다


이유인 즉

남친 회사가 너무 바쁘고

업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누가 아이티 업종 선택하랬나

야근한다고 바쁜게 벼슬이냐 등등


그냥 저 두분이 왜 만나고 있을까 하는 생각과

그 언젠가 비슷한 카페에서 주거니 받거니 하던 저와 그녀의 모습도 떠오르더군요

전 결코 제가 이유가 아니거나 불가항력인 일에 내는 짜증을 쉽게 받아주는 성격은 못 되지만

다른 어떤 이유들로 아직은 때가 덜 묻었다는 이유로 또 어리다는 핑계로

넘어가고 또 넘어가고 때론 대화를 나누고 그 언젠가는 함께 상담실의 문을 두드려야 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더군요

5분 일찍 깨웠다고, 잠든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 5분 늦게 깨웠다고

데이트에 입고 나갈 옷이 없다고 혼나고 덥다고 또 춥다고 혼나던 내 모습들


하루는 알바가야하는 그 분이 도저히 전화를 받지 않아 직장에서 욕얻어 먹어가며

택시타고 날아가 깨운 그날

제발 비싼 밥 먹고 나는 욕을 먹더라도 너는 남한테 욕먹지 말라는 맘으로 날아갔는데

일가기 싫다며 확 내는 그 짜증에

이젠 더 이상 이어갈 기력도 인내심도 남아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떠올려보면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인적이 있습니다

그 순간 순간 가장 많이 떠오르던 모습이

오래전 어릴적의 어머님이시더군요

밥이 맛없다고 입을게 없다고 짜증내고

졸리다고 짜증 이래도 짜증 저래도 짜증이던 내 그런 모습을 묵묵히 받아내시던 어머니

가장 가까운 또 그리 되어가는 사람을 함부로 대하게 되는게

어쩌면 너무 편하고 영원할 사람이라 믿기때문이 아닐런지


하지만 안타깝게도 연인은 부모자식의 관계는 아니겠죠

부모자식이야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그대로 그자리

언젠가 반성하고 용서를 구할 수 있겠지만

연인은 감정이 식으면 그저 남입니다


그녀는 제가 아빠같은 사람인줄 알았다 했지만

전 그럴 수 없다는 말로 돌아서야했습니다

그래주고 싶은 마음이 넘칠때도 있었지만 나 역시 내 행복을 돌아봐야하는 이기적인 사람일뿐입니다

서로의 처음 모습이 그대로 이어줄 순 없어도

그 서로 처음 손을 꼭 잡던 그 설렘과 소중함은 새길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오늘 또 어느 한분의 이야기가 마음을 파고들어

몇일 전의 커플과 함께 긴 여윤을 남깁니다

모두 서로가 서로를 살피는 인연이었음 좋겠습니다

우린 서로 곁에 영원히 머물 수 없는 사람들이니까요

 
모카커피마시기
    
- 글쓴이에게 뱃지 1개당 70캐쉬가 적립됩니다.
  클리핑하기      
· 추천 콘텐츠
 
해바라기a1 2018-08-30 06:02:43
잘 읽었습니다^^
르네 2018-08-30 01:54:44
사람이 언제까지나 비굴미를 지닐 수는 없죠
각자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담백한 글 잘 읽었습니다.
모카커피마시기/ 그 싸우고 섹스하고 싸우고 섹스하던 시절의 글이 아직도 남아있더군요 ㅋㅋ 르네님 댓글도 참 시간 빠르네요 막바지엔 싸우고 섹스도 안하게 되었습니다 남녀가 속궁합이 아무리 중요하다지만 마음이 지치면 그조차 소용없더군요
르네/ 네 저도 그때 올리셨던 글 기억납니다. ㅎㅎ 정말 지금 수위는 저리가라는~~ 그때 그러한 감정소모가 많으셨군요. ㅠㅠ
1


Total : 37611 (730/1881)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23031 아... cu포스터... [7] 케케케22 2018-08-30 3584
23030 식사들 맛있게 하세요 브크믕 2018-08-30 2746
23029 한가지를 골라 보세요 [22] 킴킴스 2018-08-30 3562
-> 함께 보듬을 수 있다면 [4] 모카커피마시기 2018-08-30 3000
23027 바나나를 보관하는 방법 [11] 예림이 2018-08-29 3829
23026 나도한번 [26] 어린유부녀 2018-08-29 4994
23025 남자몸, 후방)히피로사님을 따라했습니다 + 완독.. [16] 눈썹달 2018-08-29 3753
23024 첫 왁싱썰 [19] 천국 2018-08-29 7495
23023 비오는 수욜 저녁, 뭐할래요? [47] 레몬그라스 2018-08-29 5783
23022 남녀의 섹스생각 빈도차이 [7] 186넓은어깨 2018-08-29 4133
23021 비가 추적추적 옛 여친이 생각나네요.. 독수리눈썹 2018-08-29 2972
23020 맛점들 하세여~ 브크믕 2018-08-29 2395
23019 조만간 상경 할까하는데... [3] 부기맨 2018-08-29 2746
23018 비일상적 상황/장소에서의 자위 ACAN 2018-08-29 2798
23017 친구 집에서 VR야동을 보고 왔습니다.. [2] 마오마리오 2018-08-29 3261
23016 사무실인데 일은안잡히고 멍 [1] jujuba 2018-08-29 2439
23015 가입하고 처음 글 남깁니다. 인천사는 20대후 남자입니다... [6] 독수리눈썹 2018-08-28 2484
23014 흙수저의  혼술:) [9] 울산개촌놈 2018-08-28 3035
23013 전 어때요? [30] roaholy 2018-08-28 4091
23012 비가 많이 내려도 헬스장에 사람 많네요 [4] 브크믕 2018-08-28 2840
[처음] < 726 727 728 729 730 731 732 733 734 735 > [마지막]  


작성자   제목   내용